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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남소문동천 물길 옆에 쌓인 맛집의 역사

장충동 족발골목 3대 잇는 ‘뚱뚱이할머니족발집’

물길 옆 42년 노포 낭만주객 아지트 ‘코너집’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08-27 10:58:50

조선시대 남소문이란 성문이 있었다. 1457년 세조 3년에 만든 문이다. 당시 한강진에서 도성을 들어오려면 광희문을 통해야 했다. 길을 돌아야 하고 거리가 멀다는 불편함 때문에 새롭게 문을 하나 낸 것이다. 지금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지형상으로는 장충동에서 한남동을 넘어가는 고개 근처로 추정된다.
 
남소문은 설치된 지 12년 만인 1469년(예종 1)에 폐지됐다. 당시 실록에 따르면 ‘좌참찬 임원준·행사맹 안효례 등을 불러서 남소문을 막는 일을 의논하게 하였는데, 임원준 등이 아뢰기를, 음양의 설(說)에 의하면 이 문은 정오방(正午方)이므로, 성상의 생년에 금기가 된다 하여 폐지를 건의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남산의 남소문
 
▲ 세조 때 지은 남소문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충동과 한남동이 접한 고개. 오른쪽이 반얀트리호텔이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처]
 
임원준은 5일 후 임금에게 “도읍을 정하던 당초에 어찌 경영(經營)할 때에 잘 헤아리지 않고서 이 문을 설치하지 않았겠습니까. 지금은 비록 이 문을 설치하였으나, 찻길이 통하지 않아서 큰 이익이 없고, 또 음양가가 손방(巽方·팔방의 하나로 정동과 정남 사이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한 45도 각도 안의 방향)을 매우 꺼리므로 처음에 이 문을 설치할 때에 불편하다고 말하는 자가 있었는데, 과연 뒤에 의경세자(세조의 장남)께서 훙서하셨으니, 음양가의 설은 비록 믿을 것이 못 되나, 이 문은 막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또 한 번 이야기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명종과 숙종 때 남소문을 다시 열자는 상소와 신하들 의견이 있었지만 반대 여론이 커서 끝내 개통하지 못하다가 기록도 없이 없어졌다. 남소문동천은 지금의 국립극장 일대에서 발원한 물길이 광희사거리 인근에서 나뉘어 한 줄기(지류)는 종로5가 부근서 청계천에 합수된 후 오간수문으로 빠져나가고, 다른 한 줄기(본류)는 이간수문으로 흘러나갔다. 이간수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뒤편에 복원돼 있다.
 
국립극장서 동국대학교까지는 복개돼 보이지 않던 물길이 남산2호터널 입구와 장충리틀야구장을 지나면 제법 많은 물을 품고 흐른다. 중학천, 대학천과는 달리 자연하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물론 물은 용수를 끌어서 쓰고 있지만 물길 자체는 자연스럽단 의미다. 물길 위로는 청계천서 옮겨 온 수표교가 있다. 물길은 수표교를 지나 다시 암거 돼 사라진다. 이간수문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축 시 발견돼 원형에 가깝게 복원돼 있어서 물길의 흔적을 현대인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1970년대 동대입구사거리 일대 족발 골목 형성
 
▲ ‘뚱뚱이할머니족발집’의 현재와 과거 모습. [사진=필자 제공]
 
남소문동천 물길 옆에는 유명한 장충동족발 골목이 있다. 지하철3호선 동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족회관’을 필두로 ‘장충족발집’ ‘평남할매집’ ‘원조1호 장충동할머니집’ ‘뚱뚱이할머니족발집’ 등이 나란히 서서 손님을 반긴다.
 
1970년대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족발의 대명사처럼 불릴 정도로 유명했다. 지금은 많이 축소됐지만 과거에는 장충체육관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방향으로 300m 정도에 걸쳐 족발음식점이 몰려 있었다. 대부분 40년 이상 업력을 가진 족발 노포들이다. 관할 중구청은 2000년에 특화거리로 지정했다. 서울시는 2013년 골목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다.
 
최초 시작은 평안북도 실향민 출신 전승숙·김정연 할머니가 1957년 ‘평안도집’이란 상호로 동업을 하면서부터다. 원래 된장으로 조리하던 평안도식의 족발을 메주를 담기 여의치 않자 간장양념족발을 개발하면서 서민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6년 뒤 각각 ‘뚱뚱이할머니집’. ‘평남할매집’으로 분리하면서 족발 골목의 태동을 알렸다. 이들 족발집은 올해로 창업 64년을 맞는다.
 
