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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P2E 게임

수십조 황금알 P2E게임, 전 세계 열풍에도 한국에선 왕따 신세

3분기 NFT 거래액 12.5조…P2E게임 엑시 인피니티, 거래량 2.4조 육박

게임위 “환금·사행성 요소 구분 애매…현행 게임법상 등급 분류 어려워”

게임업계 관계자 “사행성 판단할 가이드라인 無…설계 자체가 불가능“

기사입력 2021-12-08 13:24:00

▲ 최근 NFT 기술이 게임 산업에 도입되며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P2E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게임을 하면서 돈 버는 P2E(Pay to Earn) 게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사가 P2E 시장 진출을 언급하기만 해도 주가가 폭등하는 등 기대감도 높다. 그 중심엔 NFT(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가상경제의 급성장이 지목된다. P2E 게임이 향후 게임산업 발전을 주도할 미래먹거리로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정작 국내에선 P2E 게임이 사행성 우려에 시달리면서 출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확한 법·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합법도 불법도 아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서다. 게임업계 안팎에선 게임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건전한 산업생태계 육성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NFT 거래액 722% 폭등…게임사들 앞다퉈 NFT 시장 진출 선언
 
P2E 게임은 최근 대체불가능토큰(NFT) 기반 가상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게임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소유권과 판매 이력 등 관련 정보가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가상자산의 핵심결점으로 지목됐던 신뢰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는 게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게임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예전부터 있어왔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이용약관에 현금 거래 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각종 아이템 중개 사이트를 통해 현금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게임머니로 돈을 벌기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돌리는 등 이른바 ‘작업장’이 성행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P2E게임은 이처럼 불법 혹은 게임 약관 밖에서 이뤄졌던 게임 재화의 현금화를 게임 시스템에 녹여 신뢰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게임을 하기 위해 돈을 쓰는 Pay to Play 혹은 Pay to Win 구조에서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는 Play to Earn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게임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글로벌 데이터분석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3분기 NFT 거래액은 106억7000만달러(약 12조5400억원)로 직전 분기 12억4000만달러(약 1조5000억원) 대비 722% 증가했다. 대표적인 블록체인 P2E 게임 ‘엑시 인피니티’는 이용자 수 170만명, 3분기 거래량 20억80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를 기록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국내게임사들도 P2E 게임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위메이드가 8월 전 세계 170여 개국에 출시한 ‘미르4’ 글로벌 버전은 지난달 동시접속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미르4 글로벌 버전에는 NFT와 유틸리티 코인 등이 적용됐다.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 자회사 위메이드트리 흡수 합병을 결의하고 모든 게임이 P2E로 변환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위메이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게임사들도 P2E 게임 시장 진출에 나서고 있다. 컴투스는 블록체인 게임 기업과 NFT 기술 기반 기업을 인수하며 P2E 게임 개발 의지를 드러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펄어비스 등 대형사도 NFT 게임 도입 계획을 밝혔다. 게임사들이 NFT 게임 도입을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상승할 정도로 시장의 기대는 높다.
 
P2E 게임을 통해 개인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대표적인 국산 P2E 게임인 ‘미르4’를 통해 한 달에 벌 수 있는 금액은 4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동남아시아 등 임금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게임이 생계유지 수단으로 발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약 게임과 연동된 가상화폐의 가격이 더 오른다면 수익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미르4’에 연동된 가상화폐 ‘위믹스’는 10월 말까지 2000~3000원대에 거래되다가 10월 27일 5000원을 넘어선 후 11월 22일엔 NFT 열풍을 타고 2만9490원을 찍기도 했다. 다만 변동성은 여전히 큰 편이다. 7일 위믹스의 종가는 1만2340원을 기록했다.
 
P2E 게임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게임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단순히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보단 게임의 본질인 재미가 더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게임하는 ‘Play to Earn’이 아닌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버는 ‘Play and Earn’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배동근 크래프톤 CFO는 3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NFT 트렌드가 새로운 게임 방식과 플레이로 확장할 수 있도록 활발히 검토하고 있고 투자를 통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면서도 “그러나 재화 콘텐츠가 의미를 가지려면 결국 게임 자체의 경쟁력과 재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규제 사각지대 놓인 P2E…게임업계 “NFT는 글로벌 트렌드…가이드라인 시급”
 
전 세계적인 P2E 게임 붐이 일어나고 국내 게임사들도 P2E 게임에 뛰어들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P2E 게임 서비스가 금지돼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게임물 분류 등급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 업계 관계자는 “사행성 우려가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P2E 게임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며 “예전에도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로 인해 국내 게임 산업이 쇠퇴하고 외국 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있었는데 P2E 게임을 규제한다면 이런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정부는 게임 산업에서 사행성을 철저하게 규제해왔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기존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게임물관리위원회로 개편되는 데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최근 아케이드형 게임(바다이야기와 같이 오락실에서 게임기를 가지고 하는 게임)과 비아케이드형게임(PC, 콘솔 등을 통해 플레이하는 게임)을 분류하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만 사행성 우려가 있는 것은 동일하기 때문에 P2E 게임 합법화가 이뤄지기까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P2E 게임 국내 서비스 허용을 놓고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에 뒤쳐지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사행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은 P2E 게임에 대해 발언하는 장현규 위메이드 대표. [사진=뉴시스]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게임은 등급을 받을 수 있지만 NFT 등 환전 요소가 있는 게임은 등급 부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게임위는 게임법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관련 법규를 무시하고 임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영화, 영상과 달리 게임에는 사행성 관련 규정이 있어 이를 임의로 결정하기 어렵다”며 “현행 게임법 상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게임산업진흥법 상으로 게임 재화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게임산업진흥법이 환전 가능 여부가 아니라 사행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게임산업진흥법 제28조 2의2항에 따르면 게임물 관련사업자는 게임머니의 화폐단위를 한국은행에서 발행되는 화폐단위와 동일하게 하는 등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 또는 기기·장치 등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 또한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해서도 안 된다. 즉, 사행성을 조장하지만 않는다면 게임으로 돈을 버는 구조의 게임을 서비스하는 것이 국내에서 불법은 아니다.
 
현재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사행성게임물을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 △한국마사회법에서 규율하는 경마와 이를 모사한 게임물 △경륜·경정법에서 규율하는 경륜·경정과 이를 모사한 게임물 △관광진흥법에서 규율하는 카지노와 이를 모사한 게임물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른 복권을 모사한 게임물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싸움을 모사한 게임물 △사행행위영업을 모사한 게임물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환금 요소와 사행성 요소를 분리해 구분하기에는 힘든 실정이다. 일반적인 게임에 사용되는 요소들에 현금이 결합될 경우 사행성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담당자는 “예를 들면 출석 이벤트 등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에서 상품이 제공되는 경우 사행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재화를 얻기 위해 경쟁 요소가 들어가 사행성이 우려되거나 하는 경우에는 등급을 주기 어렵다”며 “게임 내에서 NFT 아이템이 거래가 가능해질 경우 사회적 물의가 우려되기 때문에 이 경우에도 등급 분류가 어렵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선 P2E가 세계 게임산업을 주도할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규제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P2E 게임의 사행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NFT를 사용한 P2E 게임의 경우 이렇다 할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 서비스할 때 어떻게 설계할지 애매한 상황이다”며 “가이드라인이 갖춰줘야 심의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준규 기자 / jgyang@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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