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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人)스토리]-드라마 OST계 거장 박성일 음악감독

“드라마 빛내기 위해 유명 가수와의 곡 작업도 포기했죠”

주인공은 드라마, OST는 거들 뿐

OTT 플랫폼 마켓 활성화로 호황기

국내 최초 7·4·2 최첨단 스피커 도입

기사입력 2022-07-08 23:55:12

 
▲ ‘호기심스튜디오’ 박성일 음악감독. [사진= 남충수 기자] ⓒ스카이데일리
ⓒ스카이데일리 
‘고단한 하루 끝에 떨구는 눈물/ 난 어디를 향해 가는 걸까/ 아플 만큼 아팠다 생각했는데/ 아직도 한참 남은 건가 봐/ 이 넓은 세상에 혼자인 것처럼 아무도 내 마음을 보려 하지 않고/ 아무도/ 눈을 감아 보면 내게 보이는 모습/ 지치지 말고 잠시 멈추라고/ 갤 것 같지 않던 나의 어둠은 나를 버리면 모두 갤 거라고.’
 
2018년 방영된 tvN 인기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OST ‘어른’에 나오는 가사다. 이 곡을 불렀던 가수 손디아(Sondia)는 당시 인지도가 없는 인디 뮤지션이었는데 OST가 발표된 후 이름을 알리며 지금까지 고공행진 중이다. 
 
신예를 스타덤에 오르게 만든 주인공은 바로 박성일 음악감독(43)이다. 드라마 OST계에서 거장으로 불리는 박 감독이 작곡 및 편곡한 음악들은 화려하다. 그는 ‘나의 아저씨’부터 ‘미생’ ‘시그널’ ‘악마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이태원 클라쓰’ ‘아스날연대기’, 최근에는 ‘안나라수마나라’까지 대작들의 OST를 연이어 만들며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올해 하반기 전파를 탈 두 작품을 동시에 맡아 음악 작업에 한참이라는 박 감독을 만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음악 세계와 넷플릭스·애플TV 등 OTT 플랫폼 마켓에서 점점 진화하고 있는 OST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다.  
 
▲ ‘호기심스튜디오’ 박성일 음악감독. ⓒ스카이데일리
  
“OST는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되어야 해요”
 
박 감독은 ‘나의 아저씨’를 이끈 주연배우 이지은을 빛내기 위해 가수 아이유를 포기했다. 보통 연기와 노래 다방면으로 출중한 아티스트가 OST 작업에 참여하면 작품이 더욱 흥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박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누구나 다 아는 스타가수들이 드라마 OST를 부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고 생각해요. 유명하다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미 그 목소리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뮤지션의 목소리가 영상과 함께 나오는 순간 스토리 몰입도가 깨져 버려 작품이 주는 감동이 줄어들어요.” 
 
‘드라마 연출가 생각 역시 같았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춘 대다수 PD는 자신을 믿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단다. 흥미로운 점은 가수 손디아의 발굴도 여기서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드라마 OST는 텍스트 즉 시나리오를 먼저 읽고 만들어지기 시작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스토리에 맞는 감정선을 높게 평가해서 작업해요. 스토리와 어울리는 음을 만들고 거기에 최적화된 목소리를 찾아 나서죠. 그래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인디 뮤지션 노래들을 평소에 많이 들어보는 데, 손디아가 가진 애잔하고 절절한 보이스가 상처받은 주인공 마음을 잔잔하게 위로해 주는 느낌이 들어 드라마 감독님께 적극 추천했어요.”  
 
훌륭한 결과물은 박 감독의 손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았다. ‘호기심스튜디오’는 박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로 작곡·작사가, 엔지니어 등 5명의 인재가 함께 모여 OST를 작업한다.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시나리오를 받은 박 감독은 직원들과 먼저 공유해 아이디어를 주고받거나 어울리는 뮤지션을 추천받는다.  
 
“제가 판을 벌리고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요. 가수를 먼저 고려하지 않고 작품에 맞는 곡을 써낸 다음에 거기에 걸맞는 싱어가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죠. 물론 저도 의견을 내긴 하지만 다른 직원이나 지인들에게 추천받는 아티스트로 결정되는 일이 많았죠. 제가 일복이 많은데 인복도 참 많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 ‘호기심스튜디오’ 박성일 음악감독 [사진= 남충수 기자]
  
