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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포퓰리즘 공화국의 국민이 불쌍하다

미래 세대에 빚폭탄 잔뜩 떠넘길 궁리만 하는 여야 후보들

국가 경영하려면 땜질식 처방보다는 근본적 대책 제시해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1-13 13:04:45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까마귀를 생각하라. 심지도 아니하고 거두지도 아니하며 골방도 없고 창고도 없으되 하나님이 기르시나니 너희는 새보다 얼마나 더 귀하냐” <누가복음 12 : 24>
 
내년 3월 대선 대결구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대(對)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로 좁혀지면서 경제공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정책 공방은 사라지고 ‘누가 나랏돈을 더 많이 퍼주면서 표를 얻느냐’로 비화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유례없는 빚잔치 대선이 될 판국이다.
 
우려했던 대로 여야에서는 퍼주기 경쟁이 시작됐다.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민주당은 이 후보의 말에 장단을 맞췄다. “이르면 내년 1월 전 국민 위드코로나 방역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윤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안에 5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영업시간, 인원제한으로 인한 피해를 전액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대선후보들이 무책임한 돈 풀기 경쟁으로 국민들의 표를 구걸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앞서 윤 후보는 지난 5일 국민의힘 후보 수락 연설에서 “악성 포퓰리즘은 세금 약탈이고 1000조원 넘는 국가채무는 미래 약탈이다”며 문재인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와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강행요구를 모두 포퓰리즘으로 비판한 바 있었다. 이번 대선을 아예 “합리주의자와 포퓰리스트의 싸움이다”고 까지 규정하기도 했다.
 
그랬던 윤 후보가 정작 본선 무대에 오르자마자 여당의 재정 중독을 견제하기는커녕, 재정 포퓰리즘에 가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 국민이냐, 자영업자냐 대상만 다를 뿐 내년 3월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이란 점에선 두 후보가 별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막상막하다.
 
사실상 막대한 재정 투입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물론 실효성도 미미한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과 윤 후보의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현재 여론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두 후보는 알기나 하는 건지 묻고 싶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8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대해 반대(60.1%) 의견이 찬성(32.8%)을 압도했을 정도다.
 
아쉽게도 두 후보 모두 비호감도가 60% 안팎(이상 상세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을 기록하고 있다. 유권자인 국민은 미래 한국호를 이끌 적임자를 아직 찾지 못해 곤혹스런 마음인데, 이 마당에 두 유력후보들은 ‘돈 퍼줄 테니, 무조건 내게 표 달라’는 식의 저급한 공약으로 실망감만 키우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또는 영세 자영업자를 돕지 말자는 건 아니다. 두 후보들이 주장하는 ‘재난지원금 지급’과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은 원칙론에서 볼 때는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재원 마련 방안 없이 섣부르게 현금 보상 약속부터 하는 건 자칫 근본적으로 표를 사기 위한 무책임한 공약 남발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윤 후보가 약속한 50조원은 2022년도 정부 제출 예산안의 8.3%에 달한다. 가뜩이나 나랏빚 느는 속도가 세계 1위고, 잠재성장률은 꼴찌인 상황에서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건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당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윤 후보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보수 국민의힘 출신이다. 그런 후보가 덜컥 50조원 공약을 내놓을 줄은 미처 몰랐다.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윤 후보에게 지적하자면 윤 후보가 보수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복지를 넓히되 일회성 땜질은 지양하는 게 좋다.
 
이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은 더욱 가관이다. 이 후보는 “올해 초과 세수가 40조원 가량인데, 부자 나라에 가난한 국민이 온당한 일이냐”며 재정 풀기에 반대하는 정부를 오히려 몰아세웠다.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한 데도,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또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흉년이 들어 백성이 굶고 있는데 돕지 않을 거라면 관아 곳간에 쌀을 비축해 두는 게 무슨 소용이냐”는 글도 올렸다. 이 후보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 같다.
 
필자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올해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무려 104조원에 달한다. 더 거둔 세금 31조5000억원은 이미 2차 추경으로 다 썼고, 추가로 더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10조원 역시 국가재정법상 국채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 후보가 내세운 대책 중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건 이 뿐만 아니다. 당장 내년 10조원대에서 많게는 수십조원 예산을 추가해야 가능한 지역화폐 예산 증액, 소상공인 손실보상금 확대가 있다. 이 후보의 대표 공약으로 꼽히는 보편, 청년기본소득은 말할 것도 없다. 이재명표 기본소득 공약을 실현하려면 어림잡아 첫해 18조원으로 시작해 임기 마지막 해 59조원을 투입해야 한다. 차기 정부 복지예산의 4분의 1을 기본소득에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별 지원’을 강조하는 윤 후보 역시 예산 퍼주기 공약이란 점에서는 다를 바 없다. 윤 후보는 자영업 피해 전액보상을 내걸었다. 이밖에도 윤 후보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완화도 공약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을 사고팔고(거래세) 보유하는(보유세) 모든 과정의 세금을 올려놓은 게 부동산 정책 패착이란 비판과 함께다. 감세는 현금 지원 못지않게 돈이 많이 드는 정책이다. 받기로 한 세금을 덜 받는 만큼 재정에 구멍이 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부정적이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물론 자영업자들은 지금 한 푼이 새롭고 아쉽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펴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은 응급처방에 불과한 한시적인 것이다. 이런 식의 땜질식 처방은 한두 번으로 족하다.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대선 후보라면 이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생각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백신 치료제 공급과 맞물려 대부분 국가가 재정 정상화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한국에서만 유독 경기 흐름에 역행하는 선거 포퓰리즘 정책이 난무하고 있다”며 “선거 때마다 반복될 재정 퍼주기를 막기 위한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 여야 후보가 부실한 한국 복지를 어떻게 뜯어고치고 개선할 것인가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갈망하고 있다.
 
과연 차기 대선 후보들의 정책은 어떤가. 이 후보가 내놓은 기본소득은 양극화 해소라는 과녁을 정확하게 맞힐 수 없다. 대부분의 엄밀한 연구는 기본소득이 소득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도움이 된다는 주장의 근거는 궁색하다.
 
윤 후보의 양극화 해소 방안도 그렇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윤 후보는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 강화를 강조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어떻게’는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두 후보의 재난지원금이나 50조원 논란은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설치는 격이다.
 
이래선 이 후보나, 윤 후보나 비호감을 낮출 순 없다. 국민들은 당장 내 손에 쥐어진 100만원보다 미래에 돌아올 빚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정치권은 미래 세대에게 빚 폭탄만 잔뜩 떠넘길 궁리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런 나라의 국민이 불쌍하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베드로전서 5 : 7>
 
(*전문가 칼럼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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