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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유명무실해진 사회진출 징검다리(中-유학·해외연수)

코로나에 막힌 하늘길… ‘우물 안 개구리’ 전락한 미래 인재들

해외 교육기관 내 韓 유학생 19.5만명

2006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 기록해

학업중단·진로변경 취준생·대학생 울상

기사입력 2021-09-13 00:05:01

▲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작년 4월 기준 해외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19만4916명으로 전년 대비 1만8094명 줄었다. 사진은 인천공항 제 1터미널의 면세점과 식당가의 한산한 모습. [사진=이종원 대기자]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임현범 부장|강주현·이창현·윤승준 기자]
 코로나19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대학생 또는 취업준비생들의 사회진출에 비상이 걸렸다. 대다수 국가가 유학생 비자 발급을 제한 또는 중단하며 유학길이 봉쇄된 탓이다.
 
해외로 나가 외국어 및 전문역량을 쌓고 글로벌 기업에 취업하려던 대학생들은 진로를 수정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했다. 계획했던 학업활동을 이어가지 못해 교육역량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생의 공백기를 겪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로 韓 유학생 20만명 아래로 뚝…2006년 이후 최저치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국외 고등교육기관 내 한국인 유학생 통계(학위, 교환학생 및 어학연수 포함)’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해외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19만4916명으로 전년 대비 1만8094명 줄었다. 해외 대학 소속 한국인 유학생 수가 1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2006년(19만364명)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호주 대학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수는 1만8766명으로 1년 전보다 5740명 감소했다. 중국 대학 소속 유학생 수도 3454명 줄어든 4만7146명을 기록했다. 미국 대학 유학생 역시 5만2250명으로 2305명 줄었다. 코로나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 집계되는 유학생 수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유행 추이에 따라 유학생 비자 발급을 제한하거나 심사기준을 높이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작년 7월 신입 유학생이 100% 온라인 강의를 들을 경우 비자를 발급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호주 정부도 코로나19 국경봉쇄로 닫은 외국인 유학생 문호를 올 연말에서야 단계적으로 개방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대다수 국내 대학은 외국 대학의 수업과 현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교환학생 파견을 연기하거나 축소했다.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 신청자 177명 중 출국한 학생은 8명뿐이었다. 94명은 파견을 연기했고 75명은 아예 포기했다. 한양대학교는 교환학생 참가 취소 우려로 2021년도 1학기 파견교환 프로그램의 신규 학생 선발을 진행하지 않았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이호연 기자] ⓒ스카이데일리
 
한양대학교 국제팀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지난해 1학기 파견학생 약 75%가 중도 귀국했고 2학기에는 약 93%의 파견 예정자들이 파견을 취소했다”며 “이는 상대 학교 정책 변경으로 인한 프로그램 취소 또는 해당 국가의 비자발급 중단과 같이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해외 취업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취업 비자를 받지 못해 해외 기업에 채용되고도 현지로 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이 상당수다. 영남이공대에 따르면 올해 2월 졸업생 중 해외 취업자 수는 9명으로 2019년 61명, 지난해 56명과 비교해 급감했다. 지난해 해외취업자 중 29명만 현지로 나갔고 나머지는 출국이 지연됐다.
 
영진전문대도 비슷한 상황이다. 올해 2월 졸업생 가운데 해외취업자 수는 109명으로 2년 전(185명)보다 76명 감소했다. 지난해 해외취업자(115명) 중에서는 67명만이 현지로 진출했다. 나머지는 국내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며 출국 대기 중이다.
 
취업자만큼 대학들도 답답한 심정이다. 영진전문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 냉각에다 코로나19가 겹쳐 일본 취업 비자 발급이 쉽지 않다”며 “대부분의 대학이 해외 취업 이후 출국이 원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發 어학연수 계획 차질 불가피… 학업중단·진로변경 사례 속출
 