“코로나는 슬프지만 OTT 플랫폼 마켓이 열리면서 호황기를 누렸어요”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는 그늘지고 침묵했다. 마스크로 입을 가렸고 집에서 근무를 했으며 배달음식을 시켜 먹었다. 거리두기 강화로 밖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이 제약되면서, 사람들은 넷플릭스나 애플TV 등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 플랫폼에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작품들에 몰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OTT 시장이 발전했고 이에 따라 드라마 제작 여건 자체가 완전히 바뀐 것 같아요. 모든 작품이 반드시 OTT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해당 플랫폼의 납품과 세일즈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OTT와 협력하려면 거기에 맞는 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이렇듯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은 개선됐다. 지상파에서만 방영되던 시절에는 시간에 쫓겨 일명 ‘쪽’대본이라고 불리는 뜨끈한 시나리오가 전달됐고, 이에 맞춰 연출과 음악 작업도 공장에서 제품 찍어 내듯이 급하게 만들어져 왔던 것이다. 
 
“OTT 플랫폼이라는 마켓이 없었을 때는 집에도 못 가고 작업실에 갇혀서 일만 했어요. 이제는 사전제작이 대부분이라 방송 시간에 치일 필요가 없다는 점만으로도 숨통이 트였어요. 시간이 충분히 확보가 돼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니까 예전처럼 무리하게 일할 필요가 없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채널이 생겨서 더 많은 작품과 함께할 수 있죠. 호시절이에요.”
 
덕분에 ‘호기심스튜디오’는 동시에 두 드라마를 맡게 됐단다. 올 하반기에 방영될 JTBC ‘디엠파이어: 법의 제국’과 OTT 플랫폼에서 만나게 될 ‘신병’이다. 전자는 배우 김선아·안재욱이 주연을 맡은 작품으로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최고 법복 귀족들의 추잡한 스캔들을 다룬다. 후자는 ‘스튜디오 장삐쭈’ 소속 크리에이터 장삐쭈와 그의 애니메이터 포포가 제작한 대한민국의 군대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최고 조회수 1000만회까지 찍은 인기 콘텐츠다. 
 
▲ ‘호기심스튜디오’ 박성일 음악감독. [사진= 남충수 기자]
  
“영상음악 최초로 7·4·2 혁신적인 최첨단 스피커를 장착했어요” 
박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는 ‘호기심스튜디오’는 새 단장 중이다. 영상음악계에서는 국내 최초로 최첨단 디지털 장비를 작업실에 장착한다며 들뜬 목소리를 냈다.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를 도입했어요. 청중을 몰입시켜 모든 영상을 소리로 들을 수 있게 해 주는 자연스럽고 실감 나는 사운드 기술이에요. 2012년에 영화관 용으로 첫 선을 보인 기술로, 입체적인 사운드 기술을 적용하여 전방위 입체 음향을 구현할 수 있어요. 노트북이나 태블릿 PC에도 적용되어 더욱 자연스럽고 실감 나는 사운드를 즐길 수 있죠.”
 
전문가들은 돌비 애트모스를 ‘7·4·2’라고 부른다. 스피커 위치가 앞에 3대, 옆에 2대, 뒤에 2대, 천장에 4대가 배치됐고 낮음 음역의 확성기인 우퍼가 2대 따로 설치됐다. 쉽게 설명하면 이 기술로 만들어진 음악을 이어폰을 끼고 듣게 되면 마치 자신이 음악으로 채워진 공간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박 감독은 고급 진 스피커를 들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오퍼만으로 음악을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그런데 넷플릭스와 애플tv 등 OTT 플랫폼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영상뿐만 아니라 음악도 완성도가 높은 스펙을 원하는 세상으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돌비 애트모스로 만들면 굳이 성능 좋은 이어폰이 아니라 만원짜리 저렴한 이어폰만 있어도 음향 좋은 영화관에서 30분짜리 드라마를 보는 것과 다름없죠.”
 
화사하게 단장된 스튜디오에서 앞으로 이루게 될 새로운 꿈에 대해 물었다. 박 감독은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새로운 목표라. 저는 지금 이대로 만족합니다. 작가와 연출·제작자를 영입해 더 큰 드라마 제작사로 키워 좋은 드라마를 만들고 더 많은 작품을 다룰 수 있겠죠. 현재 우리 회사 팀원들의 태생적인 한계가 다작을 하는 순간 집중을 못 하는 성향이에요. 앞으로도 OST 한 곡을 만들어도 이 친구들과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단다. 박 감독은 작품성이 없는데 참여를 해야 하는 등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을 억지로 진행하길 원하지 않는다. 더불어 잘할 수 있는 것만 선택해서 음악을 만들지만 정해진 루틴에 안주하지 않고 더 개발하고 발전하는 건강한 OST를 탄생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 kmkim@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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