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은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으로 불린다. 당시 황금기를 맞은 네덜란드에서 터키 원산 원예식물인 튤립이 큰 인기를 끌었고 튤립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희귀하고 아름다운 색과 무늬를 가진 튤립이 비싸게 팔렸다.
튤립의 수요는 넘치는데 튤립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아직 자라지 않은 튤립 알뿌리가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구근만 봐서는 어떤 종인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비교적 싼 가격에 산 구근이 희귀하고 비싼 품종이라는 게 밝혀지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도 있었다.
튤립 가격이 오르며 튤립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은 빚을 내서까지 튤립 뿌리를 구입했다. 딱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싼 품종의 가격도 덩달아 올랐고 튤립 시장은 더욱 과열됐다.
그러나 1637년 2월3일 튤립 거래가가 폭락하는 것을 신호탄으로 튤립 거품은 급속도로 사그라들었다. 팔려는 사람은 많았지만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튤립을 사기 위해 빚을 낸 사람들이 빚을 갚을 수 없게 되고 돈을 받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본 사람도 속출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튤립 가격이 폭락하면서 많은 사람이 큰 손해를 입었지만 식물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튤립은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진정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상품은 역사적인 거품 현상 사건의 후유증 속에서도 건재했던 셈이다. 오늘날 튤립은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꽃으로, 이때의 과장된 가격은 아니더라도 원예 시장에서 고가를 유지하며 확고한 위상을 누리고 있다.
오늘날에도 튤립 파동과 비교되는 사례가 존재한다. 코로나19 시대 가상자산이 주목받으며 대체불가능토큰(NFT)의 가치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지난해 미국 미술가 비플이 경매에 내놓은 NFT 작품은 경매에서 무려 800억원에 낙찰돼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NFT의 가치는 최근 몇 달 동안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비플이 그린 NFT 풍경화 작품은 3억원 정도의 금액에 낙찰됐다. 올해 5월 기준 전 세계 NFT 시장 거래액은 약 5조원으로 넉 달 전과 비교해 76% 급락했다.
NFT 작품들이 비싼 가격에 거래될 때도 NFT에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NFT 열풍이 지나가고 경기가 악화되며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NFT는 여전히 차세대 유망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NFT에 투자했고 지금도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NFT 버블은 지나갔다고 해도 NFT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물론 수많은 기업이 너도나도 NFT 시장에 뛰어든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례도 많을 것이다. 다만 그때 튤립에 투자한 사람들과 기업들이 다른 점은 기업은 자신이 가진 NFT의 가치를 더 능동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NFT 상품은 기술을 자사의 브랜드 혹은 제품과 연계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싸구려 거품 튤립이 될 수도 있고 모두에게 인정받는 명품 튤립이 될 수도 있다.
튤립 구근은 이미 대한민국 산업계에 널리 퍼졌다. 투자한 금액을 생각하면 손해 보지 않는 방법은 튤립을 비싸게 파는 것이다. NFT에 뛰어든 기업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또 하나의 명품 튤립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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