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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의 법으로 세상읽기

로스쿨 개혁, 더 늦추면 ‘정부 사기극’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5-05 09:55:14

 
▲이동호 변호사
/법무부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 결정에 변협 반발
/변협의 변시합격자 연수생 규모 축소에 법무부 반발
/문제 원인, 시장 수용 한계 넘는 합격자 배출에 있어
/정부, 변호사 숫자 결정에 손떼고 중립기구에 맡겨야
/변시 합격률을 높이되 의대처럼 6년제 등 고민 필요
 
4월 30일자 중앙일보 ‘조강수의 직격인터뷰’에 실린 송상현 전 서울대 법대 교수 겸 국제형사재판소장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 시절 로스쿨 도입 관련 일화가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사법개혁추진위원으로 활동하던 2005년경에 노 대통령을 만나 로스쿨 성공을 위해 두 가지를 역설했다고 한다. 하나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이고 또 하나는 법학 교육 방법의 획기적 변환인데, 투자의 경우 정부가 첫 해에 적어도 1조원은 풀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때 노 대통령이 법학 교육 문제는 송 전 교수에게 맡기면서 돈 문제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했다는데 결국은 아무 것도 된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로스쿨이 삐걱거린다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무겁다고 토로했다.
 
송상현 전 소장의 말처럼 요즘 법조계는 로스쿨과 밀접한 문제인 변호사 배출 인원 문제로 시끄럽다. 법무부가 4월 21일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적정선으로 요구한 1200명을 훌쩍 넘는 1706명을 확정해서 변협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변호사이기 때문에 솔직히 밥그릇 문제에 신경이 가서 배출 인원이 확실히 줄기를 바란다. 그러나 밥그릇 문제를 떠나서도 고도 성장기가 아닌데도 언제까지 저렇게 많은 변호사를 배출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이슈가 하나 더 있는데 변협이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해 제공하던 실무연수 인원을 기존 700명에서 200명 선으로 대폭 제한해 버린 일이다.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법무법인이나 정부기관 같은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6개월 이상 실무에 종사하거나 연수를 받아야 비로소 개업할 수 있는데 시험에 합격하고도 법률사무종사기관을 구하지 못한, 쉽게 말해 취업에 실패한 합격생들이 찾아가는 연수기관이 바로 변협이었다. 최근 4년간 그 숫자가 700명 선이었다고 하니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절반 가까운 인원이 취업을 못 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6개월 변협 연수 후에 택할 수 있는 길은 개업밖에 없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강제 개업’ 또는 ‘개업 당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도 변협이 연수를 받아줬기 때문에 6개월 후에는 변호사로서 업무를 개시할 수 있었는데 그 연수 인원이 200명으로 줄면 나머지 500명은 ‘낙동강 오리알’과도 같은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를 두고 변협이 변호사 배출 인원을 줄이려고 ‘사다리 걷어차기’를 했다고 비난하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변협은 이미 3월부터 연수 인원 축소를 표명했는데 그 이유는 국회가 변협에 지원하던 연수 예산 5억원을 수익자부담 원칙을 이유로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공무원도 아닌 자영업자가 될 사람들에게 왜 국비를 지원하느냐는 논리일텐데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법무부조차 변협을 비난하고 있는데 이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법무부는 국회의 예산 삭감을 방어해 주지 못했고 업계 대변자인 변협 요구보다 훨씬 많은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확정해 놓고는 그 절반 가까운 취업 실패 인원에 대한 연수 책임만을 변협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전적인 이유는 시장이 수용하지 못할 만큼 많은 변호사 배출 숫자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변호사시험 선발 인원은 제1회였던 2012년 1451명을 시작으로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1600명을 넘지 않다가 2019년 1691명, 2020년 1768명, 올해 1706명으로 특히 이 정부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 개업한 필자의 등록번호가 9500번 대였는데 바로 그해 변호사 등록 1만명을 기록해 화제가 됐었다. 근대적 의미의 변호사가 처음 배출된 때가 대한제국 시절인 1906년이니 1만 명 배출까지 딱 100년이 걸렸던 셈이다. 그런데 불과 8년 후인 2014년에 2만 명, 또 5년 후인 2019년에 3만 명을 돌파해 버렸다. 과거에 변호사 숫자가 너무 적어서 변호사들이 누리는 이익이 너무 크고 국민들의 법률 서비스 접근이 어렵다는 반성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배출 인원을 늘리기 시작한 것인데 그렇다고 해도 한 직업군을 짧은 시간에 이렇게까지 급격히 늘리는 것은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합격자를 더 늘리는 이유는 변호사시험 불합격자가 쌓이면서 갈수록 응시 인원 대비 합격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1회 시험 합격률이 87%였는데 갈수록 낮아져서 2018년 제7회 시험에서는 급기야 50% 밑으로 주저앉았다. 제8회부터 선발인원을 1600명 이상으로 늘리면서 가까스로 50%를 다시 넘어섰고 올해 합격률은 54%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2명 중 1 명만 붙는 셈이다. 내가 만약 로스쿨 신입생이라면 나랑 내 옆 동기 중 한 명은 첫 시험에서 반드시 떨어진다는 것이니 3년 내내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릴 것 같다.
 
