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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완성차 수요 예측 실패로 발생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올해까지도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도시 봉쇄 등 대외리스크로 부품 수급에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생산 차질 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인력부족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계의 미래차 전환에도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반도체 수급난 여전한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자동차업계 ‘울상’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완성차업계는 자동차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자동차 관련 부품 생산량을 줄이고 재고를 소진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체 또한 차량용 반도체보다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생산했다. 그러나 업계의 예상을 깨고 자동차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오히려 수급난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도 완성차 업계를 비롯해 자동차 부품 등 관련 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은 지난달 8일 ‘우크라이나 사태가 유럽연합(EU) 경제 및 한·EU 교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자동차·선박 부품은 고품질로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EU 경기둔화 및 생산 차질로 수입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우리 산업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고품질의 EU산 반도체 제조장비, 자동차·선박 부품은 대체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품 수입뿐 아니라 수출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러시아 수출길은 사실상 끊긴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3월 국내 생산 완성차의 러시아 수출은 전년(8216대) 대비 94.7% 줄어 417대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 따르면 4월(1~25일)에도 한국의 러시아 대상 자동차 수출이 97.3%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 수출도 87.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부품 공급 차질, 출고적체 현상 등이 생기면서 올해 3월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생산(-9.5%), 내수 판매(-19.1%), 수출 대수(-7.7%)가 모두 감소했다.
4월에는 친환경차의 선전으로 수출 실적(수출액 전년 동월 대비 6.1%↑·44억달러)은 1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생산 및 내수 물량은 여전한 하락세를 기록했다. 4월 자동차 생산량은 30만6462대로 지난해 4월(32만3672대)보다 1만7210대 줄었고, 내수 판매량도 14만3167대로 1년 전(16만1097대)보다 1만7930대 줄어들었다.
실제로 러·우 전쟁을 비롯해 중국 도시 봉쇄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3월부터 러시아 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특히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량은 4월 기준 전년보다 58% 쪼그라들었고, 기아 역시 67% 줄었다. 도시 봉쇄가 이어지고 있는 중국에서도 현대차는 1년 전보다 68% 하락했고, 기아도 판매량이 58%나 감소했다.
이러한 추세는 5월에도 이어졌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기아·르노코리아·쌍용자동차·한국지엠)가 발표한 올해 5월 실적을 취합한 결과 내수와 수출을 합한 글로벌 판매(반조립 제품 수출 포함)는 61만3562대로 지난해 5월(63만2022대)보다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5개 사의 올해 1∼5월 누적 판매량을 봐도 303만9406대로 작년 같은 기간(318만7098대)보다 4.6% 감소했다. 5개 업체 모두 작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미래차 전환에도 난항…한자연 “미래차 산업기술인력 4만여명 부족”
다양한 악재 속에서도 대표적인 미래차로 지목되는 친환경 차량은 호조세를 유지했다. 이에 자동차 업계에서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수소·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에 따르면 올해 1380만대를 판매한 글로벌 친환경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의 판매량은 2025년에 2840만대까지 늘어나고 2030년에 이르러서는 577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전체 차량 판매량에서 친환경차의 판매량 비중도 올해 14%에서 2030년 47%까지 확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미래차에 대한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국내에서 미래차 전환에 필요한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은 자동차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 있는 첨단 산업이어서 무엇보다도 전문 인력 수급이 중요한데 충분한 인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미래차 산업 발전에 제동이 걸린 것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자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래차 산업 전환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지난달 9일 발표하며 전기·전자 엔지니어와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의 확보가 미래 모빌리티산업의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미국의 경우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의 인력을 2020년까지 27만4000명으로 늘렸으며 일본 도요타는 올해부터 신규 채용의 40% 이상을 소프트웨어 전문인력으로 채워 1만8000여명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관련 인력은 2018년 기준 총 5만533명 수준에 그쳤다. 분야별로는 친환경차 4만2443명, 자율주행차 5021명, 인프라 관련 인원 3068명 등의 인력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자연은 2028년까지 미래차 산업기술인력 8만9069명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각 분야별로 인력 수요가 그린카 약 7만명, 자율주행 약 1만명, 인프라 약 5000명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2018년 인원과 비교하면 3만8536명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자연의 인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래차 전환에 있어 부품기업의 46.8%, 고용의 47.4%가 사업재편이 필요한 기업군으로 분류되면서 전문인력 부족으로 인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기업들은 미래차 진출 및 기술개발에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4.73%) 다음으로 ‘인력 부족’(32.1%)을 꼽았다.
한자연은 “기존 자동차업체와 IT 업체들은 점진적인 혁신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용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 자원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며 “미래차 제어·소프트웨어 등 석·박사급 신규 인력을 양성하고, ‘신성장 산업 인재 9만명 양성’과 같은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확장해 전문인력을 대규모로 육성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업계에 닥친 대외적 문제는 업계에서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산·학·연 모두 머리를 맞대 고민해야 할 문제로 특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나서 반도체 수급난과 관련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공급망을 내재화하는 한편 업체에서 공급부족으로 수익감소가 발생하면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적 모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미래차 전환과 관련한 인력난에 대해서는 “대학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배터리 등 미래차 분야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학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에 전문인력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대학과 연계해 인력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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