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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View]-모래 위에 지은 친환경·탈원전의 민낯
서유럽의 오만과 안일이 불러온 에너지 재앙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02 00:02:40
 
▲ 한원석 경제산업부장
서유럽이 고통받고 있다. 서유럽이 사용할 에너지를 가장 많이 조달하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세계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가스관을 수시로 걸어 잠그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서유럽이 러시아 독재자 푸틴의 이른바 ‘잠궈라 밸브’ 기술에 목줄이 걸린 인질이 된 셈이다.
 
에너지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유럽의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메가와트시(MWh)당 85유로, 우리 돈으로 약 11만4000원(지난달 31일 환율기준)하던 독일의 전기요금은 850유로로, 프랑스는 1000유로 이상으로 10배 넘게 급등했다. 영국도 10월부터 전기·가스요금 상한선을 80% 이상 올린다고 밝혔지만, 내년 초에도 다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친환경 에너지를 내세우던 유럽은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원자로 냉각에 사용하는 강물의 수온이 올라가면서 원자력발전소가 일시적으로 가동을 축소했다. 
 
‘탈(脫)석탄’을 추구하며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겠다던 독일의 경우 16곳의 재가동을 결정했지만, 이 가운데 가동을 시작한 발전소는 1곳뿐이었다. 여기에 독일 석탄 운송을 담당하는 내륙 수운도 가뭄으로 라인강 수위가 떨어지면서 지장을 받고 있다. 오스트리아·네덜란드·그리스·이탈리아 등도 석탄화력 발전을 재가동하거나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탄소배출량 감축을 내세우며 다른 나라를 압박하던 유럽연합(EU)이 자기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나몰라라’를 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유럽의 위기는 자신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서유럽은 과거 냉전시기부터 소련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적대적 공생’ 관계를 맺어 왔다. 오죽하면 미국이 유럽의 가스관 건설을 저지하기도 할 정도였다. 이런 우려는 2006년 1월 우크라이나와 맞서던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끊으며 현실화됐다. 러시아는 2009년에도 가스 밸브를 2주 넘게 잠궜다.
 
하지만 서유럽은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LNG 비축시설을 늘리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한 채 러시아 달래기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이번 위기로 드러난 ‘서유럽의 민낯’은 처참하다.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49%에 달하는 독일은 배에 싣고 온 가스를 적재하는 LNG 터미널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자 서유럽 각국은 기존의 ‘탈원전’ 기조를 바꿔 원전 가동률을 다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유럽 국가들은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로 원전의 위험성을 내세우며 친환경·탈석탄 기조를 추진해 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교토의정서·파리기후협약 체제를 주도하면서 다른 나라에 이를 강요해 왔다. 이러한 ‘내로남불’에 가까운 행보에 서유럽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무사안일주의로 러시아 이외에 혜택을 본 나라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다. 냉전 이후 군축 분위기에 휩쓸려 서유럽의 군비 생산은 바닥을 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부랴부랴 생산 라인을 확보해 생산을 서두른다고 하지만 앞으로 2, 3년 이내에도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덕분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폴란드가 우리나라로부터 K2 흑표전차와 K9자주포, KA-50 검독수리 전투기 등을 도입하는 약 20조원 규모의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AS-21 레드백 보병전투장갑차와 K239 천무 다연장로켓뿐만 아니라 KF-21 보라매의 도입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유럽이 평화에 취해 있는 동안 세계 최후의 냉전이 펼쳐지는 지역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처지가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셈이다.
 
에너지 대란으로 한때 ‘탈원전’을 추진하던 우리나라도 비교적 확보가 용이한 우라늄을 이용한 원전 비중을 오히려 늘릴 수밖에 없게 됐다. 윤석열정부는 원전 비중을 현재 24%에서 2030년 33%로 대폭 확대할 방침을 세웠다.
 
‘지구 환경을 살리자’는 대의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외국 독재자의 압박에 휘청거리는 정책은 아무리 좋은 미사여구를 붙여서 꾸미더라도 ‘모래 위에 지은 집’에 지나지 않는다. 부존자원이 없어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번 서유럽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 정부와 재계가 해외 자원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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