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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벽사(碧史) 정재만의 청아한 춤을 기록하다
벽사 한영숙의 호를 물려받은 정재만 추모공연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7-30 10:35:52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문학박사
정재만 선생 서거 7주기 추모공연
 
 청아한 기록의 무대다. 벽사(碧史)의 혼이 가득한 시간. 벽사 정재만(1948~2014) 서거 7주기를 맞아 추모공연이 그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펼쳐졌다(2021.7.22., 민속극장 풍류). 이번 공연은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연 무대다. 이수자 72명이 부른 춤의 합창이다. 2014년 타계한 정재만 한영숙류 승무 예능보유자는 1기부터 18기까지 총 72명의 이수자를 배출했다. 제자들은 스승의 춤과 가르침을 이어받아 벽사춤을 올곧이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무대에서 선명하게 보여줬다.
 
벽사춤은 스승 정재만의 정신을 이어받아 벽사류 춤을 보존, 전승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무용단체다. 널리 알려졌듯 벽사류 춤은 한국 근대춤의 효시인 한성준(1876~1942)으로부터 전승돼 오는 춤이다. 그의 손녀인 한영숙(1920~1989)에 의해 춤이 한 단계 더 정립, 발전돼 오늘에 이른다. 한영숙의 제자 정재만은 선생으로부터 ‘벽사’라는 호를 이어받아 춤의 품격과 양식, 정신을 더욱 견고히 했다. 현재는 4대 벽사인 정용진이 이어가고 있다.
 
과거를 기억하되 미래를 연 무대 
 
거장의 7주기를 맞아 예혼 가득한 벽사류 7작품은 푸른 아정함으로 역사의 시간을 빼곡히 채웠다. 그 첫 무대는 벽사의 대를 이어가는 정용진의 ‘승무’가 문을 열었다. 청아한 기록이 숨 쉬는 순간이다. 고품격 정제미를 한 올 한 올 섬세하고 우아하게 담아낸다. 이어진 무대는 벽사류 춤에서만 볼 수 있는 ‘큰 태평무’를 김경연, 김미숙, 윤민숙, 김옥순, 박서윤이 선보였다. 솔로-솔로-군무 형태로 공간 변형을 보이며, 벽사류 춤이 난(蘭)에 비유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객석에 순식간에 보낸다.
 
▲벽사 이수자인 정용진의 '승무
  
다음은 청풍명월(淸風明月)의 운치 가득한 ‘산조’가 3인무로 등장한다. 황지유·이주연·민성희에 의해 선보인 산조는 여인의 심정을 거문고 선율에 얹혀 서정성과 기품을 동시에 표출한다. 춤의 확장성에 기여한 산조 부채춤으로 대중성을 획득했다. 이주연을 중심으로 한 3명의 호흡은 산조가 지닌 특유의 질감을 극대화했다. 여성성이 남성성으로 바뀌다. 정재만의 대표적인 남자 제자인 김충한이 ‘훈령무’를 통해 박진감 넘치는 춤의 매력을 뿜어냈기 때문이다. 독무로 보여준 이 춤은 조선조 말 한성준이 구군의 훈련 장면을 보고 무용화한 작품이다. 1983년 정재만의 독무로 선보였고, 1987년 장재만남무단에 의해 군무화 돼 일획을 그은 바 있다.
 
제자 72명의 벽사流 춤의 합창
 
분위기가 다시 바뀐다. 1980년에 초연된 ‘한풀이’. 이날 무대에선 박서연·박남영·정형진이 함께했다. 말 그대로 인간의 한을 풀고자 하는 염원을 애절하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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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무대는 이미희가 춤춘 ‘허튼춤’. 1980년 정재만의 ‘허튼소리춤’을 모태로 재창작된 춤이다. 1993년 ‘전통명무 7인전’에서 정재만에 의해 첫 선을 보였고, 전통살풀이 기법을 남성적인 허튼가락으로 독창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디딤 사위, 구르는 사위, 맺고 푸는 사위 등 다양한 춤사위를 즉흥적이면서도 역동적으로 풀어내 정재만 춤 스타일을 각인시킨 대표춤 중 하나다. 이미희는 그간 여러 무대에서 이 춤을 추었는데, 이날 무대에서도 스승의 춤 정신을 한 가득 담아 정성스럽게 담아냈다.
 
▲ ‘벽사, 이수자전’ 출연진 모습
  
마지막 무대는 ‘살풀이춤’. 벽사류 춤의 사군자 중 국화(菊)에 해당된다. 전은경의 솔로로 선보인 이 작품은 경륜과 기량을 동시에 담아 춤 미학을 구현했다. 7작품 후 또 하나의 작품은 정재만 예능보유자의 영상이다. 한영숙 춤과 자신의 춤을 비교 설명했다. 스승의 춤 정신과 의미를 핵심적으로 설명하고, 자신이 가진 춤 스타일을 압축했다. 공통분모는 춤의 품격이다.
 
정재만 춤은 한영숙 춤의 우아하고 단아함은 견지하되 춤의 선(線)을 살리고, 무대 공간에 따른 춤의 구성·변형의 탄력도를 높인 것이라 언급했다. 주인공이 주인공들에게 전하는 소중한 영상 편지다. 청아한 메시지 그 자체다.
 
벽사춤은 그동안 벽사류 춤 전승을 위한 벽사춤아카데미 개설 운영을 비롯해 벽사춤수련회, 벽사정재만춤보존회 활동 등 꾸준히 춤길을 열고 닦고 왔다. 이번 공연은 스승의 춤 정신을 되새기고, 벽사 제자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벽사춤을 지켜 이어가는 자리이기에 숭고했다. 2021년의 청아한 기록은 이렇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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