이처럼 로스쿨의 현실이 녹록지 않음에도 소위 ‘사짜’ 직업에 여전히 변호사가 빠지지 않고 있고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관심이 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심지어는 로스쿨을 소재로 한 드라마까지 나와 지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지고 평생직장이 사라질수록 청년들은 그래도 믿을 건 자격증이라는 기대로 로스쿨에 진학하고 그 부모들은 자기들 젊은 시절의 로망대로 내 자식이 판검사가 되거나 높은 연봉을 받는 대형로펌 변호사가 되어 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인원은 전체 합격자의 30% 정도, 넉넉히 잡아도 50% 내외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럼 나머지 50%의 합격자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살벌한 취업 전쟁, 수임 전쟁에 내몰리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로스쿨의 현실을 보면 이것은 정부가 청년과 그 부모를 상대로 벌이는 한판의 사기극이자 변호사 업계를 상대로 벌이는 시장 교란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주도해서 법조인 양성 통로를 로스쿨로 단일화한 후 시장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변호사 후보를 뽑아 놓고는 자영업자라는 이유로 시장에 내던져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법시험 시절에도 합격자 수를 정부가 결정하지 않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 때는 정당성이 있었던 것이 사법시험 합격자의 연수를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졌기 때문이다. 2년간의 사법연수원 기간 동안 법원과 검찰 인력을 동원해서 양질의 교육을 시켜줬고 소정의 월급까지 줬다. 물론 국가가 우선 판검사와 법무관 인력을 뽑아갈 목적이었지만 변호사 업계도 곧바로 실전 투입 가능한 인력을 받아먹는 호사를 누렸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로스쿨에 무슨 예산을 지원해 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국회가 변협에 주던 변호사 연수 예산 5억원마저 전부 없앴는데 무슨 명목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를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데는 특히 이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이 정부 전신인 노무현정부 시절에 로스쿨 도입이 결정됐고 그 실무를 챙긴 대통령비서실장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인데 정권 잡고 4년 동안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 늘려준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무책임하기 그지없다고 할 것이다.
 
로스쿨 10년을 보낸 지금, 이제는 원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우선 합격자 숫자 확정에 있어서 법무부는 당장 손을 떼거나 아니면 여러 이해관계자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변협과 로스쿨이 중심이 되고 중립적인 시민단체 등이 모여서 심도 깊은 시장 분석을 통해 적정한 선발인원을 도출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로스쿨 제도를 계속 유지하겠다면 합격률은 의사고시 수준인 80%까지는 끌어 올려줘야 한다고 본다. 로스쿨 3년을 마치고도 절반 밖에 합격을 못한다면 재수, 삼수가 필연적인데 이럴 거면 고시 낭인을 없애겠다고 로스쿨을 설립했던 명분이 완전히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 학부 4년과 전문대학원 2~3년을 통합과정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싶다. 학부 4년 마친 후에 성적이 우수한 희망자에 한해서만 로스쿨 진학 기회를 부여하고 빈자리에는 타 전공자나 사회인을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학부가 부활되면 로스쿨도 큰 부담을 더는데 불과 40명 정원의 로스쿨(제주대, 강원대, 건국대, 서강대)도 무려 30명 가까운 교수진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너무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변호사가 아니라도 명문대학 법학과 출신의 기업인, 공무원, 금융인이 왜 나와서는 안 되냐는 말이다. 하여튼 해법은 여러 가지가 나올 수 있겠지만 이대로 변호사시험 합격자만 늘려주는 식으로 로스쿨 개혁을 방치한다면 몇 년 후에 정부가 벌인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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