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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文의 침묵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진다

秋·尹 갈등에 다른 이야기만…불운한 대통령 되지 않기를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0-11-28 12:26:40

“입과 혀를 지키는 자는 자기의 영혼을 환난에서 보전하느니라.”<잠언 21 : 23>
 
▲ 深頌(심송) 안호원 목사 (시인. 수필가. 칼럼니스트. 한국심성교육개발연구원 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기이한 행동을 보면서 문득 중국 서진에 손초란 인물이 한 말이 떠 올랐다. 수석침류(潄石枕流)란 사자성어다. 돌로 양치질 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인데 언뜻 봐도 돌과 물이 바뀐 것 같다.
 
손초는 문재(文才)가 뛰어났지만 성품이 도도하고 교만한 탓에 크게 쓰이지 못한 위인이다. 당시 지식인들 가운데 죽림칠현처럼 세속의 명리를 멀리하고 맑고 고상한 이야기나 주고받으며 사는 청담(淸談)풍조가 유행하고 있었다.
 
자기애(愛)가 넘치는 손초 역시 그 입을 가만두지 않았다. 벗들 앞에서 잔뜩 무게를 잡고 자기도 속세를 떠나 산중에서 은거하겠노라고 떠든다. “돌로 양치질하고 물을 베개 삼겠다(潄石枕流)”란 말에 벗이 웃으며 “흐르는 물로 양치질하고 돌로 베개를 삼겠다(枕石潄流)는 거겠지”라고 말했다.
 
분명 ‘실언’인줄 알았지만 자존심 강한 손초는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 것은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기 위함이요, 돌로 양치질 한다는 것은 이를 단련하기 위해서라네” 하고 답했다. 손초의 이런 궤변에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부린다’ 뜻의 ‘수석침류’ 성어가 나왔다.
 
1700년 전 고사가 오늘날까지도 곳곳에서 고개를 쳐들고 추태를 보이고 있다. 추 장관의 언행이 그렇게 비춰진다. 국민들의 눈에는 적어도 정상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비상식의 극치이다.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헌정 사상 초유에 사태가 벌어졌고 6명의 고검장들이 추 장관의 문제를 지적하며 검찰 내에서 반발의 움직임이 보이는데도 이상하리 만치 문재인 대통령의 입은 굳게 닫혀있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시절에도 유례가 없던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기자단에 ‘법무부 장관이 발표 직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그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는 문자 공지가 전부다.
 
휴가를 끝내고 업무에 복귀한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전격적인 검찰총장 직무정지 발표 다음날인 25일 생뚱맞게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 폭력 추방’에 대한 글을 올렸다.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며 피해자를 빈틈없이 보호할 것이란 내용이다. 지금 그런 글을 올리는 것이 맞는 시점인가. 우려한대로 1000여건의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권자로서 말 좀 하세요.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울 시장,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왜 말이 없나? 부동산이 국민들 삶과 직결된 현재의 가장 큰 이슈인데 언제까지 침묵만 할 것인가?” 등등이 달렸다.
 
지금의 검찰총장을 임명한 사람은 문 대통령이다. 특히 임명장을 줄 때 우리 총장님으로 부르며 “살아있는 권력이라도 비위가 있으면 수사해 달라”고 당부의 말까지 하며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했다.
 
윤 총장은 지난 국정감사장에서 “대통령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대통령의 말을 거짓으로 전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으나 뻔뻔하게 정치적 탄압이라고 변명을 하는 모 전 여자의원이 “누군가 거짓으로 전한 말을 믿느냐? 결심을 하고 물러나라”고 말한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에게 징계나 직무정지의 사유가 입증됐다면 대통령은 국민에게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이지만 이런저런 잘못으로 어쩔 수 없이 해임을 한다”고 밝히면 된다. 임기를 보장하지 못하게 된 사유를 설명하고 정치적 책임도 져야 한다.
 
그런데 수하의 행동대장이 조직 일원을 손보겠다고 하는데 보스는 마치 그러기를 바란 듯이 미소를 지으며 짐짓 못들은 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부하들은 행동대장에게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네엣, 누님. 잘 받들어 모시겠습니다”며 그녀를 부추긴다.
 
