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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식의 청담유감(有感)

‘공공 부문의 이익 집단화’라는 말기적 증세

경찰은 책임 없이 독립만 갖겠다고 우기고

민주당은 공적 입법권을 사적 용도로 악용

제각각 잇속 챙기기 급급하면 ‘실패 국가’로

필자약력 | 기사입력 2022-08-03 09:27:00

▲ 홍찬식 언론인·칼럼니스트
한국 사회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이런 주장에 맞는 말이라며 박수를 치는 사람도 많다. 눈치 빠른 지난 정권은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구호로 내걸었다. 한걸음 더 나간 국가 만능주의에 가깝다.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 등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적정 범위를 넘어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말은 달콤하지만 경계해야 한다. 국가의 역할이 커질수록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국가를 앞세운 극단적인 형태가 공산주의와 파시즘이었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경찰이 집단행동에 나선 사태를 보면서 또 다른 의문이 들었다. “국가는 자신들의 이해가 걸린 문제가 생겼을 때 소속 집단과 국민의 이익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까하는 점이다.
 
이번에 경찰은 외부 통제를 받을 수 없다독립 선언에 나섰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더 막강해진 권한에다 치안 유지를 위해 합법적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특수 조직이다. 이들이 고삐 풀린 권력이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찰은 독립을 하고 통제는 받지 않아도 국민을 위한 역할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공공 부문에서 독립성을 취하고 책임성은 버리는 조직의 결말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것뿐이다. 경찰이 특별히 더 악()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그렇다. 경찰은 공익을 버리고 조직의 편에 섰다.
  
사람들이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은 국가가 좋아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 부문은 저마다 이윤 추구로 흐르기 십상이므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선량한 관리자가 필요하다. 공공 부문이 이런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전제가 무너지는 일이 최근 경찰뿐 아니라 정당, 법원, 검찰 등 국가조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부정부패, 무사안일, 도덕적 해이 등 이들의 어두운 면들이 비판받았으나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노골적으로 집단 이익 추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은 민주당 스스로 밝혔듯이 소속 인사들이 교도소에 가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과거 정권들이 임기 말에 각종 비리가 드러나면서 쫓기듯 청와대를 떠났던 것과는 달리 문재인 정권은 비리 노출 관리에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 검찰의 주요 길목마다 자기 사람들을 심어 놓은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예상치 않던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검찰의 손발을 묶어 버리는 방법으로 비리 봉인에 나섰다. 이렇게 하면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할 터이고 비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다음 선거를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 섰을 것이다.
  
민주당은 민주유공자법(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도 최근 다시 들고 나왔다. 민주당 안의 운동권들을 위한 셀프 특혜법이다. 여러 사람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어디에 그리 믿는 구석이 있는지 그 집요함과 후안무치함이 놀랍다. 이들은 국민이 맡겨 준 공적인 입법권을 사적 용도로 사용 중이다.
  
경찰의 경우 지난 정부 때 정권 편향적인 행태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14만 전체 경찰 회의를 추진했던 쪽에서 행사를 취소하면서 국회가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 것은 국회 다수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독립을 말하면서 정치를 불러들이는 것은 이번 사태의 집단이기주의적 동기를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다.
  
국가는 프랑스혁명 이후에 나타난 근대적 개념이다. 그래서 정부와 국가기관에 대해서는 근대화의 긍정적 성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왕이 멋대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절대왕정에 고통을 겪었던 피지배층은 체계화되고 법률에 근거해 움직이는 조직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역사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자꾸 변화하게 마련인 것일까. ‘공공 부문의 이익 집단화라는 국가의 말기적 증세가 우리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다.
  
공공 부문을 이끌어가는 동력은 구성원들의 사명감이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공익을 앞세우는 마음가짐이 나라를 든든하게 지탱해 준다. 막스 베버가 관료들의 직업윤리를 거듭 강조한 이유다. 하지만 국회는 자신들을 향한 수사를 막고 나서는가 하면, ‘연봉은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권한을 이용해 국민소득 대비 세비가 가장 높은 국가로 만들었다. 법원은 현 대법원장이 취임한 이후 독립을 강조하면서 재판 지연이 심각해지고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는 침해받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독립의 실체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아리송하다. 여기서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존재의 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남의 간섭을 받기 싫어하고 또한 무한 증식의 욕구를 지닌다. 그러나 공공 부문에서 이런 일들이 횡행한다면 국가의 실패를 부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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