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로 보는 상권|빌딩|재건축 뉴스

뒤로 리스트 인쇄
news only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

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이준석 돌풍’의 진짜 이유

스카이데일리(skyedaily@skyedaily.com)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6-09 10:55:55

 
▲홍찬식 칼럼니스트(전 동아일보 수석논설위원)
/좌파 지지에서 우파 지지로 급선회한 젊은이들
/현 정권의 실체 보고 이쪽저쪽 다 거부감 느껴
/이제는 새로운 얼굴 내놓아 보라는 분노의 표출
/내 문제 해결 바라는 탈이념‧개인주의가 새 현상
/변화흐름 잘 포착하는 정치세력이 대권 잡을 것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우파 정당의 손을 들어줬던 2030세대의 표심은 ‘정권 심판’으로 요약됐으나 그 이유만으론 풀리지 않는 것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좌파 정당인데 젊은 세대들이 ‘좌파 본성’을 그렇게 쉽게 버릴 수 있을까 납득하기 어렵다. 젊은 사람들 치고 좌파에 기울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나이 든 사람 치고 우파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는 유명한 말도 있지 않은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만들어준 열성 지지층이 어떻게 1년 만에 정반대로 돌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11일 치러지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신세대’ 이준석이 일으키는 돌풍을 보면서 어렴풋이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다. 2030세대들이 주도하는 이준석 현상은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낡은 정치인들은 이제 뒤로 좀 빠지라는 분노의 표출이다.
 
민주와 정의를 내세웠던 좌파 정권이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주는 현 정권에 그마나 ‘업적’이 있다면 좌파의 실체를 국민에게 분명히 보여준 일이었다. 깨끗한 줄 알았던 사람들이 알고 보니 한 술 더 뜬 광경은 ‘참교육’ 그 자체였다. 젊은 세대들은 이쪽저쪽 다 파악했으니까 앞으로는 새로운 얼굴을 내놓으라는 청구서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2030의 사고방식이다. 좌파 우파를 손바닥 뒤집듯 오갈 수 있는 세대라면 도대체 정체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기성세대들이 소통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단 드러난 현상만을 놓고 보면 좌파 우파의 기존 개념으로는 분류되지 않는 탈이념에다, 집단보다는 개인이 먼저인 개인주의에, 현실주의 실용주의 성향도 두드러진다. 그렇지 않다면 최근의 롤러코스터 변화를 설명할 길이 없다.
 
2016년 대학 방문연구원으로 일본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 마침 그해 7월에 우리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선거가 치러졌는데 젊은 세대가 우파 정당인 자민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투표 결과가 나왔다. 더구나 6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자민당에 34%의 지지율을 보인 반면, 30대 이하 젊은 유권자들은 41%를 지지해 신구(新舊) 세대의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하는 생소한 이질감을 느꼈다.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은 한마디로 경제, 좁혀 들어가면 취업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1990년대 초반 이후 이어진 장기 불황을 말한다. 이 시기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고작 1%에 그쳤다. 불행하게도 이 때 젊은 시절을 맞았던 세대들은 나이 40대, 50대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비정규직 등 아웃사이더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첫 직장을 제대로 잡지 못한 여파로 인해 인생 전체가 어긋나 버렸다. 장기 불황은 이렇게 무섭다. 그러다 당시 아베 정권 들어 경제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본 대학생들은 여러 기업에 동시 합격해 어디를 갈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결국 ‘내 문제’였다. 나라가 나아갈 방향 같은 거대(巨大)담론보다는 당장 코앞에 닥친 경제 상황이 급하고 이 문제를 그나마 해결해줄 것처럼 보이는 정당을 고른 것이다. 일본과 시차는 있지만 한국 젊은 세대들의 여건도 흡사한 면이 있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출간돼 반향을 일으킨 해가 2007년이니 한국에 혹독한 취업난이 이어진지 10년을 훌쩍 넘는다. 자칫하면 ‘잃어버린 20년’이 될지 모른다. 여기에 ‘벼락거지’로 상징되는 부동산 문제까지 겹쳤다. 젊은이들에게 미래는 암담하고 나아질 기미도 없다.
 
이런 힘든 상황에선 ‘내’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사회적 사명감이나 역사적 경험치 같은 건 웃기는 소리다. ‘발등의 불’은 계속 번지고 있는데 엉뚱한 헛발질이나 일삼는 무능한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하늘을 찌른다.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온 ‘분배보다 성장이 중요하다’는 구호가 이들 입에서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이다.
 
“그때의 청년과 지금의 청년은 다르다”는 말이 공감을 얻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권력을 잡고 있는 586을 겨냥한 말이다. 1980년대 대학 진학률은 30% 정도였다. 고졸자 10명 중에 3명 남짓이 대학에 가고 나머지 대부분은 생활 전선으로 직행했다. 대학 못 간 이 시기 사람들을 586에서 80년대 학번을 의미하는 8을 뺀 ‘56’세대라고 부른다. 그래서 586은 혜택 받은 집단이었다. 공부 안 해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사회 참여를 했다. 반면에 거의 모두 대학에 진학하는 지금의 대학생들은 알바를 하는 육체노동자이자, 시시때때로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하는 ‘미생’들이다. 경제적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 정치의식도 그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다.
 
2030세대의 돌변에 현 정권은 화들짝 놀라 평소 수법대로 ‘남의 돈’으로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한다. 여권의 어느 대선 주자는 베팅 단위를 1억원까지 키웠다. 하지만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다. 본질을 해결할 생각은 않고 엉뚱한 곳을 긁어대는 꼴이다. 오히려 ‘값싼 동정’ 아니냐는 반작용만 부를 수 있다.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 현실주의 성향은 한국 일본뿐 아니라 어쩌면 세계적인 공통 현상일 수 있다. 중진국 이상의 나라에서 성장했다면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살아왔을 공산이 크다. 따라서 민주나 자유의 가치는 그들에게 마치 공기처럼 자연스러운 것이었으므로 관심사는 그 다음의 것들이다. 같은 시기 사회주의 체제는 붕괴했고 소비문화가 빠르게 성장했다. 이념의 자리를 밀어내고 ‘먹고사니즘’이 자리 잡았다. 이는 2030세대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정치권은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
 
이런 기반 위에 형성된 이준석 돌풍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힘 경선 결과에 상관없이 더 큰 태풍으로 진화할 것이다. 어느 정치세력이 어떻게 변화의 바람에 올라타고, 그에 걸맞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차기 대권의 향방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 중요한 정치적 갈림길에 서 있다. 
 

  • 좋아요
    0

  • 감동이예요
    0

  • 후속기사원해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

<저작권자 ⓒ스카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3조원 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선 두산그룹의 '박정원' 회장이 사는 동네의 명사들
공윤석
한국토지신탁
김명신
박정원
두산그룹
뒤로 리스트 인쇄
email오류보내기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독자의견 총 0건의 댓글이 있습니다.
등록하기

스카이 사람들

more
“느리더라도 사람들과 같이 가는 도시를 만들고 싶어요”
재미있고 안전한 도시 목표… 초등학생·자전거 ...

미세먼지 (2021-06-24 17:30 기준)

  • 서울
  •  
(양호 : 38)
  • 부산
  •  
(최고 : 15)
  • 대구
  •  
(좋음 : 21)
  • 인천
  •  
(좋음 : 26)
  • 광주
  •  
(좋음 : 29)
  • 대전
  •  
(보통 :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