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보다 최소한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자격증 시험에 대한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져 구직자들의 고충을 키우고 있다. 기존에 대면실습을 했던 것과 달리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고려해 일부 자격증 시험이 비대면으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실습이 꼭 필요한 자격증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되다 보니 자격증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대면실습 대신 비대면 교육 대체된 요양보호사… “현장 투입 시 전문성 결여”
올 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고령화속도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중 가장 빨라서 2048년엔 가장 고령의 국가가 될 수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현재 29위의 고령인구 비율은 앞으로 20년 후 33.4%로 급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노인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직종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대표적인 직종이 요양보호사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에서 시행하는 국가 전문자격증을 획득하면 누구나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선 이론공부와 현장실습이 갖춰져야 한다. 구체적으로 요양보호사 양성교육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론교육(80시간), 실습교육(80시간), 현장실습(80시간) 등이다. 복지 관련 직종인 사회복지사나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통상 50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된다.
청주에 거주하는 강현숙 씨(59·가명)도 기존에 다녔던 식품회사를 그만둔 후 요양보호사로 제2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다.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올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실무 투입 전 반드시 현장실습이 필요하지만 강 씨는 비대면 수업만으로 자격증을 획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요양원의 외부출입이 금지되면서 현장실습 대신 원격 또는 교육기관 내 대체교육으로 진행된 탓이다.
강 씨는 “보통 경력이나 국가자격이 없을 땐 총 240시간의 교육 이수가 필수다”며 “문제는 현장실습이었는데 원래대로라면 요양시설 같은 곳에 직접 방문해 진행했어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교육원에서 실습동영상을 시청하는 대체 실습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총 240시간의 교육과정을 마친 강 씨는 필기·실기시험을 각각 통과했으며 한 달 정도 뒤에 자격증을 받았다. 교육기관을 통해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만 시험응시자격을 가질 수 있다. 그 후 한 요양시설에 본격 투입됐는데 그 때부터 강 씨는 큰 혼란을 겪었다.
강 씨는 “아무래도 병원·가정 등에서 요양이 필요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활동을 보살피고 돕는 활동이기 때문에 몸이 힘들기 일쑤였다”며 “무엇보다 기존 교육과정에서 현장 실습이 아니라 비대면 교육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목욕하기, 옷 입히기 등 직무·능력 면에서 미숙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몰론 감염 예방 확산을 위해 현장실습 대신 교육기관의 영상교육을 통해 대체 이수를 하도록 했지만 결국 일선 현장에선 비대면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이 정작 현장에선 아무 소용도 없었다”고 부연했다.
청주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들을 대상으로 목욕, 옷 입히기, 식사 돕기, 배설 활동같은 보조적 서비스를 수행하는 업무다 보니 실무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요양원들도 마찬가지로 실무 경험을 갖춘 요양보호사 인력난 때문에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오랜 기간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비대면 교육방식으로 전환했는데 대면 실습수업 없이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인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현장실습 필수인 직종… 제한적 대면 실습 허용 또는 자격증 발급 일시 중단해야”
요양복지사뿐만 아니라 국가공인자격증인 보육교사 2급, 사회복지사 2급 등 역시 코로나19로 현장실습 일부가 비대면으로 전환됐다. 보육교사의 경우 총 240시간(6주)의 현장실습을 진행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간접실습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복지사도 현장기관실습으로 총 160시간의 이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중 80시간은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나머지 80시간은 현장실습으로 대체하고 있다.
현장·실습이 필수인 직종임에도 제대로 된 실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문자격증에 대한 신뢰성 훼손은 물론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초 정부의 방역 대책 허점 및 백신보급 차질을 지적하며 정부방역지침 준수 가능 범위에서 제한적 대면 실습이 허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각종 실무연습이 필수인 직종들이 비대면 교육을 하게 된 상황이다”며 “비대면 실습으로 대체했기 때문에 차후 일선 현장에 투입될 시 실력양성이 제대로 갖춰질지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업무 숙련도에 있어서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작용할 것이다”며 “이러한 사례들을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정부의 충분한 방역대책과 백신 확보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의 책임이 따를 수밖에 없고 백신 수급 차질이 빚지 않도록 여러 가지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필기시험을 거쳐 대면 실습 수련을 해야 하는 직종이 워낙 다양한데 과연 비대면 교육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며 “몰론 코로나19 장기화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부분 작용하지만 당초 확산 차원에서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와 철저한 방역 대책을 강구됐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반드시 대면 실습이 필요한 직종 같은 경우 정부방역지침 준수 가능 범위 내에서 제한적 대면 실습이 허용돼야 한다”며 “이와 더불어 백신 수급 활성화와 ‘위드 코로나’를 대비해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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