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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바이든 방한 (上-한미동맹 재강화 배경)

‘美中 무역전쟁’ 핵심전장 된 반도체… 칼자루 쥔 삼성

美中 갈등,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절정

‘반도체 공급 중단’ 화웨이 목숨 쥔 삼성

화웨이 위기는 곧 ‘천인계획 실패’ 의미

기사입력 2022-05-30 00:07: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한국 대통령보다 먼저 방한해 전세계 이목이 집중됐다. 통상 한국 대통령이 당선 후 먼저 미국을 찾는 게 관례였다는 점에서 한미관계가 보다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한미 정상은 기존 군사동맹을 넘어 안보·경제 공동체를 지향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미국이 한국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다름 아닌 ‘중국’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스카이데일리는 금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바이든 방한’으로 정하고 한미관계 격상 배경, 향후 동북아 등 정세를 진단해본다. [편집자주]

▲ 윤석열(맨 앞)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나란히 서서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할 예정인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다. 양 정상의 웨이퍼 서명은 한미의 ‘반도체 동맹’을 상징한다. [대통령실 제공]
 
[
특별취재팀=오주한 부장|노태하·김나윤 기자]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먼저 방한해 전세계 이목이 쏠린바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통상 한국 대통령이 취임 후 미국을 선(先)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먼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찾았다. 양 정상은 나아가 한미 관계를 기존 안보에서 한 걸음 나아가 경제‧기술동맹으로 격상시킨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또한 미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한국 참여도 확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파격적 행보, 한미동맹 격상 등을 두고 국제사회는 그 배경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견제 성격을 지닌 IPEF에 대한 한국 참여를 두고 한미가 대중(對中) 포위망 형성에 사실상 물밑 합의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례적 선(先) 방한 후 찾은 곳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20일 오후 미익(尾翼)에 성조기가 붙은 한 대의 항공기가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했다. 바이든 대통령 일행이 탑승한 미 대통령 전용 공군기 ‘에어포스원(Air force one)’이었다. 동시간대에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일컬어지는 E-4B 핵공중지휘통제기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E-4B는 중국 등과의 핵전쟁 발발 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폭격기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핵잠수함 등 미국의 모든 핵전력 부대를 지휘하는 역할을 한다.
 
윤 대통령 방미에 앞서 먼저 한국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에서 내려 향한 곳은 다름 아닌 평택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이었다. 윤 대통령과 함께 공장 내부를 둘러본 바이든 대통령은 방명록 대신 반도체산업 상징인 웨이퍼에 서명을 남겼다.
 
이튿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 113분 동안 환담한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IPEF 참여를 공식화했다. 성명에서 양 정상은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프레임워크 수립이라는 윤 대통령 구상에 지지를 표명했다”며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환영했다. 양 정상은 개방‧투명‧포용성 원칙에 기초해 IPEF를 통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 2019년 12월 문재인(왼쪽) 당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를 한 후 회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베이징대 연설에서 ‘중국은 높은 산봉우리’라며 친중 기조를 언급했다. [뉴시스]
 
양정상은 사실상 중국 등을 겨냥한 합동훈련 규모 확대 등에도 합의를 도출해냈다. 두사람은 중국이 동남아 다수 국가와 충돌을 빚으며 영유권을 주장 중인 남중국해와 관련해 “남중국해 및 여타 바다에서 평화와 안정, 합법적이고 방해받지 않는 상업을 유지하고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와 바다의 합법적 사용을 포함한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약속을 재확인한다”고 언급했다. 양 정상은 이어 “연합방위태세 제고를 통해 (전쟁) 억제를 보다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IPEF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중국 주도,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등에 대한 대항마 성격으로 여겨진다. 역내에서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협의체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용은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한 채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방문도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에 한국이 합류하는 상징적 행위로 받아들여졌다.
 
‘천인계획’ 주도 화웨이 반도체 공급 중단… 패색 짙은 中 경제
 
미중 갈등은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시작됐다.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 등으로 인해 경제붕괴 직전에 내몰렸던 중국은 흑묘백묘(黑猫白猫‧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를 주창하며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기사회생했다. 1979년 방미 과정에서 미국의 엄청난 생산력에 압도당했던 그는 “앞으로 100년 동안 미국에 맞서지 말라”는 유훈을 남겼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중화사상론이 재차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일본경제연구센터(JCER)는 2033년에는 중국 경제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덩샤오핑의 유훈을 망각한 채 2018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불을 붙였다. 시 주석은 트럼프 미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자 RCEP를 발족하며 미국에 대한 정면 도발을 감행했다. 2020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가 TPP 참여 확대를 주장하자 중국은 미국의 자리를 노리고 TPP 가입 의사를 타진했다.
 
미중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됐다. 2020년 전세계에 흩어진 중국계 인재들을 산업스파이 등으로 포섭한다는 내용의 ‘천인계획’이 폭로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 1000여명의 비자를 취소해버렸다. 절정은 바로 ‘반도체 패권 전쟁’이었다. 지난해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의 47%를 점유했던 자국의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즉각 세계 5위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이자 중국 반도체산업 핵심인 중신궈지(SMIC)를 제재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최대 통신기업이자 천인계획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던 화웨이는 삼성전자 및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반도체 공급 중단에 직면했다. 중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으로 5%에 불과했지만 산업스파이를 기반으로 한 성장 속도는 무서울 만큼 가팔랐다.
 
▲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미중 패권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도로의 규칙’을 강조했다. 미중 패권전쟁은 반도체를 무기로 내세운 미국 승리로 기우는 상황이다. [AP/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제재로 인해 중국이 받은 경제적‧심리적 타격은 매우 컸다. 최재성 극동대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SMIC에 대한 장비 수출규제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워낙 좋기에 일부 장비는 자급자족할 수 있겠지만 미국 핵심장비 없이는 (미국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미중 패권전쟁의 핵심 전장이라 할 수 있는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이 IPEP 가입,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방문 등을 통해 사실상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미중 패권전쟁에서 한국의 역할은 거의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미국의) 중국 제재와 삼성전자 공장 유치 등은 반도체 패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자족률은 낮으며 삼성전자 등에 대한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이는 삼성 반도체가 없으면 화웨이의 천인계획에 차질이 빚어져 종국적으로 중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 반중 정서는 73%에 달한다. 여론이 주도하는 미국 사회특성상 (미국의) 대중 정책이 유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브루스 클링너 미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22일 언론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 출범으로 두 동맹 사이의 간극은 사라졌다”며 한미의 대중 견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주한 기자 / jhoh@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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