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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센터링은 계속 날아오는데 “슛 쏠까 말까”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07 09:24:40

 
▲이혁재 언론인·전 조선일보 기자
직장인들이 뽑은 최악의 지도자는
결정해야 할 때 결정 안 하는 사람
우리를 둘러싼 세계가 급변하는데
모르는 척, 안 들리는 척만 해서야
 
취업 빙하기여서 이런 얘기하기 미안하지만, 직장 생활해본 사람한테 ‘가장 나쁜 지도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많이들 “결정 안 하는 사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축구를 예로 들면 죽어라 센터링 올리는데 헤딩슛 할지 발로 찰지, 한번 잡아 놓고 슛할지 발리슛할지, 왼발로 찰지 오른발로 찰지 망설이다 기회를 놓쳐버리는 유형이다.
 
제일 나쁜 결정은 무결정
 
결정해야 할 결정적 시기에 결정 안 하는 사례는 많다. 안 하는 이유가 면피하려 하기 때문이건, 인기 누려보려고 그러는 것이건 하여간 결정을 안 한다.
 
단적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보자. 지난달 2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는 “모든 방역 지표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의료 대응 역량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고 발표됐다. 이젠 병원 말고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는 ‘K방역’ 결정까지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 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직 슛을 쏠지 말지 결정 못했다”는 대통령 말씀에 따라 사적 모임 규모 제한, 소아·청소년에 대한 방역 패스 확대 등 방역 강화 정책은 이날 발표에서 제외됐고, 이틀만인 12월1일 신규 확진자는 5123명으로 직전 최다 기록인 4115명을 갱신하게 된다.
 
전에 누가 “터널 끝이 보인다”고 말만 하면, 곧이어 “저게 터널 끝은 아닌가봐”라고 정정해야 하는 사태가 꼬박꼬박 일어나서 그랬는지 하여간 요즘 결정을 안 내린다. 다른 건 잘도 저지르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결정은 안 한다. ‘최악의 결정은 무결정’이란 말도 있는데.
 
결정 안 한 경우는 적지 않다. 인터넷이 발달한 세상이어서 누구 이름 치고 엔터 치면 사례가 쏟아져 나온다. 결정은 안 하면서도 “잘 돼야 한다” “세계가 보고 부러워하고 있다” “대화로 잘 푸시길 바란다” “K의 승리” 같은 아름다운 말들은 빠뜨리지 않는다.
 
중국과 대만 갈등엔 묵비권
 
지금 우리를 둘러싼 주요 현안이라 할, 그래서 외국 언론들은 하루에도 몇 건씩 보도하고 있는 사안을 살펴보자. 중국–대만 갈등 문제다.
 
분명히 지금 심상치 않다. 중국 측 전략은 3단계로 구성돼 있고 착착 진행되고 있다.
 
첫째 단계. 중국이 대만에 실력을 과시하며 위협하는 단계다. 중국 전투기와 함정이 대만 주변에 출몰하고, 방공식별권역을 침범한다. 이미 시작됐다.
 
2단계는 ‘그레이존 상태’라 불린다. 평시도 유사시도 아닌 ‘회색 상태’다. 사이버전, 경제전 등 비군사적 형태를 가장한 공격이 단행된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시켰을 때 썼던 수법이다.
 
마지막이 무력통일 단계다. 중국은 3단계인 무력통일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변국, 즉 한국 미국 일본에도 사전 정지작업을 할 것이다. 올림픽도 있는데 ‘설마 무력을’ 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올림픽은 영원히 하지 않는다.
 
대만 미국 일본에서는 중국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언론들도 경고를 보내고 있다. 승패에 따른 결과가 너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치열하게 대비하고 경고성 발언도 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그동안 순환 배치해 온 공격용 헬리콥터 대대와 포병대 본부를 한국에 상시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는… ‘무결정’ 이다.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 한국
 
결정 내려야 할 일에 하도 결정을 안 하고 하도 말을 안 하니 ‘동맹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는 한국’이란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미 중국 쪽으로 귀순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서 대부분 기독교를 믿는 서방의 옛 동맹국들은 ‘너희 중에 하나가 나를 팔리라’는 성경 구절까지 인용한다.
 
미중 사이의 양다리 걸치기. 어찌 보면 현실적이고 당연하다. 초강대국 사이에서 선진국에 불과한 우리가 뭘 어쩌겠는가. 문제는 안보는 미국에 기대고, 경제는 중국에 손 벌리는 건 20세기형 전략이란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 중국 모두 호소하고 있다.
 
“2대 초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그런 시대는 끝났다. 제발 말 좀 해봐라.”
 
하지만 두 초강대국은 마음속으로는 사실 이번 정권은 끝났고, 다음번에는 친미 혹은 친중 정권이 들어서지 않기를 기도하고 있다.
 
우리 문재인정부가 처음부터 묵묵부답이었던 건 아니다. 아니 처음에는 엄청 많은 걸 하겠다고 국민 앞에 적극적으로 당당하게 선언했었다. 뭘 하겠다고 했던가.
 
4년 전 약속은 태반이 공염불
 
유행하는 심리 테스트 식으로 알아보자. ‘다음은 2017년 5월10일 대한민국 최고 머슴이 하겠다고 약속했던 말이다. 이중 실현됐다면 O, 아니라면 X를 적으시오.’(X가 5개 이상이면 중증)
△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 O
△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X
△ 오늘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X
△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X
△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이 되겠다. X(대통령 눈높이가 너무 내려갔다.)
△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 X
△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끝나야 한다. X
△ 지역과 계층과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겠다. X
△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XXX
△ 불행한 대통령의 역사는 종식돼야 한다. ?
 
당시 이들 약속과 결심에 댓글이 달렸었다. ‘기립박수 드립니다.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부디 언행일치하는 책임감 있는 대통령이 되어주세요.’ ‘앞으로 당신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이제부턴 당신을 내 대통령,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런 댓글 단 사람들 중에는 “당신을 철저히 반대했던 극우보수주의자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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