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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문용균 팀장|오주한·오창영 기자]그동안 지자체장 선거 때면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미명 아래 각종 선심성 공약이 난무했다. 그 결과 관광단지, 테마파크 등 겉보기에 그럴싸한 시설들이 전국 각지에 지어졌다. 공약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주민 의견이나 경제성 등을 고려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당초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다보니 착공에 예상보다 오랜 기간이 걸렸고 그만큼 사업비도 많이 투입됐다. 사업비 중 상당 부분은 국민 혈세였다. 설령 어렵사리 완공됐다 하더라도 당초 사업성이나 경제성이 배제돼 외면받고 방치된 경우도 허다했다.
완공까지 하세월 어등산 관광단지… 포퓰리즘 대표작 오명 춘천 레고랜드
군부대 포 사격장이던 전남 광주 광산구 운수동 어등산 일원(41만7531㎡)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관광단지 조성이 추진됐다. 해당 사업은 지역 역점사업으로 불리며 지역민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사업의 조속 추진은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공약이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사업 조속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해당 사업은 2000년대 중반 첫 테이프를 끊은 뒤 순탄하게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러나 국책사업에서 민자사업으로 사업 성격이 바뀐 뒤 우여곡절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2019년 12월 광주시는 해당 사업에 나선 서진건설의 우선 협상 대상자 지위를 공식 박탈했다. 사업 협약에 응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서진건설은 지난해 5월 광주시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 달라며 광주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기각됐으나 바로 항고했고 재판부는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후 광주시는 대법원에 재항고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주시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인 서진건설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청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워낙 큰 금액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보니 민간사업자는 수익성을, 관은 공공성을 따져 어려움이 많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우선 협상자 지위 취소 처분을 취소하고 현재 협상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은 재개됐지만 재정이 많이 들고 기간도 길게 설정할 수밖에 없어 언제 완공된다고 예상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춘천 레고랜드’도 포퓰리즘 개발 공약의 부작용 사례로 꼽힌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보궐선거로 최초 당선됐던 2011년 당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춘천 레고랜드 사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내년부터 공사가 시작되면 중도와 춘천역 인근에 레고랜드를 2014년까지 조성해 개장하고 이후 2018년까지 상중도에 스파단지와 하중도에 레고랜드 공원, 해양스포츠단지, 콘도, 워터파크, 호텔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그 후 강원도는 테마파크 개장을 2015년으로 한번 연기했지만 사업 참여 주주 간 이견 조율과 사업부지 민원 해결 등을 이유로 2016년 또 한 차례 연기 발표를 했다. 그러고도 동절기 공사 중단, 시험가동 등을 이유로 2017년 3월로 개장 연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테마파크 주변 강원도 도유지를 매각해 사업비를 조달하겠다는 구상이 자금 조달 부족과 기반조성 미비 등으로 성사되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자 공사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레고랜드 운영사이자 춘천 레고랜드 공동 투자사인 영국 멀린사의 투자를 확대하는 계약을 다시 체결했지만 지난해 7월 개장 구상은 올해 7월로 또 미뤄졌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켜질지 불분명하다. 지난해 10월경 레고랜드 불공정 계약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최근엔 레고랜드 사업을 즉각 철수하라는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중도역사문화진흥원의 오정규 본부장은 스카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섣부른 판단으로 시간과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며 “중도유적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레고랜드를 철수해야 한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부지 일대는 고대 기획도시로 추정돼 역사적 가치가 엄청나다”고 주장했다.
1400억 들여 짓고 연 100억 써서 운영하는 삼국유사테마파크, 6개월 수익 많아야 10억
‘경제성’을 따지는 장치인 ‘예비타당성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업들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지만 무방비로 방치돼 혈세낭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경상북도 군위군 의흥면 이지리 산107번지 일대(72만2263㎡)에 조성된 ‘삼국유사테마파크’(지난해 7월 1일 개장)가 대표적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직접 찾은 삼국유사테마파크는 황량함 그 자체였다. 후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평일이란 점을 감안해도 테마파크 안은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역 목적으로 작성하는 명부엔 적힌 방문객은 오전 두 팀에 불과했다.
상점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수도권에서 장사를 하기 위해 내려왔다는 한 남성은 “평일엔 손님이 없어 문을 닫고 주말장사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휴게소 식당을 연상시키는 공간엔 직원들만 모여 있었다. 편의점 온장고는 꺼져있어 추운 날씨에도 따뜻한 음료를 마실 수 없었다.
테마파크를 취재하는 동안 관람객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직원들만 인사를 걸어왔다. 한 시간 정도 취재한 후에야 출입구에서 드디어 방문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눈썰매를 탈 수 있다고 들어 방문했다”고 말했다. 삼국유사테마파크의 취지가 무색한 순간이었다.
해당 사업엔 국비 730억원, 도비 99억원, 군비 533억원, 민자 44억원 등 총 1406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부터 내년 6월까지 운영비로 102억4200만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현 상태론 사업비는커녕 운영비나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뒤따른다.
군위군 관계자는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8만1000명이 방문했다”며 “군위군민이 6%( 4860명), 대구·경북도민이 87%(7만470명), 기타 7%(5670명) 등이다”고 설명했다. 입장권은 만 19세 이상 성인기준 9000원이다. 청소년·어린이(만 3세~18세)는 8000원이다. 대구·경북 거주자의 경우 프로모션에 따라 2000원 저렴하고, 군위 군민은 50% 값이 적용된다.
‘해룡열차’ ‘해룡슬라이드’를 이용할 경우 추가요금이 붙는다. 성인 기준 프로모션 없이 입장권, 해룡열차, 해룡슬라이드를 모두 이용하려면 1만6000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방문객을 성인 30%, 청소년·어린이 70%라 잡고 입장권만 이용했다고 가정하면 개장 후 수익은 5억1119만1000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할인이 없더라도 연간 운영비 1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포퓰리즘 개발 공약과 관련해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토 개발 관점에서 면밀히 따져야 하지만 정치 이슈에 따라 선심성으로 추진하거나 공약으로 거론되는 곳이 너무 많다”며 “짓고 나서도 경제성이 없어 적자에 허덕이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를 잡기 위해 공약을 쏟아낼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용균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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