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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talk]- 사장님들 안녕하신가요

전통과 감성문화 깃든 노포가 사라지면

기사입력 2022-06-14 00:02:30

▲ 김경미 국제문화부 기자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길에 맛있는 음식과 술 한잔하기 걸맞은 화창한 계절이다. 새로 생긴 ‘힙’한 음식점에 가는 것도 좋지만, 새내기 시절부터 문지방이 닳도록 다녔던 추억이 있는 노포를 찾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최근 들어 추억의 장소들이 자꾸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피맛골’은 종로구 종로에 있는 조선시대의 골목길이다. 서민들이 종로를 지나가는 고관들의 말을 피해 다니던 길이라는 뜻의 피마(避馬)에서 길의 이름이 유래했다. 당시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종로를 지나다 말을 탄 고관들을 만나면 행차가 지나갈 때까지 엎드려 있어야 했다. 이 때문에 서민들은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한길 양쪽에 나 있는 좁은 골목길로 다니는 습속이 생겼다는 게 바로 피맛골이 생긴 유래다.
 
서민들이 이용하다 보니 피맛골 주위에는 선술집·국밥 등 술집과 음식점이 즐비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로 해장국·생선구이·낙지볶음·빈대떡 등을 파는 종로의 명소 중 하나였다.
 
이처럼 오랜 추억과 단골이 있는 피맛골은 개발 정책에 의해 한순간에 사라졌다. 1980년대 초 도심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뒤 2003년 서울시 건축위원회에서 재개발을 허가함에 따라 청진동 166번지 일대부터 노후 건물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재개발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9년 청진동 재개발로 600년간 서민의 애환이 서린 피맛골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면서 서울의 전통 거리가 사라진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이에 이미 개발된 지역을 제외하고 종로2가에서 종로6가에 걸쳐 있는 피맛골을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예전 ‘피맛골’의 모습을 재현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 맛과 정취가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이제는 ‘라떼는 말이야’ 골목길로 불리고 있다.
 
‘을지OB베어’도 많은 이들의 추억이 켜켜이 서린 곳이다. 이곳은 수십 년 전부터 ‘노가리 골목’이라 불리며 사람들이 북적이던 골목에 가장 먼저 문을 연 생맥줏집이다. 떡볶이와 치킨을 판매하면서 ‘노가리 골목의 맥주집’이라는 브랜드를 고집하려는 ‘만선호프’에 비해 ‘을지OB베어’는 생맥주와 안주라고는 노가리·쥐포 정도밖에 없지만 그곳만 고집하는 골수 단골들이 꽤나 많다.   
 
그래서일까. 서울시는 2015년에 ‘을지OB베어’를 오래 보존하고 기억해야 할 가치가 있는 집이라며 ‘백년 가게’로 선정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즐겨 찾는 노포의 ‘가치’를 문화라 부른다. 사람들이 오래된 골목이나 가게들을 다시 찾는 것은 단지 레트로의 유행이나 신기하고 스쳐 지나가는 힙한 장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공간에 쌓여 있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그리고 그 위에 덧붙여진 나만의 시간과 기억들. 그런 것들이 자연스레 전승되고 발전하며 삶의 한 축이 되는 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을지OB베어는 결국 문을 닫았다. 하나둘 씩 가게를 늘려 가던 ‘만선호프’는 1월 을지OB베어가 입주한 건물을 샀고 계속해서 퇴거를 요구하다 결국 4월 강제 집행하기에 이르렀다. 이미 9호점까지 골목을 가득 채운 만선 호프는 을지OB베어 자리에 10호점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오래된 간판은 진작에 떼어졌지만 을지OB베어 폐업 집회 현장은 아직도 그대로 살아 숨쉰다.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노가리 골목으로 부르는 을지로에서 42년간 장사하며 골목의 정체성을 만들어 온 것이 바로 을지OB베어라고 외친다. 노가리 골목의 역사를 만들어 온 전통 있는 원조 가게인데 ‘힙’한 거리가 되자 뒤늦게 자본력이 있는 거대 상점이 들어와 골목의 정체성을 빼앗았다고 보고 있다. 그곳에서는 '도심에서 일어나는 약탈적 현상'이라며 분개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을지면옥’도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을지로와 충무로 일대를 아우르는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을지면옥이 들어선 세운지구 3-2구역의 상점들은 대부분 장사를 접고 철거한 상태다. 을지면옥만 차가운 철거 가림막을 가게 문 앞에 세워 두고 장사를 계속하고 있다. 공구와 금속제 물건을 팔던 그 일대의 소규모 상인들은 재개발을 추진한다면서 평생 장사를 해 온 사람들의 생계엔 무심한 재개발 정책을 한목소리로 성토하는 분위기다. 
 
을지OB베어 폐업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이 "을지로 골목길은 문화적인 가치가 있는 명소"이라고 역설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도는 듯하다. 그는 “을지면옥·을지OB베어가 사라지고 언젠가는 동원집과 원조녹두집도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가 을지로를 거닐며 쌓았던 그 많은 기억과 추억은 이제 공간과 함께 증발해 버릴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김경미 기자 / km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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