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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박선옥 부장|한원석 차장·배태용·한대의·정동현 기자] 문재인정부 출범 후 공무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가운데 공무원의 업무를 만들기 위해 애꿎은 혈세를 낭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경제원리를 완전히 배제한 일방적인 직군 배치에 따른 부작용으로 분석된다.
주민 공감 얻지 못하는 혈세낭비 사례… 강남구 미미위(MEMEWE)브랜드 사업
서울 강남구는 지난해 2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미미위(MEMEWE) 강남’ 이라는 도시 브랜드를 만들었다. 미미위 강남은 강남구가 추진하는 ‘스타일 브랜드’로 ‘나(ME), 너(ME), 우리(WE)가 함께 배려하고 존중하는 품격강남’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당신은 또 다른 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너’를 뜻하는 영문 단어 ‘You’ 대신 ‘나’를 뜻하는 ‘Me’로 표현했다는 게 강남구의 설명이다.
강남구가 내놓은 스타일브랜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최초의 사례다.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는 있었어도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자체 브랜드를 내놓는 경우는 처음이다. 과거 서울시가 스타일 브랜드인 ‘I SEOUL U’를 만들었다 실패한 사례를 기억하는 시민들은 기초지방자치단체로 분류되는 강남구가 굳이 스타일브랜드를 만든 데 대해 더욱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강남구의 ‘미미위 강남’ 스타일브랜드 사업에 대해 불필요한 사업 전개라고 평가했다. 이미 강남이라는 이름 자체가 가수 싸이(PSY)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진 마당에 ‘미미위 강남’을 만들 이유가 뭐가 있냐는 주장이다. 스타일브랜드에 투자되는 인력과 비용은 말 그대로 공무원들의 일자리 창출과 연결된 잘못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박영주 씨(52·가명)는 강남구가 추진한 스타일브랜드 사업에 관해 제대로 된 설명이나 안내사항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 “미미위를 ‘나(ME), 너(ME), 우리(WE)’라는 뜻으로 보는 것은 억지해석이 아니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면서 “주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스타일브랜드 사업은 강남구 주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의 일감을 만들고 성과를 부여하기 위한 일종의 전시성 행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도산공원에서 만난 강남구 주민 김서희 씨(48·가명)는 ‘미미위강남’ 조형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미미위 강남 조형물이 도심 곳곳에 있는데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공무원들이 넘쳐나니 주민들이 힘들게 벌어 낸 세금으로 쓸데없는 짓만 찾아서 하는 모양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들은 ‘미미위 강남’은 브랜드의 전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외국인들로 하여금 ‘강남스타일’로 기억되는 강남의 이미지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공무원들이 만든 강남구 브랜드가 오히려 강남구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적지 않았다.
강남구 주민 최정임 씨(68·가명)는 “미미위라고 이름 붙인 걸로 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보이기 위한 것 같은데 이미 외국인들이 강남하면 가수 싸이가 부른 강남스타일을 먼저 떠올린다”면서 “강남구가 뜬금없이 ‘미미위 강남’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구민들의 피같은 예산을 꼭 필요한 곳이 아닌 이런 곳에 투입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지 궁금하다. 공무원들 일거리를 만들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미미위 강남은 스타일 브랜드이므로 강남구의 이미지 변화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예산 낭비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강남구가 오래전부터 해온 사업이며, 우릴(공무원) 위한 것도 전시성 행정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조형물 하나를 설치하는 데 보통 2억원이 들어간다”면서 “우리가 예산을 들여 스타일 브랜드를 만드는 이유는 관광 사업을 통해 구민 모두에게 혜택이 가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강남구청 관계자는 조형물 설치 입찰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취재팀의 질문에는 응하지 않았다. 또한 관광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 이익 규모 등과 관련된 조사 결과 등의 자료 요구에 대해서도 답변을 거부했다.
공무원 독단 결정에 재개발 대신 도시재생사업…물 새고 금 간 집에서 불안에 떠는 주민들
공무원들의 전시성 행정은 공무원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을 넘어 불필요한 곳에 예산을 투입하는 혈세낭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에 있어 공무원들은 ‘아니면 말고’ 식의 행정처리를 일삼았고 그 조차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주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을 들 수 있다. 창신동의 경우 도시재생구역 지정 이전 재개발 지역으로 검토됐지만 사업에 차질을 빚었고 결국 2015년 도시재생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됐다. 이후 창신동에선 지역주민들에 직접적인 혜택이 없는 공원 정비 같은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됐다.
창신동 일대엔 지금까지 도시재생이라는 명목 하에 900억원이라는 엄청난 혈세가 투입됐다. 그 결과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산마루놀이터, 백남준기념관, 숭인1동 수수헌, 창신1동 토월, 창신2동 회오리마당, 채석장 전망대, 원각사도서관 등 주민생활 개선과는 거리가 먼 시설들이 만들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 지역 주민들은 도시재생에 대한 서울시의 예산 투자는 아까운 혈세 낭비일 뿐이라고 평가한다. 산마루 놀이터에서 만난 창신동 주민 김소월 씨(70)는 “도시재생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온 혜택은 하나도 없다”면서 “서울시가 추진하는 도시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가 무너져 이제는 더 이상의 신뢰를 바라기 힘들다. 도시재생이라는 굴레에 갇혀 혈세낭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 주민들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SH(서울주택도시공사)와 공동으로 아파트를 짓는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행정심판 소송 중이다. 창신동 주민 2650가구 중 25%가 공공재개발을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도시재생지역이란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반려했다.
[한대의·정동현 기자/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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