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기업가 일론 머스크(테슬라)와 제프 베조스(아마존),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자수성가했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는 재벌 2세인 최태원 회장(SK그룹)과 재벌 3세인 이재용 회장(삼성그룹), 정의선 회장(현대차그룹) 등이다.
가업을 승계한 재벌과 달리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넷마블 방준혁 의장이 손꼽힌다. 어려웠던 과거를 맨손으로 극복했고 기업을 일궈서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는 방준혁 의장의 행적을 따라가 봤다.
고등학교 중퇴·사업 실패… 어려움 딛고 대형 게임사 일구다
방준혁 의장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CEO로 알려진 인물이다. 1968년 서울 구로에서 태어난 방준혁 의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 설립 전 인터넷 영화관 사업과 위성 인터넷 콘텐츠 사업을 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OTT 등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사업이 흥행하는 것을 보면 시대를 너무 앞서간 셈이다.
방준혁 의장은 사업 경험을 통해 온라인 게임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2000년 8명의 직원과 함께 온라인 게임 회사 넷마블을 창업했다.
넷마블이 처음 시작한 사업은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 사업 모델이다. 게임 회사의 사업 방식이 자사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여겨지던 시절에 다른 회사 게임을 위해 일하는 것은 상식을 깨는 일이었다.
방준혁 의장은 이전 영화 관련 사업과 할리우드 영화 배급 시스템에 착안해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넷마브은 ‘라그하임’과 ‘그랜드체이스’ 등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게임을 선별해 성공시키면서 온라인 서비스 유통 구조를 개척했다.
또한 넷마블은 퍼블리싱 개념을 도입한 게임 포털을 앞세워 통합 플러그인 적용과 게임 채널에 바로 접속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를 선보였다. 이를 토대로 넷마블 게임 포털은 설립 3년 만인 2003년 회원 수 2000만 명을 돌파하며 업계 1위 게임 포털로 올라섰다.
방준혁 의장이 게임 업계에 가져온 또 다른 혁신은 부분 유료화 방식 도입이다. 2002년 4월 ‘캐치마인드’ 유료화를 시작으로 시작한 부분 유료화 모델은 이후 수많은 게임들이 채용하는 방식이 됐다.
게임 CD를 돈을 받고 팔거나 일정 시간마다 요금을 받는 정액제 모델 대신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대신에 본인 선택에 따라 돈을 내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업계 정상에 올라선 넷마블은 사업 확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편입을 결정했다. 피인수 당시 방준혁 의장은 연말까지 순이익 50억 원을 달성하지 못하면 본인의 지분 49%에서 미달분을 보상하고 역으로 5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달성하면 초과분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넷마블은 그 해 순이익 156억 원을 기록했다. 방준혁 의장은 전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모회사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흡수하면서 벤처기업 출신 자회사가 상장사인 모회사를 인수한 첫 사례를 만들었다.
넷마블은 2004년 기준 현금자간 1000억 원과 분기 영업이익 100억 원을 기록 했으며 직원수는 4년 전의 65배인 520명에 달하는 대형 게임사로 성장했다. 넷마블은 CJ그룹으로부터 지분 인수 제안을 받았고 방준혁 의장은 C인터넷 사업 전략 담당 사장으로 부임했다.
게임 업계 판 흔든 모바일 게임 시장 개척
승승장구하던 방준혁 의장은 2006년 건강 악화로 경영에서 물러난다. 방준혁 의장이 없는 넷마블은 전례 없는 위기를 맞는다.
5년 동안 19개의 개발작 중 11개가 흥행에 실패했으며 8개 게임은 개발이 중단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대 수익원이자 간판 게임이었던 FPS 게임 ‘서든어택’의 서비스권을 넘기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웹보드 규제로 해당 부문 수익이 반 토막 나며 결국 적자 전환했다.
방준혁 의장은 2011년 6월 건강을 회복하고 경영에 복귀한다. 방준혁 의장의 승부수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방준혁 의장은 5년 안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는 PC 온라인 게임의 시대였고 개발 인력 또한 모바일 게임 부서를 한직으로 인식하던 시기다.
그러나 방준혁 의장은 모바일 게임 조직을 확대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대하며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2012년 ‘다함께 차차차’를 시작으로 2013년에는 보드 게임 ‘부루마블’의 게임화한 ‘모두의 마블’과 한국 모바일 수집형 RPG의 시초로 평가받는 ‘몬스터 길들이기’를 출시하며 연타석 홈런을 쳤다.
