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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사치 그리고 럭셔리의 상징인 강남의 중심지에 보기 드문 역사유적지 중 한 곳이 있다. 삼성동에 있는 선정릉(宣靖陵)이다. 조선왕조 성종과 제2계비 정현왕후가 안장된 선릉(宣陵)과 중종이 묻힌 정릉(靖陵)을 합쳐 서울시민들은 통상 ‘선릉’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사적 제199호인 선릉은 지난 2009년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하지만 선능과 정릉은 모두 임진왜란 때 능이 파헤쳐져 시신이 없다. 우리 민족의 쓰라린 아픈 영혼을 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선릉 인근은 우리의 아픈 역사와는 너무나 다른 도시의 밤 문화가 형성돼 있다. 선릉 바로 옆에 ‘풀살롱’ 등의 유흥가가 즐비하고 이들 손님을 받는 모텔들 또한 적지 않다. 모텔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 지하철역 기준으로 선릉역에서 포스코4거리까지의 골목상권은 강남의 중저가형 유흥가들로 형성돼 있다. 우리 역사의 국부와 국모의 영혼이 제대로 잠들지 못한 이곳에 이처럼 유흥상권이 번창한 것을 두고 외국 관광객들에게 과연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과격하게 표현하면 부모의 산소 옆에 유흥가가 즐비하게 있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선릉역 8~10번 출구 방향의 안쪽도로는 밤만 되면 질펀한 유흥가로 변한다. 이와 반대편인 선릉역 서쪽(5~7번) 역세권의 경우는 먹자골목 중심으로 노래방·마사지샵·바 등 비교적 일반적인 유흥상권이 조성돼 있다. 이 지역은 선릉 인근과는 달리 테헤란로 오피스촌의 샐러리맨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이곳도 역사 유적지 인근에 있는 유흥상권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강남상권을 가다’ 기획연재로 ‘선릉역 상권’을 상·중·하(22~24회차) 3회에 걸쳐 다룬다. 그 첫 번째로 선릉역을 기준으로 역삼동 일대 먹자골목과 삼성동 일대 유흥상권을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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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릉역 역삼1동과 삼성2동 일대 상권 약도(위).식당, 바, 노래방, 마사지샵 등 맛집골목과 유흥가의 요소를 고루 갖춘 선릉로93길 일대 ⓒ스카이데일리 <그림=최은숙
지하철 2호선과 분당선이 만나는 선릉역은 서울에서 대표적인 출근형 지하철역이다. 오전 출근시간에는 하차인원이 3만명을 넘어 강남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유동인구를 기록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곳은 국내 최대 게임기업 넥슨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 테헤란로를 따라 농협, IBK 등 은행과 동양증권, 미래에셋 등 금융회사들이 줄지어 있다.
선릉역 주변은 크게 네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선정릉이 넓게 자리 잡은 삼성2동 방면, 샹제리제 웨딩홀이 있는 곳은 대치동 방면, 진선여고가 있는 역삼2동 방면, 그리고 선릉역 5~8번출구가 있는 역삼1동 방면이 각각 다른 상권으로 발달해 있다.
진선여고 방면은 오피스 건물과 역삼아이파크 등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상권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다. 대치동 방면은 상권이 나름 활성화된 지역이다. 역삼1동은 상권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며, 삼성2동 방면도 선정릉과 테헤란로 사이에 상권이 형성돼 있다.
우선 역삼1동 방면 테헤란로를 따라 골목 안쪽에는 거대한 빌라와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주거지역의 넓이가 상당하며 인구도 아파트촌에 비길 만큼 많다. 올 6월 기준 역삼1동의 인구는 도곡2동이나 개포2동과 비슷한 3만5000명 수준인데, 세대수는 두 배 가량 많은 2만여 세대에 달해 원룸촌과 빌라촌의 규모를 실감케 한다.
오피스빌딩가와 주거 지역 사이에 있는 이면도로는 상권이 크게 활성화돼 있다. 테헤란로 안쪽의 역삼동 방향에는 마트, 세탁소 등 생활형 상권이 일부 눈에 띄지만 상권의 중심은 오피스빌딩가 직장인을 타깃으로 하는 맛집과 유흥상권이다.
