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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21세기 신(新)냉전은 지식·기술·데이터 전쟁

공화주의 국가 간 지본주의(知本主義) 가치동맹 강화해야

한국, 中에 지식·기술 유출 땐 동맹에서 배제·후진국 될것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4-08 09:15:36

▲ 최재기 공화주의 칼럼니스트
중국은 결코 미국을 추월할 수 없다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언론과 지식계급은 별다른 말이 없는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제치고 유일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논란이 한창이다. 중국 공산당을 마음으로 숭상하는 집권 세력의 입맛에 영합하려는 행태라고 본다.
 
“중국 경제 매체 진스(金十)데이터는 지난달 ‘중국의 올해 성장률은 정부 목표치(6%)를 훨씬 넘어 8~9%에 이를 전망이다’며 ‘2025년이면 세계 1위 경제 대국이 될 것이다’고 했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2023년 추월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일보, 2021.4.1.)
 
모든 언론이 선전 선동기관인 공산 독재 국가에서 한 언론이 당 중앙의 요구에 부응해 중국의 국력이 조만간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사실 전달과 권력 비판을 존재 이유로 삼는 공화정 국가의 언론은 전체주의 국가 언론의 보도에는 선전 선동의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파악한 후 인용할 책무가 있다.
 
각 나라의 성취도나 국력의 비교는 일차적으로는 경제력으로 비교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세기까지 경제적 가치의 원천은 자본과 노동이라는 생각이 널리 받아들여졌고 이를 기반으로 GDP 개념을 개발해 활용했다. 그러나 경제적 가치의 주요 원천이 지식과 데이터로 바뀌는 지식경제시대에는 20세기 식 GDP 비교로 국가적 성취 역량을 평가하기 어렵다.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추월한다고 떠드는 저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판단을 왜곡해 자신들이 정신적으로 숭상하는 중국의 영향 하에 대한민국을 묶어두려는 것이라고 본다.
 
수정주의(revisionism), 즉 수정 사회주의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미국 정부는 중국 공산 정권의 존재가 미국의 국가적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행한 많은 정책을 폐기하고 있지만 대중국 정책만큼은 궤를 같이 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의 국가 노선을 ‘수정주의’로 규정하고 대응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수정주의(revisionism), 즉 수정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 즉 정치 경제 모든 영역을 공산당이 독재하는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 체제는 체제를 유지할 자체적 생산력을 만들어낼 수 없어 스스로 무너졌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교묘한 대처 방안을 고안했다. 대외적으로 ‘개혁 개방’을 내세우며 세계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해 경제 성장을 이루고 인민들에게 재산권을 부분적으로 보장해 자유를 주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정치는 공산당 식 전체주의 권력을 강화하는 체제를 채택했다. 바로 이것이 수정주의, 수정 사회주의다.
 
본질적으로 국가의 모든 영역에 개입할 수 있는 전체주의 권력을 고수하면서 경제 영역에서만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은 허구다. 지금 중국 정권은 민간 기업에도 당 세포 조직을 구성하라고 강제한다. 과거 모택동 시절처럼 전체주의 독재 체제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투자하고 개혁 개방을 이끌어 중국 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자연스레 중국 국민의 재산권이 보호되고 정치적 자유화가 진척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착각이었다. 경제가 성장하자 중국 공산당 정권은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신기술을 악용해 자국민을 대상으로 강력한 감시망을 구축하고 소수 민족의 인권을 말살했다. 또 주변국에 패권을 휘두르고 국제 사회의 공인된 규범을 부수는 등 전체주의 권력을 확장했다.
 
이제 미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이 미국의 가치를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인식하고 신(新) 냉전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와 공화주의 국가는 본질적으로 양립·공존할 수 없다. 신 냉전은 물질적 자본을 두고 소련 블록과 경쟁했던 20세기의 구(舊) 냉전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식경제시대 신 냉전의 전개양상
 
21세기는 지식경제시대, 지본주의(知本主義)시대다. 경제적 가치의 원천은 산업자본주의 때 중요했던 자본과 노동에서 점차 지식과 데이터로 옮겨가고 있다. 지식경제시대인 21세기에 펼쳐질 신 냉전은 바로 이런 지식과 기술, 데이터의 확보 싸움이 될 것이다.
 
