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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 주요 지표들에서 빨간 불이 켜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역대 최악이라고 할 경제지표들이 자고 나면 나올 만큼 적지 않았다. 이젠 굳이 암울한 경제지표를 따질 힘조차 없을 지경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1년 사이 경제성장률을 네 번이나 조정하면서 이달에도 그 수치를 또 낮춰 잡았다.
한은의 이번 꼬리 내리기는 석달만에 이뤄졌다. 앞으로 또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성장률 전망치가 내려갈지 예단하기 어려울 만큼 어지럽다. 경제 사령탑인 기재부 부총리까지 우리 경제를 위기로 진단하면서 추경과 경기부양을 언급하며 위기의 열차에 탑승했다. 이 정도로 경제 하강곡선 징후들이 곳곳에서 드러나는데도 유독 대통령만 고집스럽게 낙관론을 펼치고 있는 것이 의아하다.
지금까지 수많은 민간경제연구원은 물론 국책연구원을 비롯한 한은과 기재부까지 발표한 내용이나 입장들을 보면 대부분 경제주체들이 우리 경제의 위기상황을 직감하고 있다는 것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최근에도 LG경제연구원은 이미 2.5%에서 2.3%로 낮췄고 KDI를 비롯한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도 성장률 하향·조정을 사실상 확정했다. 이 정도면 국정 최고수반인 대통령도 당연히 위기감을 갖고 비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위기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최근 우리에게 경기부양을 권고하고 나섰다. 그만큼 가파른 경기 둔화 현상에 대한 경고이자 훈수다. 경실련도 전문가 310명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 2년을 평가한 결과 10점 만점에 5.1점에 그쳤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에는 경제의 핵심 축인 일자리와 부동산 문제가 포함돼 있다. 일자리는 4.2점, 부동산은 4.3점이었다.
결국 우리 경제는 지금 이도저도 아닌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졌다. 경제 불균형 해소를 통한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커녕 양극화는 더욱 극심해지고 성장률은 연일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그 상징적 실패 사례다. 지방 주택은 시세 하락이 계속되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반면 강남권을 진앙지로 한 서울·경기권은 집값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풀뿌리 경제의 근간이라고 할 지방 상권은 도미노 파국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지방 산업이 위기를 맞은데 따른 직격탄이다. 일례로 작년 5월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된 대통령의 고향 거제를 비롯한 통영·고성과 창원 진해구가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산업위기지역 기간 연장을 건의하고 나섰다.
창원시 성산구와 김해시까지 산업위기지역 지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주지하다시피 창원은 지난 4·3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처럼 지역 산업과 민생경제가 동시에 무너져 내리면서 현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원망이 높아진 곳이다. 여당과 야당 한 곳이 단일후보를 냈어도 자유한국당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것은 그 반증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과연 제기능을 하고 있는지 심히 의문이다. 지방 어디를 가도 균형발전은 고사하고 나날이 피폐해져가는 상황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균형발전위는 지방경제의 전국적인 상황을 주기적으로 상세히 조사·분석해 특별대책을 지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정수반이 제대로 된 상황인식과 판단을 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균형발전의 실패 속에 소비, 생산, 투자 등 핵심 경제기둥들이 함께 뿌리째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여기에 수출까지 올해 들어 신장률이 급락하면서 미시와 거시경제 지표들이 모두 불안해 졌다. 한은도 이번에 성장률을 2.6%에서 2.5%로 낮춰 잡고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하면서 위기의식에 확실하게 동참했다.
그럼에도 최고 지휘자가 건실하다고 인식한다면 그 자체가 가장 큰 위기다. 이런 인식을 기반으로 온통 대북 관련 현안에 국정 에너지를 쏟고 있는 상황을 보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위기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제2의 외환위기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을 정도다. 물론 현재 외환보유고는 4000억 달러가 넘어 역대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글로벌 순위도 8위에 랭크돼 있다. 따라서 IMF 외환위기를 거론하는 것은 비약일 수도 있지만 일단의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결코 가볍게 보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70% 안팎을 보이는 것은 IMF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 물건이 팔리지 않아 발생하는 재고율도 치솟으면서 IMF 이후 가장 높다. 기업들이 위기에 내몰리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기 시작하면 기업들은 IMF 당시의 연쇄 흑자부도 위험에 내몰리게 된다.
작년 말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온 김광두 당시 부의장은 일찌감치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의 위기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하면서 본격적인 위기가 올해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미련 없이 박차고 떠났다.
우리는 이 예상이 틀리기를 바랐지만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개혁적 보수를 가치로 내건 국가미래연구원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체감실업률이 무려 13.4%에 달한다고 우려하면서 청년은 4명 중 1명이 백수다고 했다. 글로벌 경제도 악화되고 있어 한국경제 앞날이 어둡다고 또 전망했다.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응시하고 곱씹으면서 긴장감을 갖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야 한다. 경제의 근간인 생산이 71개월 만에, 설비투자는 6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각각 감소했다. 미래의 경제상황을 예측케 하는 지표 역시 최장기간 하락세다.
이 정도의 상황이면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경제 귓속말을 해 준 설계자가 왜 그 자리를 떠났는지 이해가 갈만도 하다. 그런데 통계청의 태도가 참으로 모호하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기 지표들의 동반 하락세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하면서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주석을 달았다. 통계청은 경기 진폭을 억지춘양으로 들이댔지만 보이지 않는 악재들이 숨겨진 폭발성을 감안한다면 언제 어느 때든 위기의 진폭이 갑작스럽게 커질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우리경제는 속된 말로 집안이 거덜 날 위기에 직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위기의 징후들이 현재진행형이다. 대북사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인 냥 국정의 모든 에너지가 북쪽을 향해 있으니 더욱더 우려스럽다. 가장 소중한 것을 소홀히 하다 그것을 잃으면 모든 게 끝장이다. 경제는 지금 우리 국민 모두는 물론 후손들에게도 삶의 모든 것이 걸려 있는 가장 소중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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