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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반도체·조선업계 인력난

인력난에 ‘곡소리’ 나는 韓 핵심산업… 새 정부 해법 내놓을까

조선업계 수주 1위 탈환했지만… 업계 “곧 인력난 현실화될 것”

尹정부, 반도체 인력난에 관련 학과 정원 늘리고 지원책 마련해

전문가 “반도체 업종에 취업층 인력들의 시선 붙잡는 것이 우선”

기사입력 2022-06-24 00:57:00

▲ 조선업계와 반도체 업계에 불어닥친 인력난으로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산업계가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한 조선업계는 일감이 쌓여 있지만 인력이 부족해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업계에서도 대학의 관련학과 재학생 수가 모자라는 등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새 정부가 혁신적인 인재 육성 방법으로 고질적인 산업계 인력난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선업계, 일감 잔뜩 있는데 일손 모자라… 구조조정 영향 현재까지 이어져
 
이달 7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은 120만CGT(20척)를 수주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전 세계 조선업계가 수주한 250만CGT(57척)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8%를 석권한 셈이다. 2위인 중국(84만CGT·22척)과도 확연하게 차이를 벌렸다.
 
지난달까지 누계 수주실적에서도 4년 만에 중국을 제쳤다. 올해 1~5월 발주량은 1년 전(2468만CGT)보다 24% 감소한 1625만CGT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한국은 734만CGT(148척·45%)을 수주해 716만CGT를 수주한 중국을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추월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과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대거 따낸 효과인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2021년 한 해 동안 1744만CGT를 수주해 8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에도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는 약 15조9500억원 규모의 선박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주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배를 만들 인력이 태부족해 조선업계의 고심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2014년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말 9만2000명으로 절반 이상(약 55%)이 쪼그라들었다. 이어 오는 9월에는 약 9500명의 생산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조선업계의 인력난은 2014년과 2015년에 있었던 조선불황으로 단행한 구조조정 등 인력감축의 여파가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 당초 조선업계는 LNG·LPG 선박에 주력하고 있었으나 2014년경에는 천연가스, 석유 등의 천연자원을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사업에 매료돼 대규모로 하청 노동자를 들이는 등 집중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납기일이 지연되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한계에 번번이 직면하곤 했다. 이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이듬해인 2015년에는 두바이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가 급락해 조선업계는 수조원대 적자에 허덕이는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 대우조선해양 작업장. [사진=뉴시스]
     
이에 대형 조선사들은 희망퇴직·설비감축 등 비용 절감을 통한 적자 메우기에 나섰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됐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및 조선 3사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2014년 당시 국내 빅3 조선사의 직원 수는 5만5717명에서 올해 1분기 3만395명으로 절반에 육박하는 2만5322명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일감이 늘어났음에도 구조조정 이전 수준으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이번에는 인력난에 시달리는 이상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인력난 문제가 곧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착공되는 올해 하반기부터 현장의 생산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대형조선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인력이 모자란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건조에 착수하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인원이 모자라는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며 “대부분 조선사들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선박 건조까지 최소한 1~2년의 시간이 필요한데 지난해부터 많은 물량을 들여온 데다 수주량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난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현재 건조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향후 다가올 물량을 생각해 인력을 수급할 대응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인력난에 정원 늘리는 정부… 전문가 “정원 확대 능사 아냐”
 
인력난은 반도체 등 IT업계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산업계는 디지털 전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빠르게 인공지능(AI)·플랫폼·클라우드 등 첨단 IT 기술을 도입해 현장을 정비했다. 문제는 기술 수요가 늘어난 반면 이를 다룰 우수한 인력들을 공급받는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도체 연구개발(R&D)과 기술·생산 등 필수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산업기술인력은 9만9285명으로 정원 대비 1621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의 반도체학과 정원 미달 등으로 향후 반도체 인력 수급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년 반도체학과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교는 전국 28곳에 이른다. 서울에서는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협약을 맺고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학생들을 뽑는다.
 
하지만 선문대·극동대·중원대 등 일부 비수도권 대학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2022학년도 입시에서 각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시각을 기준으로 할때 인기학과인 반도체학과 경쟁률이 1대1에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등 특성화 대학을 지정하고 정원을 확대하는 등 인력양성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가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반도체 등 경제안보 전략산업의 기술·생산역량 확충, 기업성장 지원 등을 위해 ‘국가첨단전략산업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초격차 확보를 위한 투자 인센티브, 인력양성, 산업생태계 공고화 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단지를 조성할 경우 전력·용수·도로 등 인프라 구축 지원과 신속한 인허가 처리 등 투자확대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 등 특성화 대학을 지정하고 정원을 확대하며, 연구개발(R&D)과 인력양성 연계 강화를 위해 산·학·연 상시 협력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하지만 교육계 및 업계에서는 ‘정원을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어 정부가 적절한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반도체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 개혁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참가 전문가들은 정원 증가도 중요하지만 지금 현재 있는 교수들이나 학생들의 관심을 반도체 분야로 이끄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여러 학과에 산재된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전면적 육성과 함께, 산업계 수요에 맞춘 실무인력 양성 프로그램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제안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로 연구과제 확대를 통한 반도체 분야 연구 전환 유도 및 교육에 필요한 고가 장비 및 시설 예산 집중 투자 등을 꼽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상헌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마이크로 디그리(학점당 학위제)’와 같은 대안을 통해 반도체 학과의 관심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 교수는 “마이크로 디그리는 타 전공 학생들이 전공에 대한 큰 부담 없이 3과목 정도를 수강하면 작은 학위를 주는 제도”라면서 “반도체 과목을 맛보기로 들어본 뒤 반도체 쪽으로 관심을 갖게 하는 이러한 제도를 우선적으로 시행해 보고, 정원 증원을 시도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기자 / gc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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