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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8월 시작한 임금협상을 연내에 마무리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겨가며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지난달 마련한 잠정합의안에 의견이 모이면서 절충안을 찾아가는 듯 했으나 노조 찬반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해 이마저도 부결됐다. 이런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후판 등 원자재 가격이 국제적으로 크게 오른 데다 인력난까지 오는 등 ‘3중고’를 겪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돌입… 사측 “파업 과정 불법행위 엄정조치”
지난해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현대중공업 노조가 전면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7일 모든 조합원들의 7시간 파업을 시작으로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5영업일 동안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5일 △기본급 7만3000원(호봉승급분 2만3000원 포함) 인상 △성과급 148% △격려금 250만원 △복지 포인트 30만원 지급 △우수조합원 해외연수 △신규 채용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 측 찬반투표에서 66.76%의 반대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이에 노조는 사측에 교섭 재개를 요청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임금 교섭에 현대중공업이 응하지 않는 등 성실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에 조합원들은 불만을 갖게 됐고 총파업이라는 결정을 내렸다”고 파업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사측과 합의점 및 협의가 예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규탄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측은 또한 “타 조선3사(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대비 현대중공업 그룹의 노무관리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현재까지 473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음에도 단 한 명이라도 사업주가 책임을 지지 않고 재직기간만 채우다 나가려는 식의 태도도 문제”라고 말했다. 노조측은 특히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만큼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측은 27일 사내 소식지를 통해 “지난달 합의됐던 잠정합의안은 긴 시간 동안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이끌어내 결과물”이라며 “찬반투표가 부결되자마자 불합리한 시스템에 대한 수정 노력은 없이 회사를 비난하며 파업에 돌입하려는 것은 노사 간의 신의를 완전히 저버리는 행위”라고 노조측을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임금을 제외한 현안문제 합의를 전면 철회하고 파업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원자재가 급등, 인력난 등으로 조선업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파업이 아니라 노사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파업을 거두고 합리적인 교섭 의지를 보이면 회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미 파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엎질러진 물’”이라며 “예정대로 내달 4일까지 파업을 이어가고 그 이후부터는 조합 내부에서 회의를 거쳐 계속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인력난에 파업까지… 현대重 ‘삼중고’에 난색
현대중공업에 닥친 위기는 파업뿐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인력난까지 겹치면서 앞날에 먹구름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먼저 선박을 제조할 때 필요한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철광석의 가격은 지난해 11월 19일 기준 1톤(t)당 89.83달러(약 11만2600원)에서 지난달 11일 159.79달러(20만원)까지 상승한 이후 4월에도 t당 150달러대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후판의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톤(t)당 지난해 60만원대에서 110만원대로 급등한 데 이어 올해 1월 119만원에서 지난달 26일 142만원으로 다시 한 번 올랐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후판 가격은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가격의 10~20%를 차지하기 때문에 후판 가격 상승은 건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업계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올해를 기점으로 조선업계에 닥칠 인력난도 현대중공업에 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주요 조선사 8곳의 생산직 인력을 분석한 ‘조선인력 현황과 앙성’에 따르면 조선업 인력은 업종 활황기였던 2014년 20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9만2207명 수준으로 절반 이상(약 55%) 감소했다.
이에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1일 제3차 조선해양산업 CEO 포럼을 주관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주요 인사가 모인 자리에서 “최근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으로 착공되는 올해 상반기부터 현장의 생산인력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들어서는 증가폭이 더욱 커져 오는 9월 약 9500명의 생산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희망퇴직 등 영향으로 직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직원 수는 2016년 2만3077명에서 2017년 1만6504명으로 크게 감소한 이후 2018년 1만4785명, 2019년 1만4434명, 2020년 1만3556명, 2021년 1만294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영향은 현대중공업 조선부문 실적에도 이어져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 지주사 HD현대가 28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사업군인 한국조선해양의 매출은 3조907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가량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964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실적과 관련해 “부분적인 조업 중단 등의 요인으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며 “영업이익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산업설비 관련 공사손실충당금 설정 등으로 영업손실을 냈다”고 귀띔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중공업과 같은 대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대내·외로 인식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노사간의 불화는 매출, 이미지 등에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경영 불확실성을 더하는 러·우 전쟁발(發) 원자재 가격 급등 등 환경을 고려했을 때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이어 “노조만의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지만 경영 전반에 걸쳐 상호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노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항들에 대해 사전에 알리는 과정을 거쳐 공유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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