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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고국천제의 아우 발기의 어설픈 반역

역심을 품고 군사를 일으켜 반역한 고국천왕의 아우 발기

이복동생 계수에 밀려 달아나 자신의 과오 후회하고 자결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03 09:45:30

 
▲ 성헌식 역사 칼럼니스트·고구리역사저널 편집인
우리 역사상 가장 악질적인 민족반역자 3인방으로는 당나라 군대의 선봉에 서서 조국 고구려를 공격해 멸망시킨 연남생자신의 주군(의자왕)을 체포해 당나라로 넘겨 조국 백제를 망하게 한 예식진당나라에게 항복 이후 변절해 조국 백제의 부흥운동을 좌초시킨 부여융이라고 할 수 있다.
 
네 번째 민족반역자로는 과연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먼저 고려 공민왕 때 수문하시중(守門下侍中)을 지낸 행촌 이암(杏村 李嵒) 선생이 저술한 단군세기 서문에 아래와 같은 문구를 보기로 하겠다.
 
~ 통탄스럽도다! 과거에 오잠(吳潛)과 류청신(柳淸臣) 같은 간신배가 떠들어댄 사악한 말이 은밀히 백귀(百鬼)와 더불어 야행해 고구려의 역신인 남생(男生)과 발기(發岐)의 역심(逆心)과 상응해 합세했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도와 그릇이 함께 없어지고 형체와 혼이 다 사라지는 때에 어찌하여 자신만 편안코자 한단 말인가!”
 
행촌 선생은 몽골에 주권을 잃었음을 통탄해하며 나라에 역사가 없고, 형체가 혼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로다(國無史而形失魂之故). 대신 한 사람의 능력으로 나라를 구할 수는 없으나, 온 나라 사람이 나라를 구하는데 무엇이 유익한 것인지를 찾아낸 연후에야 비로소 구국(救國)을 말할 수 있으리라고 역설했다.
 
오잠과 류청신은 고려 때 원나라의 권세를 믿고 국권을 농락해 나라에 해독이 되었던 간신배 수준이었지 나라를 이민족에게 망하게 한 민족반역자급하고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오잠은 1323년 원제(元帝)에게 고려에 행성(行省)을 설치해 국호를 폐하고 원나라의 직속령으로 할 것을 청하기도 했다.
 
행촌 선생은 연남생과 더불어 고국천왕의 아우 발기를 고구려의 대표적인 반역자로 간주했다. 그러나 발기가 역심을 품고 군사를 일으켜 반역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 규모가 나라를 뒤흔들거나 망하게 할 정도도 아닌 데다가 나중에 자신의 과오를 후회하고 자결했기에 역사상 민족반역자 레벨에 포함시킬 정도까지는 아닐 것이다.
 
▲ 산삼왕 우왕후. [채널A 천일야사]
  
발기는 적출(嫡出)인 고국천제의 동복아우이며 서출(庶出) 산상제에게는 이복형이다. 동복형 고국천제가 후사 없이 붕어했으면 서열상 마땅히 자신이 제위에 올랐어야 함에도 형수 우황후가 농간을 부려 가짜조서로 연인관계였던 서출 이복동생 연우(산상제)를 등극시켰다.
 
이에 발기가 크게 화내며 사병(私兵) 300명을 데리고 궁궐을 포위하려하자 국상 을파소는 나라의 주인은 이미 정해졌소. 제위를 다투는 자는 적이오라고 교통정리를 해버렸다. 발기는 궁궐 문이 굳게 닫혀있고 사방에 병사들이 빽빽이 서있는 것을 보고는 울분을 터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 역적 발기. [KBS 역사스페셜]
 
발기는 오랏줄에 묶여져 귀양을 갔고, 그의 군대 모두는 새 임금 만세!’를 불렀다. 산상제는 형님(발기)이 어리석었을 뿐 모의한 것은 아니라며 사면하고 배천(裵川)형왕으로 봉했다. 그러나 발기는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지 못하고 무리를 이끌고 두눌(杜訥) 땅에서 모반해 스스로 황제를 칭했다.
 
그리고는 요동태수 공손탁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하고는 병력도움을 요청했다공손탁은 3만명의 군사로 말로만 발기를 돕는 척하며 개마·구려·하양·도성·둔유·장령·서안평·평곽군 등을 급습해 차지해버리자 발기는 울화가 치밀어 등창이 터지고 말았다.
 
9월에 이복동생 계수가 두눌을 정벌해 본거지를 없애버리니발기는 배천으로 패주해 달아나서는 스스로 칼로 목을 그어 자결을 택했다산상제는 왕의 예법에 따라 발기를 배령에 장사지내고 배천대왕지릉(裵川大王之陵)’이라는 비석도 세워주었다.
 
아들 박고가 아버지 발기의 무덤을 지키면서 물고기를 잡아 연명했고 자신을 위수(渭水)의 어부라고 했다산상제가 여러 번 불렀으나 돌아오지 않았고형 공주를 처로 삼아 보내주었다고 고구리사초략에 기록되어 있다즉 당시 고구리의 강역이 황하를 건너 섬서성 위수에까지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문구이다.
 
섬서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위수.[KBS 역사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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