족발이 식재료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돼지고기를 일본에 수출하고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이때가 1970년대로 족발집의 입지도 성공에 한몫했다. 서울 시민이 많이 찾던 남산공원·장충체육관·장충단공원 등이 주변에 있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요지였던 것이다. 단백질이 부족했던 시절, 족발이 저렴한 보양식으로 소문이 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원조 ‘뚱뚱이할머니족발집’ 3대 승계
 
뚱뚱이할머니족발집의 족발 한상 차림. [사진=필자 제공]
  
한편 ‘뚱뚱이할머니집’ 창업주인 전숙열 할머니가 올해 3월 12일 숙환(향연 93세)으로 별세했다. 일대가 개발에 들어가면서 장충동족발골목도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미래유산은 후대에 물려줄 가치가 있고 멸실이 우려되는 유산에 대한 지정제도기 때문에 기록(아카이브)이라도 제대로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뚱뚱이할머니집’이란 상호는 1968년 단골손님들이 붙여준 것으로 1990년 며느리가 2대 사장이 됐고, 현재는 손녀들이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도 선정되는 등 원조 논란이 많은 족발 골목의 사실상 원조다.
 
족발은 풍부한 콜라겐으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은 외식 메뉴다. 중의약대사전에 따르면 ‘저제(猪蹄)는 멧돼지과 동물 저(猪·돼지)의 사족(四足)으로 맛은 달고 짜며 성질은 평하고 혈액을 풍부하게 하고 젖의 분비를 촉진하며 창(瘡)을 아물게 하는 효능이 있어 부인의 젖이 적게 나오는 증상을 치료한다고 적혀 있다.
 
동의보감에는 ‘산모의 기혈이 쇠약하고 줄어들어 젖이 조금도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돼지 족발 4개와 통초 4냥을 물 1말에 넣고 같이 달여 4~5되가 되면 즙을 짜서 연이어 마시거나…’ 하면 된다고 적고 있다.
 
임신과 분만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분만 시 출혈 때문에 단백질과 철분이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충분한 산후조리와 더불어 영양 보충을 제때 해줘야 산후 후유증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 양한방계는 물론 약선 요리계의 일반적 견해다. 특히 모유 수유는 산모 건강 유지와 회복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유 시 산모에게서 반사적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돼 자궁을 수축시켜 산후 출혈을 예방하며 배란을 억제한다. 모유가 부족한 산모의 경우 예부터 족발·미역국·곰국을 비롯해 잉어나 가물치 등을 이용한 강장식을 많이 섭취해 왔다.
 
족발이 단순히 술안주용 메뉴가 아닌 산모를 위한 약선요리로 활용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에는 산후 족발을 취한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는 육류 섭취가 산후 비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지 않으면 ‘약식동원’이니 산후조리, 특히 젖이 부족한 산모의 약선요리로 먹기 편하게 개발하면 괜찮겠단 생각이다.
 
남소문동천 물길을 답사한 것은 도시인문콘텐츠·디지털헤리티지 아카이빙 전문단체 문화지평이 백운동천을 비롯해 삼청동천·흥덕동천·창동천 등 청계천을 이루는 다섯 개의 주요 지류에 대한 ‘맛있는 동네산책’ 일환이다. 이번이 마지막 다섯 번째 답사로 국립극장부터 반얀트리호텔, 자유센터, 장충단, 경동교회, 광희문 등과 마지막 이간수문까지 걸었다. 8월 21일 폭우가 내리던 날이어서 우중에 시원하게(?) 걸었던 기억이다.
 
42년 역사 코너에 위치한 ‘코너집’
 
▲ ‘코너집’ 제육두김치볶음과 홍어무침머리고기. [사진=필자 제공]
 
답사를 마치고 물길 끝 광희문 근처 광희동2가에 있는 ‘코너집’에서 젖은 몸을 말렸다. 코너집은 근처에 사는 허홍구 시인이 알려준 곳이다. 꽤나 오랜 시간 단골을 하였던 모양이다. 코너집 간판에는 ‘1979년 개업’이라고 붙어 있다. 42년 차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가는 곳이다.
 
육회와 홍어무침을 주력으로 밀지만 손님들은 제육두부김치볶음을 많이 찾는다. 메뉴판 제일 상단에 적어 놓은 탓이다. 그것을 많이 주문하라는 주인장의 주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간 식당에서는 거의 무조건 가장 상단 메뉴를 주문한다.
 
머리고기와 홍어무침을 같이 한 접시에 담아내 오는 안주도 주객에게 인기다. 꼬들꼬들하게 잘 삶아낸 머리고기를 어슷하게 썰어 낸 솜씨가 남다르다. 독특하게 머리고기가 족발 맛에 가깝게 간장 향이 짙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장충동 족발집 영향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리해 본다. 홍어는 노련하고 솜씨 좋은 전라도 손맛이 한껏 느껴진다. 홍어와 머리고기 두 요리의 조합이 놀라울 정도로 조화롭다. 막걸리 좋아하는 주객에겐 최고의 안주 메뉴지 싶다. 식사로는 소고기국밥·손두부·선지해장국 등이 많이 팔린다.
 
물길 답사 5회차가 모두 끝났다. 답사를 마칠 때마다 근처 식당에 들었다. 예전 같아선 20~30명씩 단체로 한 식당을 ‘돈쭐’ 내러 갔지만 이젠 코로나19로 인해 먼 옛이야기가 됐다. 청계천 물길답사에 이어 내년에 한강 물길답사를 할 때쯤엔 감염병을 제압하고 일상을 즐기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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