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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과연 쥐는 누구

與 12월 임시국회 소집으로 깔린 ‘특검 협상판’

‘강한 남자’ 이재명의 면모 언제까지 이어질지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1-12-15 09:35:39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
“이제 가라, 내가 네 입과 함께 있어서 할 말을 가르치리라.” <출애굽기 4:12>
 
대선이 100여일 남짓 남은 시점에서 열성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음산하고 차갑기만 하다. 장기적인 코로나19 영향도 있겠지만 일반 유권자들은 별 관심이 없고 떨떠름한 표정들이다. ‘나쁜 놈, 추한 놈, 비열한 놈’ 얼핏 영화제목을 연상시키는 말이지만 여야를 불문하고 대선 후보들이 ‘놈놈놈’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찍을만한 ‘놈’이 없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은 ‘나쁜 놈, 추한 놈, 비열한 놈’이 아니라 ‘가장 센 놈’이나 ‘강한 놈’을 자처하는 것 같다. 착각은 자유라 하지만 아수라, 감옥, 조폭, 정신머리, 왕, 도둑, 충견, 무당 같은 표현들이 대선판을 헤집으며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사생결단식으로 살벌하고 피 튀기는 대선 풍토를 보면서 로마의 콜로세움을 연상하게 된다. ‘죽여라, 죽여라’ 엄지를 아래로 꺾고 외치는 로마 시민들, 그 안에서 뒹구는 근육질 투사들의 모습, 그 모습이 대선 주자들의 모습은 아닌지. 후보들이 투사처럼 점점 더 상처투성이가 돼가고 있어 딱히 마음을 내주고 싶은 후보를 찾기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다간 정말 최선(最善)이 아닌 차악(遮惡)의 후보를 선출하는 대선(大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의 가장 민감한 아킬레스건 중 하나는 ‘성남시 대장동’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성남시장 재직 시 벌어졌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대장동 개발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기 전엔 “대장동 개발은 내가 설계했고 진행한 내 행정의 최고의 치적이다. 대장동 개발 신화가 ‘이재명은 합니다’를 만들었다”더니 수사 대상이 된 이후에는 “대장동 개발은 국민의힘이 토건세력과 결탁해서 저지른 최악의 부동산 개발, 누가 설계하고 진행했는지 발본색원해야 한다”로 말을 바꾸었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치적이다’고 늘 강조했지만 이젠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대장동 아귀다툼은 이 나라 윤리와 사법 시스템의 오작동을 실증하고 있다. 힘없는 원주민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동안 고위 법조인과 정치인, 언론인이 토건업자들과 한통속이 되어 질펀한 탐욕의 잔치를 했다는 의혹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 지시에도 검찰 수사는 여전히 속 빈 강정이다. 최고지도자의 영(令)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 계좌추적도 없이 업자들의 녹취록에만 의존해 화천대유자산관리 김만배 대주주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을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검찰은 문 대통령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공개지시한 지 3시간 만에 영장을 청구했지만 대통령의 지시 중 ‘철저’는 빼고 ‘신속’만 따르다 사고가 난 꼴이다.
 
