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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 - 칩4 동맹
‘칩4 동맹’ 구체화… 업계·전문가 “적극 참여해야”
美 정부 ‘칩4’ 제안… 中, 구체적 수치 언급하며 반발·무력 시위
반도체 업계 “中, 韓 반도체 구매 안하면 대체재 미국… 타격 없어”
전문가 “핵심은 중국 견제가 아니라 공급망 확보… 오해 피해야”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8-10 00:07:00
▲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이 참가하는 ‘칩4 동맹’이 구체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이 참가하는 ‘칩(Chip)4 동맹’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은 동맹국 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어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핫이슈다.
 
이에따라 중국 정부가 칩4동맹에 대해 강경 입장을 취하며 경제 보복 등의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美 정부, 中 반도체 압박 심화… ‘칩4 동맹’에 중국 ‘발끈’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대한민국 정부에 ‘칩4’ 참여 여부를 이달 말까지 통보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칩4’의 정식 명칭은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로 한국, 미국, 대만, 일본이 각자의 분야에서 반도체 공급망 협업을 확대·강화하는 경제 동맹이다. 대만과 일본은 ‘칩4’ 참여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칩4’ 국가 중 미국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일본은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대만은 각각 메모리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고한 세계 1위로 인정받고 있다. 만약 칩4 동맹이 성사된다면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차지하는 거대 동맹이 출범하는 셈이다. 미국측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칩4’ 동맹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측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16.1%에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 SMIC가 최근 자체 개발한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이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기존에 5년 이상으로 추정되던 한국·대만과의 기술격차가 2년 정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국 반도체 산업이 이처럼 치고 올라오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강하게 견제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미국 의회는 미국 내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를 지원하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을 통과시키며 미국의 전략을 위해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 의회는 또한 향후 10년 동안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의 첨단 반도체 관련 투자를 금지하는 조항까지 법안에 추가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산업 견제를 위해 미국 반도체 제조정비 업체 제품의 중국 수출 제한 기준을 10나노에서 14나노로 강화했다. 또한 불룸버그통신에 따르면 5월 네덜란드를 방문한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은 피터 베닝크 ASML 최고 경영자를 만나 중국 정부에 구형 노광장비 판매 금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공정에 핵심이 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박으로 EUV 노광장비 중국 수출 승인을 해주지 않고 버티고 있다. 최첨단 기기에만 적용되던 수출 금지를 구형 장비까지 확대해 견제 수위를 높인 셈이다. 실제로 ASML의 노광장비 판매 중국 비중은 올해 1분기 34%에서 2분기 10%로 크게 줄었다.
    
▲ 중국이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무력 시위를 하며 칩4 동맹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사진=BBC캡쳐]
  
미국의 압박이 심해짐에 따라 중국 정부는 주변국의 칩4 동맹 참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중·한 무역은 전년보다 26.9% 증가한 3623억달러였고 한국이 지난해 수출한 반도체의 60%가 중국 시장에 들어왔다”며 “한국이 자국의 장기적 이익과 공평한 개방이라는 시장 원칙을 출발점으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한편 ‘칩4’ 동맹에 대만이 포함되면서 경제·산업을 넘어 외교·군사적 사안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이달 3일 대만을 방문해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 TSMC의 마쿠 리우 회장을 만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대만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이 사실상의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3일 군용기 27대를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키고 대만 주변 해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실시하는 등 무력 시위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칩4’ 동맹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이 대한민국에 시한을 정해놓고 답을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미국은 예비회담을 제안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미국의 제안은 산업 증진에 방점을 둔 협력이지 중국을 겨냥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사전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칩4 동맹’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과도 맞춤형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계속할 것이며 누가 누구를 배제하는 반도체 동맹이 아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출근길 문답에서 “정부 각 부처가 철저하게 우리 국익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며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 “칩4 동맹 참여해야”… 전문가 “중국 자극 안 할 방법 있어”
 
중국이 칩4 동맹에 강력히 반대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언급한 대로 한국의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중 중국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홍콩까지 합하면 60%에 달한다. 2017년 사드 배치 후 경제 보복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던 선례가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칩4’ 동맹의 영향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여기에 참가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반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미국과의 동맹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중국이 우리나라 반도체를 많이 사는 것은 맞지만 중국 기업들이 필요해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칩4 동맹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며 “한국 기업에서 사지 않는다면 대체재를 찾아야 하는데 대체재가 미국이기 때문에 한국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전무는 이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미국에서 장비를 들여오지 못하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며 “칩4 동맹을 통해 미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업계에도 이득이다”라고 진단했다.
 
▲ 김진표 국회의장과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공동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전문가들도 칩4 동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칩4 동맹에 가입했을 때와 가입하지 않고 중국의 눈치를 살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에 큰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본과 대만의 칩4 동맹 참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빠질 경우 대만 TSMC와의 경쟁에서 돌이킬 수 없는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낸뒤 “중국과 협력을 중단하는 수준은 아니라도 칩4 동맹 참여를 통해 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조 교수는 “미국은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는 대가로 보조금 등 관련 혜택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국과 협력한다고 해서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며 “칩4에 참여해 관련 혜택을 받는 동시에 통화스와프 상설 체결국 등 최근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조금 더 협상을 진전시킬 기회”라고 강조했다.
 
‘칩4 동맹’ 참여가 반도체 이외에 다른 산업이나 국가 안보 문제로 번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칩4 동맹’에 참여하면서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을 길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강구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미주팀장은 “현재 상황에서 칩4 동맹이 특정국에 대한 직접적인 수출 통제를 고려한다기보다는 공급망 안정화, R&D 투자, 인력 양성 등에 좀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만큼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산업에서도 직접적인 보복을 가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우리 정부가 ‘칩4 동’맹 가입이 반도체 제조 장비 및 핵심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기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는 “현재 중국은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대만 방문에 대해서도 과자 수출 금지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보복하지 못했으며 한국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해봤자 무력시위 정도인데 국제적 악당의 이미지만 커지는 것이라 정치적 모험에 그칠뿐”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다만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 다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했기 때문에 중국의 비난의 화살이 우리나라로 꽂힐 수밖에 없는데 중국의 눈치를 보느냐는 시각과 상관없이 이 화살을 정면에서 맞을 필요는 없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NATO 방문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탑승하며 입장을 확실히 한 상태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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