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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모든 비리 근원은 공사(公私) 분별력 없는 무리의 공직 참여

선진국, 사적 이익 챙기려는 자의 공직참여 배제

우리는 요직에 아직도 낙하산 인사 줄줄이 입성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05 10:50:07

▲ 김상철 G&C Factory 대표
 공정거래위원장과 정책실장이라는 핵심 요직에 앉아있던 인사가 위선의 ‘끝판왕’다운 불명예 퇴진했다. 낡은 가방을 마치 신줏단지처럼 들고 다니면서 서민 코스프레를 할 때 그의 허영과 가식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덕과 능력의 잣대에서 함량 미달인 인물치고는 꽤 오랜 시간 권력의 한복판에 있었다. 난세에는 이런 인물이 득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말로가 좋지 않았던 것은 경험적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정부의 주요 요직에 있거나 물러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초록은 동색’이라고 할 정도로 별반 차이가 없다. 이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되고 있는 치명적 약점은 금전, 여성, 자녀교육 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유난히 ‘~척’ 하면서 남의 허점에 대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지만 정작 자기의 모순에 대해선 매우 관대하다. 그래서 내로남불 혹은 적반하장이라고 하는 것이다. 국민은 답답하다.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권력을 쟁취한 이들로부터 등을 돌리는 세대들이 늘어나고, 급기야 새로운 대안 세력을 찾아 나서고 있다.
 
왜 이런 부끄러운 자화상이 세월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인가. 이를 한마디로 요약해서 정리하면 공(公)과 사(私)의 엄격한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자질은 고사하고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으면 공적인 자리를 아예 탐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서구 민주주의, 즉 국가 경영이 제대로 되는 선진 국가들이 철저하게 신봉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전통적 불문율이다.
 
사적인 욕망을 탐닉하거나 도덕적으로 완벽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아예 공공 부문의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격적인 추태들을 보면 대부분이 공사를 구분하지 못함으로 인해 생겨나고 있는 인재(人災)다. 이번에 터진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표적 사례다. 공적인 자리에 앉아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긴 것이다. 전형적으로 후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망국병(病)이다. 다행히 이번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으니 망정이지 이런 비리나 부패는 압축 성장 과정에서 깊숙하게 뿌리박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이런 국가들에 흔히 발견되는 특징은 큰 정부를 지향하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관변단체가 정부를 훈수해 갖은 규제와 변칙적 게임의 룰을 만들어낸다. 민간의 창의성이나 주도권은 억제하고 관 혹은 공공주도를 선호한다. 시장 기능을 의심하고, 공공이 해야 정의와 공정을 담보할 수 있다고 호도한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서 이런 관행이 노골적이면서 대담하게 행해지고 있다. 역사는 경험적으로 정부의 크기와 공직자의 부패는 비례한다는 것을 익히 깨우쳐준다.
 
작은 정부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공직자의 도덕적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첩경이다. 시대 정신적인 차원에서 접근해 보더라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큰 정부가 아니고 작은 정부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의 성장 패러다임을 만들어내야 안정적인 성장 동력을 발굴해낼 수 있다. 다수의 선진국이 가장 고민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우리 미래 세대들의 짐을 덜어주고, 포스트 코로나로 생겨나는 뉴노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디지털 주도 사회로의 전환은 작은 정부의 필요성에 설득력을 준다.
 
국민 인내심 한계, 20대의 이유 있는 분노와 항변이 세상을 바꾸는 도화선이 되길 바란다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국가 시스템에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현상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뀌면 탐욕적인 무리가 한탕을 하려고 벌떼처럼 덤벼든다. 이들은 정부를 움직여 공공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를 양산하고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얻으려고 눈알이 시뻘겋다. 당연히 전문가나 경험자들의 조언은 무시하며, 기존에 있는 것들은 아예 손바닥처럼 뒤엎는다. 이에서 파생되는 비리는 비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에 그치지 않는다.
 
고위 공직자의 절반이 땅을 보유하고 있는 상위 5%의 부자라고 한다. 땅뿐만 아니고 그들이 가진 내부 정보를 가지고 취득한 아파트나 주식까지로 확대하면 지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자고 일어나면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 구설수가 매스컴을 도배한다. 정권 말기인데도 낙하산 인사가 여전히 줄을 잇는다. 막판에 들어가 끝물이라도 삼키려는 심산인 것 같다. 소를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뒤늦게 관련 법을 만든다고 법석이다. 그러나 원천적으로 사적 이익에 눈먼 인사들이 공직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우선 해야 할 일이다.
 
이 와중에 여권에서 ‘민주유공자 예우법’이라는 것을 추진하다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른바 운동권의 셀프 특혜법이다. 민주화 유공자 자녀들의 중고교·대학 수업료, 의료비용, 주택 대부, 직업훈련비 등에 특혜를 주겠다는 내용이다. 상당수 집권당 인사들이 이 법의 수혜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가 봐도 웃을 일이다. 그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이바지했다는 우리의 민주화가 이 수준이라면 오히려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지 않을까. 설사 조금의 기여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더 겸손해지고, 현재도 진행 중인 민주화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이 땅의 민주화는 이름도 성도 알려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신봉하고 묵묵히 산업화를 통해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를 만든 기업인과 노동자들이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이라는 발상은 기회가 왔을 때 한탕 하려는 천민정치 문화의 완결판이자 막장 드라마다.
 
지난 4년간 국민은 실망과 한숨으로 사리사욕으로 가득찬 무리들의 온갖 전횡과 만용을 지켜보고 있다. 이들의 불공정과 반민주, 무능과 특권의식에 신물이 나지만 격한 인내심으로 삭히면서 시름한다. 마침내 이들의 지지 기반도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20대를 필두로 30·40대의 견고한 지지에 금이 가고 있는 모양이다. 그들이 돌아선 이유는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 절망이 더 커져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가면 부모보다 경제적으로 더 못 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다.
 
문민정부가 출범한 지 30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의와 공정, 상식과 도덕의 족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자신들의 배만 불리려고 안달하는 ‘꼰대’들의 유치찬란한 행위들을 보면서 젊은층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유 있는 항변이 세상을 바꾸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며 위안을 가져본다. 단순히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구심점으로 우리 기득권의 물갈이를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판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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