수사 착수 보름 만에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지만 정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시장실과 부속실은 제외했었다.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피해보려는 꼼수는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뒤늦게 김오수 검찰총장이 성남시의 고문 변호사였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고도 대장동 개발의 최종 결정권을 쥔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의 연루 여부를 확실하게 가려낼 수 있을까. 그런 김 총장에게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수사를 지휘하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검찰 내에서도 나오고 있을 정도다. 가뜩이나 전담수사팀이 친정부 성향 검찰로 구성돼 이 후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김 총장의 고문 변호사 이력까지 드러남에 따라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이미 크게 훼손됐다. 김 총장 스스로가 수사 지휘를 하지 않는 게 도리다.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을 보면 우왕좌왕 정권 눈치를 보며 시간 끌기에 급급한 것으로 비쳐진다. 9년 전 민간인 불법사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법사찰 증거인멸 의혹 수사 때도 이런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도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휘자로 의심 받던 이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리 꽂혀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에도 수뇌부의 장관 봐주기에 ‘사표 배수진’을 치고 저항한 검사들이 있었다. 그들은 ‘장관도 수사를 해야 한다’며 결기를 보였지만 공고한 정치검사들의 벽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현 상황이 그 때와는 본질적으로 동일한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의 권력은 물론이고, 미래 권력에까지 자발적으로 몸을 굽히는 정치 검사들이 존재하는 한 이런 일은 수시로 재연·반복 되는 게 사실로 인정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피곤할 수밖에 없으니 짜증이 치민다. 그간의 검찰수사 행태를 보면 여권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 후보 봐주기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수사 실력도, 의지도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러니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야당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게 아니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대장동 게이트는 기적적으로 성취한 경제민주화 역사를 모욕했고, 나라의 근본 가치를 전복시키고 있다. 모든 의혹의 정점에는 이 후보가 서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이 후보는 “단 1원이라도 받았으면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신뢰하기 어려운 검·경 수사보다는 중립적인 특검을 자청해 지체 없이 결백을 입증했어야 했다. 하나의 팩트를 놓고 말장난하는 것은 국민을 고문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제3지대 공조에 돌입한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상설특검을 통한 ‘쌍특검’(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윤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을 주장해 분위기를 조성했으나, 대선 전까지 시간이 촉박한 점을 감안하면 또다시 ‘뭉개기’가 재현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 후보는 11일 경북 안동MBC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의 혐의 부분만 하자는 것이 (그동안의) 국민의힘 후보 측 입장이었는데 다행히 전부에 대해 특검하자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같은 날 앞선 다른 일정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본인 혐의가 드러난 부분은 빼고 하자는 엉뚱한 주장으로 이 문제(특검)가 앞으로 진척이 못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가 “나는 이 후보의 말에 대해 대꾸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데 이제는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부산저축은행(윤 후보 의혹)을 포함해서 특검하자고 한 것이 언제냐”며 이 후보가 허위주장을 하고 있다고 따졌다.
 
코로나19 소상공인 지원과 선거대책위원회 인선 논란 등으로 대선 정국의 중심에서 다소 비껴가 있었던 대장동 특검이 성남도시개발공사의 2인자, 이른바 ‘유투’로 알려진 유한기 전 본부장 사망 이후 자연스럽게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핵심인물의 사망으로 검찰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한 점 등이 특검의 명분이 되고 있다. 다만 특검이 실제로 성사될지, 또 그 여파가 판세를 뒤엎을 위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일단 특검 환영 입장을 밝힌 이 후보는 앞서 유 전 본부장 사망 소식에 “명복을 빈다. 비통한 심정이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짧은 입장문으로 말을 대신했다.
 
암튼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이번 특검 입장은 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 재확인’에 불과하다. 앞서 여야는 일제히 특검 도입을 외쳤으나 신경전만 벌일 뿐 시간만 흘려보냈다. 국민의힘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이른바 ‘대장동 특검법’ 상정을 거듭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위원장을 맡고 또 과반을 차지한 법사위에서 특검법은 상정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을 도입하자고 수 없이 반복하고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여러 차례 특검을 하자고 했다. 법사위에도 특검법을 상정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민주당이 끝내 상정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윤 후보와의 접전으로 지지율 격차를 좁히며 좋은 흐름을 타던 이 후보 측은 예상치 못한 이슈 돌출에 전략적 대응 안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민주당이 민생법안 처리 등을 위해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만큼 ‘특검 협상판’이 깔릴 계기는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특검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관련 공방만으로도 불안 여론을 자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장동 때문에 코너로 몰리면서도 “돈을 받은 자=범인, 장물 나누는 자=도둑이다”고 외치는 이 후보의 모습은 어찌 보면 강력한 승부사, 투사 면모 그대로다. “아수라의 가면을 찢어버리겠다”고 벼르는 야당의 엄포도 ‘강한 남자’ 이재명에게는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큰 소리를 내고 흔들리는데도 뛰어나온 것은 고작 쥐 한 마리 뿐), 이제 쥐를 잡을 때다.” 이 후보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과연 그 쥐가 누가 될까 자못 궁금하다.
 
 
“내가 너희의 모든 대적이 능히 대항하거나 변박할 수 없는 구변과 지혜를 너희에게 주리라.” <누가복음 21 : 15>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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