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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2회> 뉴욕의 기억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6-29 09:20:50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바로 전 선우는 변호사로부터 이혼 판결이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훈 역시 로펌의 다른 변호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을 것이었다. 제멋대로인 상훈의 성격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시시비비가 있었지만 이혼 과정에 있어선 의외로 매우 신사다운 모습을 보여준 그였다.
 
컬럼비아 대학 졸업생 행사가 있어 들렀어, 어차피 우리 뉴욕 집도 처분해야 하니까.”
 
공연 전시를 하루 남겨둔 날 아침, 뉴욕 호텔로 느닷없이 상훈이 찾아왔다. 예약을 하고 보니 리스트에 선우 이름이 있었다고 했다.
 
시간 나면 우리 살았던 그 집, 같이 가 볼래? 바로 근처잖아.”
 
그 집은 이제 더 이상 우리라고 지칭하는 두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아니, 공연 마지막 날이라 시간 내기 힘들고 시간이 있었다 해도 동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우는 뉴욕의 몇 년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상훈을 다시 만난 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였다.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너랑 같은 시간 예약했어 하고 공항에서 상훈이 말했을 때도 바로 옆자리를 예약했을 거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왜 하필 옆자리였는지는 모르지만 일정이 빠듯했던 선우는 중간중간 깨어 먹는 일을 제외하곤 거의 잠으로 열네 시간을 보냈다. 식사 후 와인 한 잔 같이 마신 일 외 대화조차 없이 서울로 날아오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입국장에 기자들을 불러놓고 미술관 운운하고는 도와주겠다, 자신을 이용하라는 상훈의 태도를 선우는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거대한 힘을 가졌고, 어떤 일에도 힘이 되며, 이용 가치가 아무리 크다 해도 상훈의 힘을 빌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동안 고마웠어. 내일 저녁 나머지 짐 가지러 사람들 갈 거야, 예의상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려던 선우의 입술이 열리기도 전에 상훈의 목소리가 먼저 밖으로 흘러나왔다.
 
미술관 건물 옆 부지 개발하는 거, 내년으로 미룰 거 없겠어. 내가 투자자들 다 모아놨거든.”
 
투자자? 선우는 상훈을 올려다보았다. 이혼 판결 통보를 받지 못한 건가? 로펌 대표라는 사람이? 놀라서 보는 선우의 눈빛을 상훈의 큰 웃음소리가 흔들어놓았다. 선우는 재빨리 상훈의 웃음을 막았다.
 
아니. 미술관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해. 그동안 고마웠어.”
 
선우는 돌아서 택시 정류장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상훈이 제멋대로 인 걸 참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더 이상 사적인 일로 상훈을 볼 일은 없다. 이제는 위선적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선우는 청정공기를 마시듯 도로의 바람을 흐흡 들여 마셨다. 이제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제자리로 오는데 긴 시간이 소비됐지만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에 집중하자. 선우는 스스로 다독이며 빠르게 걸었다.
 
기자들이 그 사실을 알면 너 불편할 건데 괜찮겠어?”
 
택시 문을 여는 선우의 손을 상훈이 잡아챘다.
 
 [이경희 그림도은민]
 

 [스카이데일리 / skyedaily__ , skyedaily@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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