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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언론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동력원

새 정부 최우선 과제는 훼손된 권력 기관 정상화

법원·검찰·경찰·언론이 제대로 권력층을 감시해야

문 정부 말기 공영방송 ‘알박기’ 인사 방치는 곤란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14 09:25:46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엄청나게 많은 변화를 느끼게 만든 한 달이었다. 청와대를 나와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 북한 미사일 공세에 대한 단호하고 분명한 대응 등은 지난 5년간 꽉 무언가 막혀 있던 가슴을 터주는 느낌이다. 전적으로 그 때문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지자체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는 이유 중에 하나는 됐을 것이다.
 
물론 모두 잘한 것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부 각료 추천 인사 검증에서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고, 지나치게 검찰 출신 측근 인사들만 중용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또 집권 여당 내 계파 형성 분위기 때문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몇몇 분야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명확한 정책 방향이 불분명한 것은 서둘러 해결해야 할 문제다. 자칫 국회 의석 수 등을 핑계로 중요한 정책 현안을 미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새 정부에게 부여된 최우선 과제는 지난 정권이 권력기구 개편이란 명분으로 극심하게 훼손시킨 권력 기관들을 다시 정상화하는 것이다. 정권의 수족으로 전락해버린 법원·검찰·경찰·언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다시 돌려놓는 일이다. 여기서 제 역할이란 이전으로 다시 돌려놓는 것이 아니라 이 기구들이 정치권력의 통제에서 독립해 정치·경제 권력과 권력자들을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게 하는 것이다.
 
파격적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것도 검찰 장악이 아닌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물론 검수완박입법으로 막강한 권력기관이 된 경찰 역시 또 하나의 권력이 되지 않도록 신중히 재구조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거듭된 정치적 판결들로 신뢰가 크게 떨어진 법원 역시 자율적 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새 정부가 손대지 못하는, 아니 언급조차 못하고 있는 권력 기구가 있다. 바로 언론이다. 특히 지난 정권에서 방송의 정치도구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극심했다. 언론노조를 앞세워 완벽하게 장악한 공영방송사들의 불공정·편파·정권호위 방송은 제5공화국의 땡전 방송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지난 5년 내내 연이은 실정과 불통·비리 의혹에도 문재인정부가 견고하게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언론 특히 방송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변명거리는 있다. 법에 정해진 형식적 절차를 거쳐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 같은 거버넌스 체제를 강압적 또는 불합리한 방법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절대 의석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을 고쳐 제도를 정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전 정권들처럼 이런저런 비리를 들춰내 개별적으로 퇴진을 압박해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은 도리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TBS 김어준처럼 서울시장이 바뀌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도리어 조롱당하는 우스꽝스러운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공영방송을 비롯해 언론과 연관된 정부기관이나 유관단체 인사들 중에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스스로 퇴진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 더구나 문 정부 말기에 마치 알박기처럼 무더기로 임명한 인사들도 있다.
 
이처럼 정치권력에 의해 형해화(形骸化)된 공영방송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분명 큰 문제다. 더 넓게 보면 국가와 공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뉴스채널을 비롯한 공영미디어들의 위상 재검토, 지나치게 과대 성장한 공공·공영·공익 채널 재정비, 글로벌 미디어 공세에 대비한 방송시스템과 재원 구조 강화 같은 수많은 정책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적 이유를 핑계로 그대로 놓아두어서는 결코 책임 있는 정부라 할 수 없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권력 기구인 언론을 정상화시키지 못한다면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윤석열정부의 목표가 허망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이 아니더라도 언론은 국가권력이 쉽게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객체가 아니다. 국민의 동의를 획득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2009년 이명박정부의 미디어법 개정은 의석수 3분의 2를 가지고도 엄청난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렇게 상황이 어려울수록 공영방송 위상을 비롯한 방송구조 정상화에 대한 비전과 방향을 정교하게 설정하는 작업이 절대 요구된다. 공영 미디어 현황과 미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에서 벗어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 자체가 언론을 정상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동력원이다. 정부가 언론 장악이 아니라 언론의 권력 감시 역할을 보장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줄 때 잘못된 언론지형을 개혁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야당이 정권 말기에 몰아붙였던 언론중재법이나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편 입법이 무산된 이유도 바로 국민의 동의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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