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억달러(약 68조원) 규모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미국의 ‘반도체법’이 지난달 29일 통과되면서 세계 반도체 산업의 분업체계가 2025년경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전략 및 지원전책의 고도화가 시급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4일 산업연구원의 ‘미국 반도체와 과학법의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기술패권경쟁 승리를 위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업연구원은 향후 세계 경제·산업 분야에서 미·중 간 ‘신(新) 냉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한국 역시 국가적 차원의 첨단산업 전략 입안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은 기술경쟁력, 군사력, 경제력 우위 확보를 최종 목표로 한 국가종합과학기술전략으로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평가받는다. 인공지능과 반도체를 포함한 연관 첨단산업 및 에너지, 바이오, 우주항공 등 제분야 기초과학 연구개발(R&D), 인력양성, 인프라 확충에 2000억달러(약 260조원) 규모의 재정 투입을 핵심으로 한다.
이와 별도로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제조역량 제고를 위해 527억달러(약 69조원)를 확보하고, 이 중 5억달러는 미 국무부 주도로 수출통제, 지식재산권 보호 및 행사, 투자심사 등 공동 대응을 위한 국제 반도체 공급망 거버넌스 구축에 투입된다. 첨단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글로벌 확장을 억제하고 미국과 그 동맹 주도의 표준 및 네트워크 보급과 장비 공급망 구축을 위한 예산인 셈이다. 이밖에 시설 및 장비투자에 25%의 세액공제 도입도 추진한다.
미국이 첨단산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는 만큼 반도체 산업은 2025년경 다시금 글로벌 분업 구조의 전환기, 즉 신냉전 체제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산업연구원의 주장이다. 산업연구원은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공개하며 4일부터 시행된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등 반도체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막대한 규모의 직접 보조금과 파격적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주요국에 발맞춰 지원정책의 양적 확대 및 질적 수준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반도체는 우리의 핵심 전략산업으로서 단순히 경제·산업적 파급효과를 넘어 미래 국가 경쟁력 및 안보가치까지 지니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며 “규제 및 지자체 인허가 등 투자에 애로로 작용하는 부분을 해소하고 적기에 지원함으로써 각별한 정책적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보고서의 저자인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 견제 및 아시아 의존도 축소를 지향하고 있다”며 “이에 안보위협에 직면한 대만에 대한 첨단 반도체 의존 완화가 이들 사이에서 핵심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경 부연구위원은 이어 “향후 서방의 전략적 탈(脫) 대만 수요 선점을 위한 한국의 전략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는 국내 첨단 후공정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중요한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형적인 수주산업의 특성을 가진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장기계약관계 등 높은 시장진입장벽을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크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차원에서도 미국 및 EU 등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우리 주력분야인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를 위한 관심과 정책적 노력 역시 지속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