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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학원을 표방한 중국공산당 사상교육 기관이란 의혹을 받는 공자학원(공자아카데미)에 대해 전 세계에서 퇴출 붐이 거세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현판식을 갖는 등 공자학원이 건재함을 과시하고 교육계 고위관계자가 중국 측 지원까지 요구해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한 중국대사관은 7월 21일 홈페이지 대사관동정 게시판에 올린 ‘한국 첫 (스마트 도서관)시범 공자학원 현판식 거행’ 보도자료에서 같은 달 16일 한국외국어대에서 현판식이 열렸다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행사에는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혁신지원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 싱하이밍 중국대사 등이 참석했다.
김 총장은 신설된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와 교육부 중외언어교류협력센터가 한국외대 공자학원의 발전과 중국어 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 기관 모두 중국 교육부 산하 기관이다. 김 총장은 또 한국외대는 계속해서 시범 공자학원 발전을 전력을 다해 지원해 중국어 교육과 한중 문화교류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국제중문교육기금회는 공자학원 실체 논란이 일자 7월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운영을 위탁한 민간 공익조직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해당 단체도 어용기관일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공자학원이 개설된 국내 대학 10곳이 중국 교육부 직속기관인 중국국가한어국제보급영도소조판공실(국가한판) 공자학원총부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폭로했다.
기밀문건으로 분류돼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해당 계약서에 따르면 국내 공자학원은 교육 운영에서부터 교사 채용, 예산 집행까지 공자학원총부 통제를 받고 있다. 계약서에는 ‘학원은 본부 교육평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중국 측이 지원한 경비는 본부 관리규정에 따라 집행돼야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 대학은 중국 측이 파견하는 교사 및 행정요원의 입국 및 거주 수속을 지원한다’는 조항도 있다.
중국이 한국 공자학원을 경제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있다. 계약서 조항상 중국 교육당국은 한국 대학이 공자학원을 설립할 때 15만달러(약 2억원)의 초기 설립비용을 제공함은 물론 매년 2억원 규모의 운영자금도 지급한다. 조 의원은 “공자학원 교육 운영 및 교사 채용 등에 공자학원총부 통제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설립된 공자학원은 공산주의 사상교육 기관 역할을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5월 신동아가 공자학원 교재를 입수했다며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국내 공자학원들은 한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중국공산당 찬양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국가한판이 펴낸 공자학원 교재 ‘나와 함께 중국어를 배워요(限我學漢語)’에는 “중국공산당의 은혜가 동해바다보다 깊다”는 내용이 있다. 중국 지난대학 출판사가 편찬한 ‘중문(中文)’에는 “위대한 지도자 마오(쩌둥) 주석” 등 노래 가사가 담겼다. 또 다른 교재 ‘민주적 역량(民主的力量)’은 “중국공산당은 민주주의를 숭상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분투하는 정당이다”고 주장했다.
공자학원은 2004년 한국에서의 첫 설립을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162개국에 541곳의 지부를 두고 있다. 공자학당도 1170곳에 달하며 교육생은 모두 1200만명이다. 한국외대·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국내 공자학원에 대해 정치적 목적의 교육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지만 사상교육 정황이 속속 발굴되면서 전 세계에서 퇴출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연내까지 자국 내 모든 공자학원을 폐쇄한다는 방침이다. 캐나다 맥매스터대는 2013년에, 스웨덴 스톡홀름대는 2015년에 각각 공자학원을 퇴출시켰다. 스톡홀름대는 유럽 첫 공자학원이 설립된 곳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문재인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초 강사 비자발급 거부를 끝으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23곳의 공자학원이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 강원대, 인천대, 충남대 등 사립과 국립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오주한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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