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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선심성 정치 포퓰리즘에 대한 전면전이 필요하다

판세를 뒤집으려면 현실에 기반한 설득력 있는 대안 제시 필요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2-01 10:28:12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공짜를 좋아하지 않는 국민은 없다. 위기가 닥치면 공짜 기대 심리가 커지기 마련이고 정치 포퓰리즘은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한다. 특히 선거가 닥치면 집권 세력들이 현금 살포를 통해 표를 사려는 유혹에 빠져든다.
 
한번 재미를 붙이면 쉽사리 이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반대 세력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치 후진국일수록 이런 경향이 노골적이다. 일시적 지원금이 피해 극복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지만 주는데 안 받을 이유가 없다. 주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가 나라 장래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특히 3차 대유행 이후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영업 제한으로 재산권이 손실이 컸다는 점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은 헌법에도 명시돼 있다는 것이 찬성하는 쪽의 주장이다. 반면 반대하는 쪽은 국가의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고 혈세라는 점에서 국민적 동의가 필요함을 지적한다. 지원 대상 혹은 규모, 다른 재난 사례와의 형평성 논란도 뜨거운 감자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 풀기 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점입가경이다. 재난 지원금 형태로 각국 정부가 1경원, 기업·가계가 1경 원으로 무려 2경원이라는 천문학적 유동성이 지난 1년 동안 풀렸다. 2020년 말 기준 IMF가 추산하고 있는 글로벌 부채 총액은 227조달러(약 30경원)에 달한다. 이는 세계 200여 국가의 연간 국내 총생산(GDP)의 3.65배로 세계인들이 3년 8개월 동안 번 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부어야 갚을 수 있는 규모다. 위기가 닥치면 큰 정부로의 회귀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세계가 충격적인 빚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양상이다.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가 진정되고 나면 그 후유증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올 것이며, 국가에 따라 이에 대한 명암이 엇갈릴 것이라는 점이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관건이며, 이는 경제의 회복과 직접 연결돼 있다. 포스트 코로나는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며, 국가도 이에 예외일 수 없다. 경제 체질이 약한 국가일수록 빚에 포로가 돼 일시적 금융위기가 닥치면 직격탄을 맞고 헤어나기 어려운 수렁에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한다.
 
적정 정부 부채 규모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겁다. 기축통화국과 비(非)기축통화국이냐에 따라 그 수준이 다를 수 있다. 또한, 각국의 부채 산정 기준이 다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적정선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것 또한 포퓰리즘 정부를 확대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연구기관에 제시하고 있는 우리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의 적정 정부 부채비율은 38% 내외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부채비율은 42%로 이를 초과하고 있으며, 국제적인 기준(공기업과 연금 부채 포함)으로 보면 106%로 껑충 올라선다.
 
설상가상으로 대한민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100.6%로 미국 혹은 주요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이런 현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나 국민 모두 빚에 대한 인식이 절대적으로 미흡하다. 미래야 어떻게 되든, 국가가 파산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돈을 당겨쓰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더 큰 걱정은 빚을 줄이거나 갚으려는 계획이나 방법은 실종되고, 심지어 이에 대한 거론조차 못하게 막고 있는 분위기다.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빚 갚을 방법 없어, 퍼주기에 앞서 활력 불어놓기가 선행돼야
 
이런 와중에 지난해 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경제성장률이 –1.0%로 22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다른 경쟁국보다 선방하면서 위기에 강한 국가라는 정부의 평가를 구태여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더해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대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교역 감소율이 10%에 달했지만, 다행히 수출은 2.5% 감소에 그쳐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내수는 5.0%나 감소해 체감 경기가 거의 바닥이다. 현 정부 들어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급증해 2019년 기준 27%를 넘어서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증가 속도가 배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제성장률은 둔화하는데 조세 부담만 늘어나고, 그에 따른 혜택도 신통치 않다면 국민적 불만은 커지기 마련이다. 세금을 내는 사람, 혜택을 받는 사람의 편차가 벌어질수록 이에 따른 갈등과 불신이 증폭된다. 상위 20%의 소득층이 소득세의 94%,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인 1% 미만의 기업이 법인세의 75%를 부담할 정도로 조세 편중 현상이 매우 지나치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부산 지방 보궐선거에 이어 대선(大選)까지 국가 재정지출 확대가 최대의 선거 이슈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권의 유력주자들은 실용주의자를 자처하면서 급진적 아젠다를 마구 쏟아낸다. 다른 잠룡들도 이에 뒤질세라 이런 분위기에 동승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반박하려면 설득력 있는 대안을 가지고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 80%가 손실보상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특정 여론조사까지 나온다.
 
하지만 연초인데도 불구하고 적자 국채가 이미 93.5조원에 달해 추가로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행정부 측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정치권의 기세가 워낙 거세다 보니 결국 백기를 드는 것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자기 집 살림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터인데 아무리 눈먼 돈이라고 하지만 국가 재정에 대해 이처럼 떡 주무르듯이 하는 정치권의 횡포가 수그러들지 않는다.
 
무턱대고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 국가·기업·개인의 부채 포트폴리오 관리와 국가의 지속적인 생존과 경쟁력 제고를 종합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당장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도 당연히 필요하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지원도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은 최소화하면서 기존에 책정된 올 예산을 재조정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금 지원보다 주먹구구식 영업 제한을 전면 재검토해 이들이 살아나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애써 참고 있지만, 제조업체들의 피해도 꽤 심각하다. 돈 뿌리기에 앞서 경제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들이 선행적으로 필요한 것인지를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생겨나야 세수가 늘어난다. 이에는 등한시하면서 선심성 세금 퍼주기에다 공무원 숫자 혹은 노인 일자리 늘리기 등으로 나라 곳간은 비어간다. 맞불을 놓으려면 모든 현상을 고려한 패키지 대안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결혼·출산은커녕 먹고 살 걱정에 연애할 여유조차 없다는 청년들의 넋두리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러다가 불가피하게 많은 경제주체들이 나라 안에 살지 못하고 밖에서 살아야 하는 엄중한 시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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