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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의 지피지기 일본어
웬만해선 일본인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다데마에(建前, 겉내)와 혼네(本音, 속내)가 다른 까닭
이재훈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9-17 10:20:17
▲ 이재훈 생활경제부장
“일본인은 겉과 속이 다르다”는 얘기가 있다. 이 말은 일본 사람의 얘기를 곧이곧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이 말을 한 마디의 일본어 단어로 표현한 것이 바로 다데마에(たてまえ, 建前, 겉내)와 혼네(ほんね, 本音, 속내)다.
 
이 단어는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민폐) 문화와 교묘하게 연결돼 있다.
 
일본인은 근본적으로 남이 기분 나빠 하는 것을 꺼림칙하게 생각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메이와쿠 문화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신중하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쉽게 속마음을 털어놓지 말라는 뜻이다. 일을 쉽게 그르치지 않겠다는 생각도 담겨 있다. 그래서 일단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완곡한 말로 마무리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이 말하는 “집에 한번 오세요”“식사 한번 같이 해요”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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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일단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자신도 타인으로 인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만약 상대방에게 자신이 민폐를 받았다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을 상대하지 않는다.
 
일본인이 또 잘 하는 말 “겐토시데미마스(けんとう(檢討)してみます, 검토해보겠습니다)”는 사실상 부정의 의미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아닙니다’를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말이라는 게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일본인의 완곡한 표현은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일본인은 한순간의 말실수로 인간관계를 그르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일처리에 신중하다.
 
▲일본은 한국을 동맹이라 하면서 자신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하면 가차없이 뒤통수를 친다. 사진은 2019년 일본발 경제 보복으로 찾아간 한국 관료를 홀대하는 모습. 일본인의 겉내와 속내는 다르다. 일본과 교섭할 때는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답답할 노릇이다. 도대체 일본인의 마음속에는 어떤 꿍꿍이가 자리 잡고 있을까.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사람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민족성에 비춰보면 일본인의 다데마에(겉내)와 혼네(속내)가 다른 것은 적응하기 힘들다. 
 
일본 사람은 친해지기 어렵지만 한번 친해지면 잘 배신하지 않는다. 친해지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을 힘들게 한다. 확실히 친하지 않으면 항상 타인을 견제하는 것이 일본인이다.
 
이 같은 문화는 사무라이 문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초의 처지에서 사무라이는 한마디로 공포의 대상이다. 사무라이는 항상 칼을 차고 다니는 무사다. 사무라이에게 말 한번 잘못하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떻게 속마음을 상대방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
 
다데마에와 혼네는 사무라이 문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속마음을 함부로 나타내지 않는데서 비롯됐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본심을 숨기지만 미래를 위해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는 일본인의 다데마에(겉내)와 혼네(속내)는 우리나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역사적인 배경이 깔려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건 네가 틀린 것 같은데’가 아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때’나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은데’라고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일본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은 언제나 통한다는 사실이다. 일본어 외신기자로서 오랫동안 접해본 일본인,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다.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사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비록 자라온 환경과 문화적 배경이 달라 민족성 차이는 있을지라도 인간이라는 보편적인 틀 안에서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심으로 대하면 결국 그 마음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다데마에와 혼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격언이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모든 사람을 완벽하게 믿을 수는 없다. 하지만 타인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완곡한 표현으로 상대방을 달래고 나에게 중요할 수도 있는 사람을 잃지 않는 방식으로 다가가면 결국 진심이 닿게 될 것이다. 인간관계 확립에는 신중함이 최선의 방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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