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우려하던 일이 또 발생했다. 중국 정부가 수감 중이던 탈북인 50여명을 북송시켰다는 보도가 나왔다. 생때같은 생명 50여명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어진 것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의하면 중국은 코로나19로 북한·중국 국경이 봉쇄되면서 랴오닝성 선양수용소에 1년 이상 수감돼 있던 수백 명의 탈북인들 중 일부를 14일 단둥 국경 세관을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
중국은 이들을 4월부터 북송하려 했으나 코로나 유입을 우려한 북한이 몇 차례 거부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송된 이들 중에는 북한군 병사와 공군 파일럿 출신, 먼저 한국에 온 가족과 상봉하려던 탈북인 등이 있었다고 한다. 중국인 남성과 결혼해 12세 아들을 둔 30대 탈북 여성사업가도 있다. 두 번째 북송인 이 여성을 빼내기 위해 남편이 뇌물을 쓰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들은 북한에서 극형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다. 비극이다.
이들의 북송은 예견된 참사다. 북송을 막아달라고 탈북자인권단체에서 이미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었다.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 통과에 기여하고 2008년 제9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수잰 숄티 미 디펜스포럼 회장도 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이들을 구출하는 데 힘써달라는 편지 ‘대통령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습니다’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다.
숄티 회장은 편지에서 “김정은이 코로나 공포 때문에 국경을 닫아걸고 중국이 강제 북송하고 싶어 하는 탈북민들을 받지 않으려 하는 이 시기야말로 ‘천금 같은 기회’”라며 “인도주의적 자비심을 보이고 탈북민들이 안전하게 한국으로 가도록 허락해준다면 중국의 부담도 덜 수 있으니 시진핑 주석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심지어 올 3월에는 수용 시설에서 풀려난 탈북 여성 두 명이 중국 인신매매단 손아귀에 다시 놓이게 된 사실까지 거론하며 하소연했으나 문 대통령은 끝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전직 미 정부 관리 20명이 연서명한 편지를 문 대통령한테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이전 한국 정부들이 조용하고 매우 성공적으로 해왔듯 중국에 접촉할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촉구한다”며 “현재 중국에 억류된 북한 여성, 남성 그리고 어린이들이 한국 혹은 제3국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중국 당국에 요청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달 9일에는 한국계 미국 하원 의원인 영 김 미 의회 코리아스터디그룹 공동의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지금 중국에 구금되어 있는 탈북 기독교인 두 가족이 있는데, 관심을 기울여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북한이 코로나 봉쇄 조치를 해제하면 이 가족이 북송될 것이니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접촉해서 이 가족들이 남한으로 올 수 있도록 도와주길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운동가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한국 정부의 반응이 없자 영 김 의원이 직접 방한해 문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이다. 그날 문 대통령은 “한국에는 탈북민이 3만4000여명 있고, 정부는 그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해 오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결국 한국의 미온적 대응이 탈북인 대량 북송을 방치한 꼴이 됐다.
이들은 지금 탈북인들을 북한에 넘겨준 중국 정부나 이들을 탄압할 북한 당국보다 ‘고문과 투옥, 죽음의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게 빤한 탈북인들의 북송을 방치한, ‘인권 변호사’를 자칭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문 대통령의 인권관과 대중국·대북한관(觀)이 의심스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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