2014년에는 현재까지도 넷마블 대표 IP로 자리 잡은 ‘세븐나이츠’를 내놓았고 2015년에는 ‘레이븐’과 ‘마블 퓨처파이트’의 흥행에 성공했다.
한편 방준혁 의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중국 텐센트로부터 5억 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으며 CJ 그룹에서 독립한다.
이후 넷마블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IP를 가져와 모바일 MMORPG ‘리니지 2 레볼루션’을 내놓았다. 리니지 2 레볼루션 출시 이후 흥행과 매출은 업계에 큰 인상을 줬고 이후 모바일 MMORPG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2 레불루션의 지표가 공개된 이후 업계는 경악 그 자체였다”며 “리니지 2 레볼루션의 흥행을 본 이상 게임 업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넷마블은 2017년 연간 매출 2조 원을 돌파했으며 2017년 5월 코스피에 상장하며 IT 업계 최고 수준인 시가총액 14조 원을 기록했다. 방준혁 의장 또한 3조 원 규모의 주식 부호가 되며 업계의 정점에 섰다.
신의 한수 된 코웨이 인수… 게임 산업 재도약 시동
게임 산업 정상에 오른 방준혁 의장의 새로운 도전은 정수기 사업이었다. 게임 산업의 약점인 변동성을 해결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입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웅진그룹이 코웨이의 매각처를 찾던 도중 수많은 대기업과 대형 사모펀드를 제치고 넷마블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고 2019년 10월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게임 회사가 정수기 사업을 하는 코웨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었고 코웨이 노조가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나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방준혁 의장의 코웨이 인수는 역대급의 한수로 평가받는다. 인수 당시 3조 원 초반이었던 코웨이 매출은 2024년 4조3101억 원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는 연 매출 5조 원 달성을 노리고 있다.
특히 해외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정수기 외에도 공기청정기와 비데와 안마의자 등 다양한 제품군이 인기를 얻으며 글로벌 종합 렌탈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편 코웨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동안 넷마블의 본업인 게임 산업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이전 흥행작들의 연식이 쌓여가면서 매출이 하향 안정화되며 확실한 캐시카우의 부재가 지적됐다. 여기에 자체 IP의 부재까지 겹치며 매출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넷마블은 2022년 적자로 전환했으며 기존에 3N으로 묶였던 넥슨이 게임 업계의 독보적인 1등 기업으로 떠오르고 크래프톤이 부상하는 등 3N 체계가 NK 체계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넷마블은 수익이 크지 않은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흥행 가능성이 보이는 신작에 역량을 집중해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먼저 글로벌 인기 IP ‘나 혼자만 레벨업’을 모바일 게임화한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가 출시하며 매출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기존 IP를 활용한 신작을 연이어 출시하며 자체 IP 흥행에도 성공했다. 넷마블의 최근 흥행작인 ‘레이븐2’와 ‘RF 온라인 넥스트’와 ‘세븐 나이츠 리버스’는 모두 기존의 IP를 활용한 것이다. 오랫동안 쌓아온 넷마블의 IP 파워가 빛을 발한 것이다. 다음 타자인 ‘몬길 : STAR DIVE’ 역시 자체 IP 작품이다.
이를 통해 넷마블은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25년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장기간의 흥행작 부재를 연이은 성공작 출시로 이겨낸 2014~2015년의 성공이 떠오르는 행보다.
사람 우선 리더십·학력 등 간판 보지 않는 능력주의 경영
넷마블의 성공과 여러 차례의 부활을 이끈 방준혁 의장이 경영에서 가장 중시하는 건 바로 ‘사람’이다. 방준혁 의장은 게임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중요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마음을 읽는 개발과 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직원 채용이나 인재 관리에도 연결된다. 넷마블의 초창기 시절 함께 일하던 직원이 가족의 반대로 퇴사하려고 하자 새벽에 차를 몰고 지방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가 가족을 설득하기도 했다.
또한 방준혁 의장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든 만큼 넷마블은 현재까지도 학력 등 스펙을 보지 않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역경을 이겨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하며 나이나 간판과 상관없이 능력 있는 사람을 앉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방준혁 의장은 이용자와의 소통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준혁 의장은 올해 열린 지스타 현장에 방문해 “게임 산업의 미래는 이용자와 함께 호흡하고 공감하는 현장에 있다”며 “넷마블의 개발자들이 지금처럼 창의적인 도전을 이어가고 이용자들이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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