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문가칼럼
[이경희 장편소설]
초대받은 여자 <45회> 기회는 위기다
기회란 그냥 주어지지 않지
이경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8-30 08:30:35
한우룡이요. 시장 보궐선거 문제로 이야기 좀 해야겠는데 국회로 좀 오겠소?”
 
한우룡이었다. 우룡과 직접 통화를 한 건 처음이었다. 시장 공천 문제로 당에서 연락을 취할 땐 주로 담당 비서관들이 전화를 걸었다.
 
의사당 입구에서 방문자 네임택을 받은 상훈은 잠시 머뭇거리다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지만 손부터 씻어야 했다.
 
긴장하거나 불안한 일을 앞두면 이상하게 손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씻어도 씻어도 뭔가 이물질이 묻은 느낌이 들었다. 비누를 바르고 깨끗한 물에 헹궈내기를 열 번쯤 해도 개운치가 않았다.
 
한참을 뽀득뽀득 손을 씻고 닦기를 반복하다 겨우 그걸 멈추고 대표실을 노크했다.
 
여기는 이상훈 씨,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 출신이에요. 사이언스 주리스닥터 과정까지 마친 인잽니다. 우리나라에 몇 없어요. 미국에서 로펌 운영하셨던 분인데 우리 당을 위해서 새로운 피, 수혈하는 기분으로 모셨습니다.”
 
대표실에는 몇몇 장관과 당내 인사들이 함께 차를 마시고 있었다. 우룡은 상훈이 들어가자 좌중의 인사들에게 상훈을 소개했다. 자연스럽게 희끗희끗한 회색 머리칼과 큰 키, 넓은 어깨, 투박해 보이면서도 신사다운 몸놀림, 웅장하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몸집의 우룡은 뉴스에 잠깐씩 내비치던 모습 그대로였다.
 
이제 대세는 청년입니다. 젊다고 다 청년은 아니고, 진중하고 깊게 사고할 줄 아는 청년이 필요합니다. 저는 청년 이상훈에게 젊은 서울을 주문하려고 합니다.”
 
 
 
 
역시 한 대표는 고수야, 사람들이 손뼉을 쳤다. 우룡의 목소리엔 공명이 있었다. 또한 위엄과 신뢰성이 느껴졌다. 우룡은 상훈을 소개한 뒤 대표실 내부의 밀실로 상훈을 안내했다.
 
도청도 안 되고 녹취도 안 되고 촬영도 안 되는 방이요.”
 
우룡이 상훈에게 핸드폰을 보라고 턱 짓을 했다. 상훈의 핸드폰은 이미 비행모드 상태가 돼 있었다.
 
공천 문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 쭈뼛거려 본 일이 없는 상훈이 우룡 앞에선 다소곳이 몸을 낮추었다.
 
당 내부에선 다 결정됐소. 들러리 세워 경선도 하겠지만 결과가 달라질 변수는 없어요. 언론에서 문제 삼지 않는다면 말이오.”
 
문제 삼는다는 건 무슨 의미로, 상훈이 말을 하려는데 잠깐, 우룡이 손을 살짝 앞으로 내밀어 상훈의 말을 막았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를 상훈이 놓쳤던 것이다. 누군가 들어와 쪽지를 건넸다. 한동원, 우리 비서실장이요. 우룡의 소개에 흔쾌히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었다. 동원은 바로 밀실을 나갔다.
 
사람들은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기회는 위기야. 기회란 그냥 주어지지 않지. 기회의 숨어 있는 마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기회는 바로 위기가 되는 거요.”
 
우룡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시원시원하게 다 쏟아내는 것 같지만 돌아서 새겨 보면 어느 하나 허투루 나온 게 없었다.
 
 
[: 이경희 / 그림: 도은민]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23
감동이에요
14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