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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선거의 神’ 무너지다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3-31 09:14:11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4차례의 큰 선거에서 연전연승 거둔 민주당
/‘권력 중독’에 빠져 허겁지겁 먹어치우던 중
/보궐선거 위기감에 안절부절 못하며 균열현상
/승승장구 비결은 ‘서커스’와 ‘빵’임을 드러내
/설사 승리해도 기다리는 건 초라한 ‘인간선언’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는 ‘선거의 신(神)’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선거 때마다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4번의 큰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눈부신 승리가 이어지는 동안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나라가 정확히 둘로 쪼개지면서 오로지 승리한 절반을 위한 나라가 됐다. 똑같은 시위를 해도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치도곤을 당한다.
 
집권 세력은 ‘권력 중독’ 상태다. 대한민국의 온갖 권력을 독점했으면서도 아직도 성에 안 차는지 목말라 한다. 이전 정권들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타락하지는 않았다. 나라 곳간 여기저기에 구멍이 뚫려 경고 사이렌이 울려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선거의 신’이 소유한 절대 반지를 휘둘러 승리만 만들어내면 모든 것이 덮어지고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들에겐 정권 재창출이 곧 ‘정의’다.
 
민주당의 자신감은 특히 우파 세력의 궤멸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적이 사라졌으니 앞으로의 선거는 ‘땅 집고 헤엄치기’였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이들의 철옹성에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변화다.
 
민주당의 이낙연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주 ‘국민 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쳤다. ‘잘못을 통렬히 반성한다’는 말과 함께 ‘겸손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국민을 뵙겠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잘못했으나 앞으로 잘해볼 테니 이번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달라는 얘기였다.
민주당 지도부의 발언이 맞나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현 정권의 잘못을 지적할라 치면 들어볼 생각은커녕 남에게 호통치고 역정부터 내던 사람들이었다. ‘싸가지’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그러던 이들이 돌연 ‘반성’과 ‘겸손’을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이 크게 흔들리는 낌새는 이보다 먼저 박영선 민주당 후보 쪽에서 감지됐다. 서울 국회의원 49명 중에서 41명을 차지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는 민주당 후보가 여유와 느긋함은커녕 뭔가에 쫓기는 듯 좌불안석이다.
 
전임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에서 비롯된 선거임에도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불렀던 3인방을 선거 캠프에 중용한 것부터 이들의 심리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상대방 진영의 안철수 씨가 3인방을 “쫓아내야 한다”고 공격하자 박영선 후보는 스텝이 더 꼬였다. 그래서 불쑥 나온 반응이 ‘여성 비하이자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발언’이라는 엉뚱한 화살이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성추행 피해자를 한 번 더 괴롭히는 캠프 구성을 한 게 잘못된 것이지, 그 잘못을 고치라는 요구가 왜 여성 비하인지 알 수 없다.
 
“10만원 줄께 표를 달라”는 1호 공약은 서울 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박 후보 가족의 도쿄아파트 소유를 비판한 야당 정치인들을 허위사실 유포와 모욕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것도 대체 무슨 죄가 되는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더구나 정계에서 은퇴한 줄 알았던 이해찬 전 대표가 민주당 국회의원이 다수 관련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대해 “위는 맑은데 바닥이 잘못”이라고 말하며 다시 등장해 ‘황당 어록’을 추가했다. 최근 민주당의 행보에서는 얼마 전까지 ‘선거의 신’으로서 위풍당당했고, 한편으로 방약무인(傍若無人)했던 면모가 싹 사라졌다. “여기서 권력을 놓치면 절대 안 되는데”라는 종종걸음만 보일 뿐이다.
 
이들이 패닉에 빠진 최대 이유는 물론 심상치 않은 민심이다. 민주당은 자신 넘쳤던 서울과, 가덕도공항이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했던 부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이낙연 위원장의 ‘반성문’이 나오자 당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SNS 어록이 인터넷에 소환됐다. 조 전 장관은 2010년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사퇴에 대해 ‘파리가 앞발을 싹싹 비빌 때 이놈이 사과한다고 착각하지 말아라’고 언급한 적 있다. 다급한 반성문에 대한 가차 없는 조롱이다. 등 돌린 민심의 싸늘한 냉기가 느껴진다.
 
그럼에도 이해찬의 구원 등판과 임종석의 ‘박원순 헌사’(“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등 일련의 민주당 행동들이 모두 원대한 그림을 갖고 치밀하게 계산된 것일 수도 있다. 과거 ‘선거의 신’의 현란한 개인기에 매료됐던 사람들일수록 이런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번만은 아니다.
 
최근 문재인 정권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손절 처리에 나선 것만 봐도 그렇다. 교육부가 조국 딸의 부정 입학에 대해 부산대에 서둘러 신호를 보낸 것은 보나마나 선거를 의식한 대응이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천안함 추모 행사에 갑자기 신경을 쓰는 흉내를 낸 것도 위기감의 다른 표현이다. 임대차법 시행에 앞서 전세금을 크게 올린 청와대 정책실장은 하루 만에 경질했다.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4년 만에 처음 만나는 낯선 장면이다. 권력의 폭주를 멈추는 브레이크 장치는 결국 국민이고 선거임을 실감하게 된다.
 
민주당을 ‘신의 경지’에 오르게 만든 필살기는 사실 특출 난 게 아니었다.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표현을 빌자면 ‘서커스’와 ‘빵’이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가 회동한 싱가포르 만남을 바로 선거 전날에 연출해 전무후무한 압승을 이끌어냈다. ‘평화 쇼’라는 서커스다.
 
2020년 총선 때는 재난지원금이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민주당의 180석을 추동했다. 이때 최고의 추임새는 ‘친절한 재인 씨’ 몫이었다. 총선 바로 전날에 문 대통령은 “재난지원금 신청부터 받으라”고 자상하게 지시했다. 이런 솜씨도 실력이라면 실력이지만 자꾸 반복되면 효과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일주일 남은 이번 선거의 승패는 아직 알 수 없다. ‘선거의 신’ 답게 민주당은 선거판 곳곳에 테크닉과 주술을 걸어 놓았다. 그동안 갈고닦아온 기량을 한꺼번에 쏟아 붓는 총력전이다. 하지만 만약 민주당이 승리를 하더라도 내세울 건 못된다. 성범죄에서 출발해 약속 뒤집기 등 온갖 술수를 동원한 이번 선거는 자칭 민주화 세력에 가장 부끄러운 선거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선거 후 이들을 기다리는 건 ‘선거의 신’이라는 찬사가 아닌, 초라한 ‘인간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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