천방지축 앞뒤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고 설쳐대는 행동대장은 우쭐대며 타깃으로 삼은 이의 죄목을 일일이 열거한다. 그 죄목이란 것은 얼기 설기로 짜 맞춘 것들이다. 경쟁조직과 내통하며 내편을 갈구며 보스자리를 넘보며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댓다는 등의 모호한 죄상이 전부다. 제거 대상이 된 인물이 맡은 임무 중 하나는 내부 비리 차단이었다. 결국 조직 수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 제물이 되고 말았다.
 
조직폭력배가 나오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청와대와 집권 여당 측에서 자행되고 있다. 손초가 두 손 들고 울며 갈 정도다. 갖가지 방법으로 둘러대며 ’이라 말하면 어떤 때는 손으로, 어떤 때는 손등으로, 어떤 때는 손바닥으로 자신들이 편리한대로 해석하고 밀어부친다.
 
추 장관이 이 같은 무모한 지시로 모든 권한을 박탈한 윤 총장의 죄목은 ‘현 정권에 충성하지 않았다’는 괘씸죄라는 것, 이는 정상적인 상식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은 다 아는 사실이다. 정말 그 엉큼한 속셈을 국민들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커다란 착오가 아닐 수 없다. 아무 말 잔치를 해도 국민들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칠 것으로 믿고 있다면 국민을 아예 무시해 개, 돼지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정녕 그러고도 아무 일 없이 장기 집권을 할 것이라고 믿는 건가.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고 국민 역시 어리석지 않다. 손초는 온갖 폼을 다잡고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역사에 수치스러운 성어만 남겼다.
 
이 정권 역시 말로는 큰소리를 치다가 막상 눈앞에 이익이 있으면 스스로 비난하던 행동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게 습관처럼 돼버렸다. 비상식이 상식인 것처럼 변질됐다. 그런 정권이 과연 무엇을 역사에 남길 것인가.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이런 정권 하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현재 국민들로서는 윤 총장이 어떤 법을 어겼는지 납득할 수 없다. 추 장관이 제시한 여섯 가지 모두가 하나 같이 억지와 궤변 뿐이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 여당은 아예 법을 무시한 횡포로 법치주의를 망가뜨리고 있다. 과거 독재정권의 횡포보다 더 심하다는 분노의 소리가 사방 도처에서 들려온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직무 배제한 내용과 방식은 여러모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윤 총장은 여기에 ‘법적대응’을 외치고 있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실과 어긋나는 문 대통령의 엉뚱한 행보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국민으로서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대통령이 나라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다는 판단 아래 다른 행사에 참석하는 건지, 아니면 상황이 난처해 애써 외면하며 누군가의 그림자 뒤로 숨어버리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침묵은 이제 누구나 주목하는 현상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침묵의 메아리가 더 울려 퍼지는 줄 모르는 모양이다. 이른바 귀청 터지게 하는 침묵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말을 안 하는 건 아니다. 늘 하루에 하나씩은 한다. 다만 현안에 대해서만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을 뿐이다.
 
모든 국민이 술렁이는데도 오히려 탁현민 청와대 의전 주요비서관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등의 소감을 피력하며 자랑하기 바빴다.
 
법치파괴의 피해는 결국 모든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 죄는 용서받기 어렵다. 나라를 일신의 영달을 위해 무법천지로 만든 이들의 대오각성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촉구한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서 살고 싶다고 했다. 과연 문 대통령의 희망대로 임기가 끝난 후 고향으로 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최소한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뒤에 숨었다는 빈정거림을 듣지는 말아야 한다. 먼 훗날 또 한 명의 불운한 대통령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손초야 산중에 운둔하니 돌로 양치하다 이(齒牙)가 깨지건 물을 베고 눕던 저 혼자 일일 뿐이다. 그러나 나랏일은 다른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대한민국이 역사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또 하나의 비극적 가능성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다. 그저 머리를 심하게 맞은 것처럼 먹먹하다. 지도자를 잘못 뽑은 국민만 서럽고 불쌍하다.
 
“슬기로운 자는 재앙을 보면 숨어 피하여도 어리석은 자는 나가다가 해를 받느니라.<잠언 22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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