첫째, 공화주의 국가 진영은 자국에서 생산된 지식 체계와 기술을 지키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자체적으로 지식과 데이터를 생산하기 어려운 전체주의 국가들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 공화주의 국가들이 생산한 지식과 기술을 훔칠 수밖에 없다. 지식과 기술을 훔치려는 전체주의, 수정 사회주의 국가 진영과 이를 막으려는 공화주의 국가 진영 간의 대립이 신 냉전의 기본 개념이 될 것이다.
 
민수용이지만 군수용으로 전용이 가능한 지식과 기술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려 할 것이다. 산업 스파이를 막기 위한 장치를 정치권에서부터 학계나 작은 기술 기업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구축할 것이다. 기업 인수 합병을 악용한 기술의 탈취와 강제 이전을 막기 위해 투자자를 신중히 가리는 제도를 만들 것이다. 데이터의 유출을 막기 위해 필요시 데이터 기업의 영업활동에 제한을 둘 것이고 신뢰 가능한 공화주의 국가에만 데이터 센터를 둘 것이다.
 
둘째, 지식과 기술은 교육받은 지식 생산자가 생산하고 지식 생산자 간의 자유로운 협업이 보장되며 지식재산권을 잘 보호해주는 나라에 축적된다. 바로 시민의 생명·자유·재산을 보호하는 공화주의 국가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공화주의 국가 진영은 수정 사회주의 등 전체주의 국가 출신 인력들이 지식 체계에 대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체계적으로 차단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나 중국군과 연계된 학생, 연구자 등은 지식 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연구 집단, 학계 등에서 배제시켜 나갈 것이다. 중국 등 전체주의 국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연구는 위축될 것이고 또 협업 연구자를 구할 수 없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가치관을 허물기 위해 설립된 미국 각 대학의 공자 학원은 대부분 폐쇄될 것이다.
 
셋째, 공화주의 진영은 가치동맹의 조건으로 동맹국들에게 지식과 기술의 전체주의 진영으로의 유출을 막을 것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
 
신 냉전이 본격화되면 지식과 기술을 전체주의 진영으로 넘기거나 유출을 방임하는 나라는 가치동맹 진영에서 배제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의 본질이다. 형식적으로 동맹은 유지되더라도 지식과 기술을 유출하는 나라에는 새로운 기술의 이전을 차단할 것이다. 미국이 삼성전자를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초청한 이유를 잘 파악해야 한다.
 
지식 선진국과 협업, 공화주의 가치동맹만이 살 길이다
 
세계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는 현 정권의 무능과 거짓말을 더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다다른 느낌이다. 현 상태를 방치하다간 우리 후손들의 미래는 없어질 것이다. 국민은 살 길을 찾기 위해 결단해야 할 때다. 
 
이달 3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시진핑이 방한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중국 측 발표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 오히려 중국 측의 발표문에서 주목할 점은 따로 있다.
 
“‘5G·빅데이터·녹색경제·인공지능·집적회로·신에너지·바이오산업 등의 영역에서 협력을 중점적으로 강화하기를 희망한다’는 왕이 외교부장의 발언도 샤먼 회담 발표문에 새롭게 등장했다. 미국의 기술 포위망을 뚫기 위해 한국을 활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2021.4.5.)
 
왕이는 바로 중국이 갈망하는 지식과 기술을 얻을 수 있는 산업을 정확히 명기해 한국 정권에 협력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현 정권은 이에 대해 어디까지 약속했는지 밝혀야 한다.
 
미국은 공화주의 동맹국이라고 믿고 자국에서 생산된 지식과 기술을 대한민국 연구자와 기업에 넘겨줬다. 이를 토대로 산업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기업 간 협력이라는 미명으로 그 지식과 기술을 중국으로 넘긴다면 앞으로 미국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대한민국의 연구자나 기업에 넘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몇 년 지나면 대한민국은 후진국이 될 것이다.
 
정권의 주문이 있더라도 우리 기업들은 주의해야 한다. 전체주의 국가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민간 기업’은 없다. 수정 사회주의 국가의 기업과 투자나 기술 협력을 하다가 미국 등으로부터 기술 유출 기업으로 적발될 시에는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탈락한 이유를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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