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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기의 시사&이슈

개미가 고목을 쓰러뜨린다

공직자는 ‘인민의 종’… 文정권 자의적 권력 행사 해악

공화국 공직사회에서 주군·측근자 관계 없어져야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4-21 09:15:03

▲ 최재기 공화주의칼럼니스트
▲ 한반도연구소
 
우리 국민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주목한 것은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국회 답변 때부터일 것이다. 최근 전 세계 자유주의 국가의 정신적 지주로 떠오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부패한 공직사회를 풍자하는 자국의 TV 코미디 프로그램 ‘인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에서 대통령 역을 맡아 인기를 얻어서,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한다. 그는 ‘인민의 종’ 당을 창당했고, 지금 우크라이나의 집권당이다.
 
자신의 상관이나 권력자라는 특정인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 일반에게 충성한다는 것은 공화주의 나라 공직자의 상식적 태도이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와 우리나라에서 공직자의 이런 상식적 태도가 인기와 주목을 끌었다는 사실을 비춰볼 때, 양국 모두 공직사회의 부패나 권력남용이 심각하다는 역설이 드러난다.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혁명을 통해 건국한 근대 공화국의 공직자는 모두 ‘인민의 종’이라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를 영어로 public servant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공직자는 국민 일반에게 충성해야지 승진 등 자신의 인사문제를 좌우하는 상급자나 권력자에게 충성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모든 공화주의 국가에서는 공직자가 국가와 국민 일반에게 충성하도록 헌법에 그 책무와 신분보장을 규정해놓았다.
 
“공무원은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헌법 제7조 제1, 2항)
 
근대 공화국은 평등한 시민들이 사회계약에 의해 자신의 주권 일부를 대표자에게 위임하고 그 통치에 복종함으로써, ‘스스로 다스리는’ 나라로 건국되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는 인간 세계의 세 가지 지배의 유형, 즉 통치의 유형을 제시한 바 있다. 전통적 지배, 카리스마적 지배, 그리고 합리적-합법적 지배가 그것인데, 근대 공화국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시민들의 동의에 기초한 합리적-합법적 지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다스리는 나라는 사람의 자의적 지배가 아니라 법의 지배로 운영된다.
 
근대 공화국의 모든 공직자는 미리 법률로 규정된 직위에 주어진 권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것이 근대 관료제인데, 베버는 근대 관료제의 특징으로 1) 법령에 따른 업무, 2) 계급제, 3) 분업, 4) 문서주의, 5) 공사의 구별, 6) 전문적 자격이나 지식 요건, 7) 정치적 중립과 신분보장, 등을 꼽았다. 바로 우리 헌법이 규정하는 공직자의 모습이다.
 
현 정권이 민주공화국에 끼친 가장 큰 해악은 소위 ‘민주화 운동’의 위세를 내세워 부당하게 공직자를 동원하고 자의적 권력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공직을 집권세력의 소유물로 간주하고, 측근 그룹에게 막대한 지대이득을 안겨주는 등 여러 가지 전체주의적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이후 법을 위법하게 해석하고 적용하여 자신들의 부패와 권력남용을 덮으려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태나 시중드는 공무원 채용 사례에서 드러나듯, 특히 선출직 공직자가 부패하고 권력남용하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할 수 있는지 많은 국민들이 실감하게 되었다.
 
공직은 집권세력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이 자신에게 봉사하라고 주권 일부를 위임해준 자리일 뿐이다. 전체주의 성향 세력들에서 공화주의 세력들로 집권세력이 바뀌었으면 합리적-합법적 통치를 하도록 공직 부패와 권력남용에 더욱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루신(魯迅)의 측근자(側近者)론
 
황야는 생존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 황야의 어려운 조건에서 어쩌다 어렵사리 고목이 한번 우뚝 서면, 주변의 개미들은 그 고목에 집을 틀고 살아간다. 고목이 클수록 집을 틀고 살아가는 개미들은 더 들끓는다. 모래바람 날리는 황야와 달리 고목 주변은 모여든 개미들로 불야성을 이룬다.
 
고목에 집을 틀고 사는데 익숙해진 개미들은 옛날처럼 힘들게 맨땅을 파서 집을 틀고 살아가기 어렵다. 고목에는 더 많은 개미들이 모여들고, 개미들은 더욱 깊이 고목을 파고든다. 개미들에게 인기가 높아질수록 고목은 약해져 간다. 마침내 고목이 쓰러지면, 개미들은 새로운 고목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떠난다.
 
중국의 근대 문예가 루신의 글에 나오는 측근자에 관한 이야기다. 봉건적 시각으로 보자면, 고목은 주군이고 개미들은 측근자라 할 것이다. 몰락하는 주군이 자신이 관직과 권력을 준 측근자들이 의리 없이 자신을 외면하고 떠나간다고 원망하는 것은 어리석다. 측근자는 그런 본성을 타고난 자들이라, 그들에게 의리 따질 일은 아니다.
 
근대 공화국의 공직사회에서 이런 주군-측근자 관계는 없어져야 한다. 그런데도 공화국을 건국한지 70여년이 넘고, 이른바 ‘민주화’라 부르는 대통령 직선제 재도입 이후 3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 국민들 정서에는 합리적-합법적 통치를 수행하는 공직자 관계보다는, 주군-측근자 관계가 더 익숙하다. 이런 정서도 바꿔야 한다. ‘자유로운 시민들의 공동체’ 공화국은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경계와 참여로 만들어진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고목은 반대파의 힘으로 쓰러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고목은 그 속에 집을 틀고 살아가는 개미들이 무너뜨린다. 권력자가 항상 경계해야 할 격언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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