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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예술과 인생
부자 화가 가난한 화가, 모든 화가는 가난한가
김수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8-24 19:53:48
▲ 김수영 서양화가·수필가
“춥고 배고픈 것이 그림쟁이 라는 겨!”
내가 학창시절 꿈이 화가라고 하니 우리 엄니께서 하시던 말씀이었다. 그렇다 이 땅에서, 아니 지구상 어디에도 화가가 배불리 먹고 럭셔리한 집에서 살고 있는 화가들은 많지 않다.
 
“저것두 팔자여! 팔자는 뒤집어도 팔자여!”
그렇다 예술가, 특히 비단옷에 최고급 세컨드하우스를 두고 살고 있는 화가는 몇이나 될까?
 
‘빈센트 반 고호’가 살아생전 단 한 점의 작품을 판매한 기록이 있다. 그의 동생 ‘태호’가 파리에서 미술 판매상 점원으로 있을 때 주인의 허락을 받고 고호의 그림을 팔아 준적이 있었지만, 고호는 그 한 점 외에 죽어라고 그림에 미쳐 네덜란드 들판이나 파리의 뒷골목 같은 골방에서 부족한 재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온갖 수단과 노력을 대했으나 그의 가난은 평생 떠날 줄을 몰랐다.
 
우리의 국민적 인기 화가 박수근도 고향인 강원도 양구의 집에서 서울에 와 작품 활동을 하지만 제대로 된 수입이 없어 늘 고생을 하던 끝에 고향 양구로 가던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도로 가 양품점 앞에 나란히 놓여 있는 알록달록한 무늬의 양산 하나를 사고 싶은데 그의 주머니에는 버스 값 외에 돈이 없었다. 양구 뜨거운 들판에서 남의 밭을 매주고 노동의 댓가로 자식들의 식생활을 해결하는 불쌍한 화가 아내를 위해 오뉴월 뜨거운 태양을 가려 주는 예쁜 꽃무늬의 양산을 사 주고 싶어도 그 양산을 살 돈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주인 몰래 양산 하나를 훔쳐 양구에 도착한다. 그는 아내에게 양산을 쥐어 주면서 얼마나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까?
 
고호나 박수근은 이승을 떠나 저승에 가서야 비로소 빛을 보고 찬란한 미술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화가들이 미술 활동을 하면서 생활 유지가 매우 어렵다. 현재 인터넷의 저가 미술경매시장에서 이름 없는 화가의 그림이 10호당 6만원에서 10만원 선에 팔리고 있다. 이보다는 조금 좋다 하는 작품이 20만~30만원에 팔리고 있다. 그림 값에서 액자 값을 제하고 나면 그야말로 껌 값이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캔버스와 물감, 그리고 시간을 합치면 일반 막노동자의 하루 일당도 안 되는 작품을 사흘 나흘에 걸쳐 그리고 있으니 비극은 비극이고 예술을 한다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참선의 경지가 아니면 감히 이룰 수 없는 경지이다.
 
그런데 최근 어느 화백의 경우 놀라운 성공으로 미술계에서 난리가 났다. 그는 소위 권력층과 정치가들의 후원을 받는 작가로 감투를 많이 쓴 유명한 화가이다.
 
요즘 코로나로 인하여 일반 화가들이 개인 작품 전시회를 아예 할 엄두를 못내고 있는 판국에, 인파도 전혀 없이 파리 날리는 인사동 전시장의 최고급 전시장에서 축하 화환 150개가 걸려 있고 호당 50만원짜리 100호 그림 값이 5000만원인 작품이 네 개가 팔렸으며 10호 십여 개가 팔리는 기현상이 벌여졌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번 전시회에서 수억원의 판매고를 올리는 개가를 누린 것으로 추측이 된다.
 
그 화가의 그림이 미술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작품인지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술계와 정치계의 오묘한 요술 같은 상황이 이런 신비로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1960년대 얘기다. 5.16이 끝나고 사회적으로 길이 남을 위대한 한국 역사에 관한 초대형 그림을 정부에서 주문한 적이 있었다. 아니, 공모라는 술수를 썼지만 다 아는 사이의 화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여 막대한 정부 자금으로 초대형 대한민국 역사화를 그려 전시한 적이 있었다.
 
한 국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만, 요는 그 화가의 선정이 권력과 나누어 먹고 뒷돈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그런 역사적(?)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일단 정부에 의해 국민화가로 선정이 된 화가의 경우, 역사화의 특징으로 전투 신이나 백성들의 집회장면 같은 인물이 많이 들어간 작품은 당시 유명한 극장가의 간판을 그리는 상업화가에 하청을 주었다. 원 청의 화가는 남의 손으로 작품을 그리고 돈만 자기 통장에 입금이 되는 일이 있었다.
 
물론 이번 인사동 전시회의 유명한 분이 그런 것과 비교되어서는 안 되지만, 예술을 하는 화가들은 골방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혼자 고독하게 작품을 완성하고 난 다음, 외교 활동을 많이 하여 정치가들이나 재계인사들, 그리고 연예계 인사들의 인연을 맺어 자기 자신을 홍보하고 자신의 작품을 인기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일반적인 화가의 경우, 대개는 내성적이고 아주 소극적인 정신세계에서 환상적이고 몽상적이며 매우 예술적인 작품에는 몰두하지만 이런 외교에서는 모두가 빵점이다.
 
예술가를 예술 창작가로 봐주는 사회, 미술을 미술로 봐 주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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