2019년 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중국 상해에서 중국어를 공부한 김소정 씨(23·여)는 코로나19로 어학연수를 포기해야 했다. 지난해 1월 김 씨는 2학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잠시 귀국했다. 다음 학기 전까지 한 달 동안 머물며 가족·지인을 만나고 짐을 챙겨 중국으로 다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을 덮친 뒤 계획은 뒤틀렸다. 당초 2020년 7월까지 중국에서 공부할 생각이었지만 코로나19로 학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김 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당일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TV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뉴스를 처음 접했다. 중국에 연초까지 있었음에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냥 지나가는 독감으로 인식했다”며 “며칠이 지나고 나서 현지에 아직까지 머물고 있는 유학생들의 SNS를 통해 중국의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앞에서 방호복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확진자를 이송하는 모습, 문 닫은 식당과 상점들은 사진으로만 봐도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 수 있어 더욱 무서웠다”며 “특히 귀국하지 않고 다음 학기를 기다리던 유학생들의 경우는 완전히 패닉이었다. 언어·재정적으로 한계가 있다 보니 다들 방 계약 등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중국 수업도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한다는 안내를 받고 코로나19가 더욱 심해짐에 따라 중국 유학을 결국 포기하게 됐다”며 “유학 포기 절차를 밟으면서 현실에 홀로 내던져진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학업·취업계획을 다시 세워야 했고 그마저도 많은 대외활동이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어학연수를 중단함에 따라 김 씨의 계획은 완전히 바뀌었다. 국내 학교는 휴학한 상태여서 바로 복학할 수 없었다. 계획에도 없던 휴학 기간을 보내야 했다. 당초 유학 기간 동안 학업과 일을 겸업해 해외경력을 쌓을 생각이었지만 모두 무산됐고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대외활동도 대부분 모집기간이 이미 지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 씨는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시간을 보내고 4학년으로 복학하고 나서도 취업 연계 활동, 공모전 등이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강의, 졸업시험 등도 비대면으로 진행돼 적응하는 데 어려웠다”며 “해외유학을 통해 전문성을 쌓고 취업 준비를 하려고 했지만 제대로 하지 못해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지난해 2학기 교환학생 프로그램 신청자 177명 중 출국한 학생은 8명뿐이었다. 94명은 파견을 연기했고 75명은 아예 포기했다. 사진은 서울에 소재한 어느 한 대학교 입구 정문. [사진=박미나 기자] ⓒ스카이데일리
  
대학생 이유진 씨(22·여)도 코로나19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했다. 당초 2020년 3월 미국으로 출국해 미국 오클라호마 대학교 매스미디어학과에서 1년간 공부한 뒤 올해 3월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내 확진자 수가 3만~4만명 정도로 심각했고 사망자 수도 한국보다 월등히 많았다. 설상가상으로 비자도 막혀 미국으로 출국할 수 없었다. 설령 미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해당 대학교가 폐쇄돼 비대면 수업으로만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교환학생 포기 각서를 써야했다.
 
이 씨는 “작년 봄학기·가을학기 둘 다 포기각서를 작성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학교 폐쇄로 인한 비대면 수업이었다. 모든 걸 감수하고 나간다 한들 유학생 신분으로 코로나19에 관련한 보험이 전혀 마련되지 않아 포기했다”며 “교환학생을 가려고 1학년 때부터 열심히 살았는데 도대체 무얼 한 것인지 토플 시험비와 여기에 투자한 시간이 아까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교환학생 취소로 그의 계획은 틀어졌다. 교환학생의 학점인정은 까다롭다. 1학기에 최대 12학점을 들어야 해서 1, 2학년 때 전공과목을 미리 다 들었는데 교환학생을 가지 못하게 되자 시간은 붕 떠버렸다. 제대로 된 취업준비는 하지도 못한 채 조기졸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 씨는 “다큐멘터리를 자세히 배워보고 싶어서 다큐멘터리에 특화된 학교와 학과를 선택했지만 못 가게 돼 가장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지 못했다”며 “지원한 학과 교환학생 대상으로 미국 지역 방송국에서 인턴으로 일할 기회도 있었는데 그것도 놓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환학생 일지를 담은 책을 쓰거나 유튜브 브이로그(V-LOG)를 올려 내 콘텐츠를 만들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다 물거품이 됐다”며 “1학년 때 세웠던 구체적 목표가 전부 실행되지 않았고 가장 원했던 경험을 포기해서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외 주요국과 같이 유학생이 학업을 이수할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동 한국유학협회 회장은 “코로나19로 학생 수가 줄어들자 부도가 나서 없어진 외국학교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학교로부터 학비를 보상받지 못해 상담 요청한 학생이 많다”며 “이런 경우를 대비해 유학생들을 위한 보험 등을 중국·일본에선 시행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이와 관련된 법안이 없어 한국 학생의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해외 유학생 보호와 관련해 현재 외교부와 외교당국을 통해 학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협조 요청 등 협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보애 교육부 교육국제화담당관은 “해외 입국이 어려운 경우에는 각 국가에서 원격수업을 제공한다든지 본인이 원한다면 휴학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든지 여러 요청을 외교당국에 하고 있다”며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재외공관들에 도와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 sky_sjyoon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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