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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2월말로 예정된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조치에 상응한 대북 경제제재 완화 합의 여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주장해 온 ‘선(先) 완전비핵화 후(後) 대북제재 해제’에서 ‘단계적 핵사찰’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게 전망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진행 될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또는 완화에 대비해 세계 각 국은 자국에 이익이 될 만한 셈법을 하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풍부한 천연자원과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 정부도 서둘러 대북사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北·中 거센 압박에 美 트럼프 선 완전비핵화서 단계적 핵사찰로 입장 선회
제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이 급물살을 탄 결정적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제외한 채 중국·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 꼽힌다. 지난 8일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와 체제보장 조치에 대해 시간을 끌 경우 중국과 손을 잡고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원산~함흥 고속도로 건설사업권을 중국에 넘기는 등 직접 행동에 나선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원산~함흥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오는 4월부터 11만1975㎞ 구간에서 진행되며 사업비 약 1조원은 중국이 먼저 충당하고 북한이 차후에 상환한다. 특히 원산이 북한의 환동해권 개발사업 중심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중국은 원산관광특구로 인한 경제적 이익과 함께 태평양 진출을 위한 경제적·군사적 교두보 확보라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북·미 협상 테이블을 차기 미 대선까지 끌고 가려던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중국의 대북사업 진출이 현실화됨에 따라 북미협상에 전향적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과장해서 말하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국과 러시아라는 막강한 후원자를 둔 김 위원장이 미국 협조 없이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며 미국을 압박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의 의미는 미국 없이도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유엔에서 대북제재 철회를 요구해 온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미국에 대항한다면 미국도 섣불리 맞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 하루 뒤인 지난 19일(현지시간) 공식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2월말 경 열리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두 번째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장소는 추후 발표될 것이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면담 직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정상회담 실무협상에 들어갔다. 이 본부장은 양국협상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장소와 시기는 양국 정상의 안전문제를 고려해 정상회담 예정일에 임박해서 발표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베트남의 다낭이 유력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최대 현안인 북한 비핵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어느 정도 입장정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북한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북제제를 완화하는 단기 방식, 북한이 영변핵시설 폐기를 포함한 완전핵사찰 수용할 경우 큰 폭의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중기 방식 등을 적용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해외언론 “협상타결 가능성 높아…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재개될 것”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은 북한이 무언가를 제안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며 “미국 본토에 대한 핵 위협인 ICBM 프로그램의 폐기를 비롯해 영변 핵 시설을 영구 폐기하고 국제 사찰단이 폐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은 그 대가로 부분적 또는 일시적 제재 완화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 이는 남북한 간의 경제협력을 허용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며 남북 경제협력이 제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북·미 핵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현 시점에서 남북화해가 진전을 이뤘다 해도 최소한의 대북제제 해제 없이는 지금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며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수 있고 남북이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공동 점검해 온 북한철도 개선작업도 본격화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일정부분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1953년 정전이후 두 번 다시 없을 기회가 찾아 왔다”며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평화를 구축하고 우리경제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이 시점에서 양국 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북한비핵화와 경제제재 문제를 어느 정도 타결하겠다는 의미다”며 “타결방향과 내용은 아직까지 전망 수준이지만 분명한 점은 미국이 지난 1차 북미정상회담 보다 진전된 협상결과를 내놓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사업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경제재제가 해제될 가능성이 높게 관측되면서 원산~함흥 고속도로 건설사업권 등 중국에 선수를 빼앗긴 대북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정부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북한을 이용한 각종 이권 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광물자원 매장량의 잠재가치는 16년 말 기준 3200조원에 달한다. 개성공단~평양~남포~신의주를 연결하는 서해안경협벨트와 원산~함흥~청진~나선을 거쳐 러시아로 연결되는 동해안 에너지벨트가 현실화 될 경우 북한은 동아시아 물류 거점지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중국·미국·러시아 등 강대국은 물론 대만·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도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조치에 대비해 북한시장 진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주춤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운전자론을 재가동해 대북사업 주도권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많은 준비를 하고 있지만 자칫 한 순간에 북한의 수많은 사업권이 다른 나라로 넘어갈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며 “우리가 대북사업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역시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우선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하지만 대북사업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북한이 언제까지 남한만 바라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서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신중론과 지지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1일 ‘제2차 미북정상회담 대책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이번 미북 대화가 목표를 핵 동결이 아닌 핵 폐기에 둬야 한다는 데에 (당의)내용을 정리했다”며 “미북 대화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치는 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달 10일 경에 방미단을 구성해 미국 조야(정부·민간)에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전하기로 했다”며 “방미단에는 저와 강석호 외통위원장, 김재경 외통위 간사 내정자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협상 내용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병호 원내대변인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항구적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서 남북 간 신뢰 구축과 한미동맹 강화, 남북미 관계 개선 등은 함께 가야할 과제다”며 “이에 대해 선후와 경중을 따지는 것은 ‘제2의 평화훼방꾼’을 자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이번 방미를 통해 홍준표 전 대표 시절의 시대착오적 색깔론에서 탈피하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진강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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