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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업 어때<15>]-펄어비스

‘판교 등대’ 꺼지자 실적 내리막, 김대일·정경인 리더십 흔들

4분기 연속 매출 하락·영업이익 적자 전환…기존 IP 부진 속 신작 출시 연기

중국 정부 게임 규제로 ‘차이나 리스크’ 우려…인건비 상승 등 지속적 부담

노동자 처우 개선·실적 하락 겹쳐…노동 정상화 이후 업무 효율·개발 속도 하락

기사입력 2021-08-31 14:07:00

▲ 펄어비스가 실적 부진과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펄어비스. ⓒ스카이데일리
 
MMORPG 게임 ‘검은사막’을 통해 게임 업계의 중견 기획사로 자리 잡은 펄어비스가 지속적인 매출 하락과 신작 출시 연기, 중국시장 규제강화 등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인건비 상승과 장시간 노동 폐지 등 직원 처우 개선과 실적 하락까지 겹치면서 펄어비스 수장인 김대일 의장과 정경인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실적 4분기 연속 내리막…신작 출시 연기·중국정부 게임 규제 겹악재
 
펄어비스는 김대일 펄어비스 의사회 의장의 개발력과 전문경영인 정경인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김 의장은 ‘릴 온라인’, ‘R2’, ‘C9’ 등의 개발에 참여하며 2009년 ‘올해의 개발자’ 상을 수상하는 등 업계에서 인정받는 스타 개발자 출신 경영인이다. 김대일 의장은 ‘유행을 따르지 않고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함께 일하던 직원 7명과 함께 펄어비스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검은 사막’을 개발할 때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대다수의 게임사가 해외 상용 게임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대비되면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회사로 평가받았다.
 
정경인 대표는 태산 LCD와 한국휴렛팩커드, LB인베스트먼트에서 근무한 투자자 출신이다. LB인베스트먼트에서 게임 부문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하며 김 의장과 맺은 인연을 계기로 펄어비스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펄어비스는 김 의장이 개발을 전담하고 정 대표가 투자와 경영을 책임지는 형태로 2019년 연결기준 매출 5359억원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펄어비스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펄어비스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체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펄어비스의 올해 매출은 연결기준 1분기 1008억원에서 2분기 885억원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2분기 매출 1317억원을 기록한 이래 4분기 연속 하락세다. 영업이익 또한 지난해 2분기 이후 꾸준히 하락해 올해 2분기에는 60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2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8.1% 하락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는 펄어비스의 주력 게임인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 감소가 지목된다. 펄어비스 매출에서 검은사막 IP가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지난해 펄어비스의 매출 4843억원 가운데 85%인 4107억원을 검은사막을 통해 벌어들였다. 검은사막 매출 의존도가 높다보니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 하락이 치명타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발급받으며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여전히 중국 당국은 온라인 게임 규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근 중국 기관지 경제참고보는 “게임 산업이 ‘정신적 아편’과 같아 관리가 필요하다”며 게임산업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예고한 상황이다.
 
펄어비스 역시 중국 서비스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펄어비스는 “최근 중국 내 규제 이슈와 관계없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며 “오래전부터 강화된 규정에 맞춰 철저히 준비해 판호 심사도 통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차이나 리스크 우려가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펄어비스의 ‘원 히트 원더’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붉은사막’ 출시가 연기되면서 검은사막에 집중된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펄어비스는 ‘붉은 사막’ 출시일 연기가 장기간 연기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출시 날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또 다른 기대작 ‘도깨비’ 트레일러가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역시 구체적인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도깨비’는 내년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열악한 근무환경 ‘판교의 등대’ 오명…노동환경 정상화 이후 실적 부진 가시화 
 
▲ 펄어비스의 노동자 처우 개선이 실적 부진 및 신작 출시 연기와 겹치며 그동안의 성과가 노동 착취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출시가 연기된 펄어비스 신작 '붉은사막' 트레일러 이미지. [사진=펄어비스 홈페이지 보도자료 캡쳐]
 
펄어비스의 실적 하락이 직원의 노동환경 개선 이후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펄어비스는 ‘판교의 등대’라 불릴 정도로 열악한 근무 환경을 자랑했다. 지난 4월에도 고용부 근로감독에서 위법 사항이 다수 적발돼 시정 조치를 받았다.
 
펄어비스는 2017년 게임 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지나친 업무 부담을 지적받아 왔다.
 
지난 4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취업규칙 개정 및 근로자위원 선출 관련 의무 위반 등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근로감독 결과에 따르면 펄어비스 직원 1135명 가운데 329명이 주 52시간 넘게 초과 근무했다.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연장근로수당 약 3억8000만원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노사협의회의 근로자 위원 선출에 개입한 사실, 취업규칙 변경 내용 미신고 등도 적발됐다.
 
펄어비스에 몸 담았던 게입업계 종사자는 “아침에 같이 회의한 사람이 저녁에 갑자기 사라지거나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며 “게임 업계 특성상 이직이 잦다 보니 게임회사끼리 지인을 통해 체크하는 일이 받아 이직할 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윗사람과의 트러블을 일으키지 않고 나가는 일이 다반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펄어비스의 성과가 ‘크런치 모드’로 불리는 장시간 노동과 낮은 임금·연장근로 수당 미지급에 의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게임업계의 근무 환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게임회사 직원 출신 인물이 세운 회사가 직원들의 처우를 방치해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펄어비스의 인건비 부담도 실적 부진 우려를 더한다. 2분기 펄어비스의 인건비는 약 4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5% 상승했다. 게임 회사들의 임금 상승 추세에 따라 직원 연봉을 800만원 인상하고 인센티브를 지급한 결과로 분석된다. 인센티브는 일시적인 비용이지만 늘어난 연봉 규모는 축소하기 힘든 만큼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가 높다.
 
이와 관련해 펄어비스는 “적법한 연장근로 수당 지급, 연장근로 한도에 대한 개선계획서 제출, 취업규칙 개정 및 개선 요청 절차에 따른 근로자위원 선출, 근태 시스템 개편 등 지속적인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양준규 기자 / sky_ccastle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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