핵심상권 선릉역 5~7번출구 방면 역삼1동 일대
역세권 출구를 기준으로 보면 선정릉이 있는 선릉역 8~10번 출구 방면은 삼성2동에 속하고, 샹제리제 웨딩홀이 있는 1~2번출구 방면은 대치동에 속한다. 5~7번출구 방면은 역삼1동이다.
▲ 한식이 중심인 가운데 특색있는 맛집들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선릉역 7번출구를 나오면 바로 길가에 늘어선 커피숍과 피부과를 마주하게 된다. 대로변에 마사지샵 간판이 보이는 점이 이채롭다.
길을 따라 걷다 파리바게뜨 매장을 끼고 이면도로 안으로 들어오면 선릉로 93길이 펼쳐진다.
테헤란로와 나란히 있는 450여m의 이면도로로 선릉역 인근 오피스 빌딩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맛집골목이다.
음식점은 다양한 한식이 주를 이루며 중식당, 베트남 쌀국수집 등이 보인다. 입구 초입에는 칼국수집이 나란히 마주보고 서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를 노린 업종구성이 엿보인다.
고기집과 치킨호프를 비롯한 술집들도 많아 밤까지 성황을 이루는 24시간 상권이기도 하다.
이곳 거리의 식당들 중에는 회식 장소로 쓰일 수 있도록 넓은 평수에 많은 좌석을 갖춘 곳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100석 이상의 식당들이 상당히 많이 보이고 300석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는 어느 식당은 넓이가 얼추 200여평은 될 듯 했다.
▲ 식당과 노래방이 골목 깊숙히까지 들어와 있다. ⓒ스카이데일리
선릉역 핵심상권인 이곳의 권리금은 50평형 식당 매장을 기준으로 2억원대를 보이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선릉역 인근에서도 진선여고가 있는 역삼2동 방면은 권리금이 2억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역삼1동 방면인 이곳 골목은 여전히 2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사지샵 즐비하고 모텔·룸살롱 등 유흥문화 발달
다양한 규모의 마사지샵도 곳곳에 즐비하다. 눈에 띄는 간판만 10곳이 훌쩍 넘는 마사지샵들은 저마다 컨셉을 강조하며 손님을 끌고 있다.
오피스가의 불이 꺼지기 시작하면 거리는 더욱 활기를 띈다. 규모가 제법 커 보이는 노래방들이 골목골목 자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위기의 바들도 손님을 끈다.
▲ 노래방도 규모가 크다. 식당과 노래방들이 전반적으로 회식장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큰 규모를 선택한 모습이다. ⓒ스카이데일리
선릉로93길이 다양한 형태의 바와 노래방 중심이라면 선릉로 건너편 선릉로92길은 유흥주점과 룸살롱들이 자리잡고 있다.
선릉로92길은 선릉역 8~10번 방면인 삼성2동에 있는 이면도로다. 테헤란로와 선릉 사이에 낀 이 길 주변으로 유흥가가 크게 발달했다.
선릉은 조선 9대왕 성종과 왕후의 무덤이며 정릉은 11대 왕인 중종의 무덤이다. 가까이에 두 개의 왕릉이 붙어있어 함께 보존해 관리하는 곳이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조선시대 왕의 무덤인 선릉과 정릉 바로 앞 골목 일대가 유흥가로 발달한 모습이 조화롭지만은 않다.
▲ 선릉로92길에는 중소형 호텔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스카이데일리
길 주변 상당한 공간은 오피스건물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사이사이에 소형호텔들이 다수 들어서 있다.
소형호텔들과 함께 모텔들도 자리해 숙박시설의 규모가 크다. 코엑스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호텔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호텔들이 밀집해 있어 외국 바이어들의 숙소로도 이용되는 곳이다.
호텔건물 주변에는 유흥주점과 룸살롱 간판들도 보인다. 거리를 따라 드문드문 식당과 술집들이 보이는 가운데 밤이 되면 유흥주점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어난다.
92길과 마찬가지로 93길에도 마사지샵들이 있는데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곳이 있다는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까지 선릉역 인근 M금융회사 지점에서 근무한 K씨는 “테헤란로 입주 기업들이 높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빠져나가면 상권이 침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이곳 거리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근 직장인뿐만 아니라 강남일대 곳곳에서 유흥문화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의 수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 호텔과 마사지샵, 룸살롱이 자리한 선릉로92길은 강남의 대표적인 유흥상권이다.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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