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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야구 선진국답게 라오스에 ‘야구 한류’ 베풀다

최빈국 라오스 대표팀 초청해 기술 전수

이만수 전 감독 불모지에 씨앗 뿌린 성과

다른 나라에도 봇물 터졌으면 하는 바람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5-19 08:50:18

 
▲박병헌 언론인·칼럼니스트
 이 땅에 야구가 도입된 것은 1905년이라고 한다. YMCA(기독교청년회) 개척 간사로 한국에 파견된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는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YMCA)를 설립했고, 1905년에는 청년 회원들에게 서양식 공놀이인 야구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것이 대한 체육사에 기록되어 있는 한국 야구의 효시다.
 
실제로 한국에 야구가 보급된 것은 1905년 이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1873년에 야구를 도입한 일본이 조선 침략을 본격화하며 전국에 일본인 야구팀을 만들어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인의 야구일 뿐 한국 야구는 아니다. 그래서 한국의 야구 도입을 1905년으로 보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한국에 야구가 도입된 지는 100년이 훌쩍 지났다. 1920년 서울 정동의 배재학당 운동장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 야구대회가 연면해 오고 있는 전국 체육대회의 기원이라는 점에서 한국 스포츠에서 차지하는 야구의 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광복 이후 수많은 야구인의 노력으로 한국 야구는 발전을 거듭해 야구 종주국인 미국, 일본과 세계 정상을 다툴 정도로 급성장했고,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야구는 국내 최고 스포츠 자리매김
 
더구나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로 만 40년을 맞았다. 2017년에는 한 해에 프로야구 입장 관중이 무려 84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으니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한국 야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아시안 게임에서도 극강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
 
미국 선교사 질레트의 노력으로 꽃을 피운 한국 야구는 대한민국을 이제 엄연한 야구 강국이며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국제 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개발도상국에 대한 야구 보급이라는 아름다운 임무도 성실히 수행해 내고 있어 대견스러울 따름이다.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의 초청을 받고 방한한 라오스 야구 대표팀이 얼마 전 강원도 강릉에서 열흘간 머물며 한국의 선진야구 기술을 전수받고 돌아갔다. 항공료, 숙식비 등 모든 경비를 우리가 책임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487달러(2020년말 현재)에 불과한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라오스 야구 대표팀은 감히 해외 전지 훈련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다. 2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었던 만큼 비용 또한 적지 않았을 게다. 별다른 외부계획이나 행사 없이 오로지 훈련과 시합을 소화하며 한국야구를 열심히 공부하는 강행군의 일정이었다.
 
비록 기간은 짧지만 부족한 전술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둔 연습과 실전 시합을 통해 기량을 최대한 끌어 올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였다.
 
라오스 선수들 자신감과 용기 얻어
 
이들이 한국의 호의와 ‘야구 한류’에 큰 감동과 함께 고마움을 마음속에 잔뜩 담고 돌아갔음은 물론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착용할 대표팀 유니폼, 야구공 600개, 야구 배트와 헬멧 등 선물도 이들의 손에 푸짐하게 주어졌다. 이와 함께 자신감과 큰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명색이 야구 국가대표팀이라고 해 봐야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 수준 밖에 되질 않는다. 연령대도 중학교 2학년부터 26살까지 다양했다. 이번에도 강릉고, 경포중, 영동대학 등과의 연습경기에서 3전 전패를 했지만 이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니 말이다. 오로지 기본기를 체득하고, 실력을 향상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한한 라오스 야구 대표팀은 한국인 민상기 감독이 이끌었지만 프로야구 원년 멤버인 ‘헐크’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야구와 가족, 교회밖에 모른다는 성실함의 상징인 이만수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8년 전 야구 불모지 라오스에 야구를 심고 발전시키는 등 보람찬 인생 이모작을 살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야구 선수라고 할 만하다. 야구를 그만두면 보통 야구 지도자나 해설가로 나서지만 예순을 넘긴 그는 재능기부를 통한 ‘야구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40년 넘게 팬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을 되갚기 위해서였다. 받는 게 익숙하고 베푸는 데 인색한 게 스타 플레이어들이지만 이만수는 이를 깨고자 했다.
 
어느 새 6개 야구팀 생겨나 활약
 
그는 불교 국가에다 사회주의 국가인 라오스에 글러브와 배트뿐 아니라 피칭 머신 등 야구 용품을 지원하고, 낮기온이 50도에 육박하는 불모지에다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야구를 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지만 묵묵히 라오스에 야구를 심었다. 야구에 뜻있는 사람들 350여명을 모아 야구를 가르치며 팀을 만들었고, 라오스 최초의 국가대표팀까지 선발했다. 
 
매년 라오스 주재 한국대사 배 야구대회도 개최했다. 먹고 살기가 힘들고 바쁜 탓에 야구를 배운 뒤 그만 둔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이 전 감독의 헌신과 열정 덕분에 라오스에는 현재 야구팀이 어느새 6개나 된다. 자신의 별명 ‘헐크’를 따 만든 헐크파운데이션은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서 30분 거리에 국제 규격의 야구장도 만들었다. 이만수의 공식 명칭은 라오스야구협회 부회장 겸 라오J브라더스 구단주다.
 
라오스에서는 야구가 하나의 문화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네에서 야구 글로브를 끼고 끼리끼리 야구를 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야구 국가대표팀을 처음 선발한다고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맨발과 슬리퍼를 신고 참가했던 그들이었다.
 
민간 차원 스포츠 외교로서도 최고
 
아무 조건없는 베풂이 그 밑바탕인 ‘야구 한류’를 맛본 라오스에서 야구를 통해 보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으면 그만이다. 100여년 전 선교사 질레트가 이 땅에 야구를 심었을 때처럼 말이다. 
 
라오스 야구팬들에게는 한국이 로망의 땅이다. 학생들한테 야구 붐이 일어나 각급 학교에서는 한국인 지도자를 파견시켜 야구를 더욱 보급해 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더구나 라오스 야구협회 관계자들은 대부분 정부 고위급 인사들이어서 민간 차원의 스포츠 외교로서도 최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혈혈단신으로 건너간 이만수가 뿌린 밀알의 씨앗이 뿌리를 내리며 점점 성장하고 있음에 가슴 뿌듯하다. 아직은 미미한 ‘야구 한류’가 다른 나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 봇물이 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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