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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진단]-‘리모델링 vs 재건축’ 갈등 현장을 가다
부동산 경기 우려 속 재건축 ‘주춤’, 리모델링 ‘뜬다’
재건축 추진 주춤하는 동안 반 년 새 리모델링 추진 단지 21곳 늘어
리모델링, 재건축보다 사업 추진 쉬운 장점… 재건축 주장 주민과 ‘갈등’
‘매도청구소송’에 주민 간 갈등 심화… 조합 패소해 사업 지연된 경우도
신성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8 16:02:00
▲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이 미뤄지면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고 있다. 하지만 리모델링 사업에 일부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주민 사이에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정부의 ‘2022 국민 주거 안정’ 발표 이후 재건축을 희망하던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적잖은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 재건축 관련 법안을 발표하겠다던 기존 공약과 달리 재건축 관련 정책 발표가 2년 가까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이에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기거나 목전에 둔 단지들은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는 모양새다.
 
문제는 모든 주민이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결국 법적인 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리모델링 추진 측과 이에 반대하며 재건축을 주장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주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리모델링, 재건축보다 안전 진단 넘기 수월해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전국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133곳으로 3월 말 112곳이었던 것에 비해 21곳(18.8%)이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78곳에 불과했으나, 재건축 열기가 식으면서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건축물의 일부를 증축 또는 개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재건축이 기존의 건축물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건설하는 것과 달리 기존의 골조를 유지한다는 점이 다르다. 재건축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사업을 시행하는 반면, 리모델링은 ‘주택법’에 의거한다는 점도 차이가 난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측이 리모델링의 장점으로 꼽는 것은 재건축보다 사업 추진이 쉽다는 점이다. 재건축을 위해서는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 건축한지 30년이 경과돼야 하고, 안전진단에서 D·E등급을 받아야 한다. 반면 리모델링은 건축 15년이 지나면 안전진단을 받을 수 있고, 이 진단서 A·B·C등급(수직증축은 B등급 이상)을 받으면 사업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또 재건축은 임대주택 건설 의무가 있고 3000만원 초과 시 최고 50%를 환수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지만, 리모델링은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는 점도 강점의 하나다.
 
하지만 재건축을 추진하는 측에서는 증축 범위와 가구 수 증가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재건축은 용적률 한도 내 증축이 가능하고 가구 수는 제한이 없지만 리모델링의 경우 가구별로 전용면적의 30~40% 이내로, 가구 수는 기존의 15% 이내로 제한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용적률 문제에 리모델링 추진으로 선회하는 1기 신도시
      
▲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의 사업성이 낮은 일부 1기 신도시 단지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 정기총회를 알리는 플래카드. ⓒ스카이데일리
 
1기 신도시의 경우 재건축 추진 분위기가 식으면서 빠르게 사업 진행을 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증축 범위와 가구 수 증가 측면에서 유리한 재건축의 강점 때문에 이를 추진하는 주민과의 마찰이 자주 빚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비교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용적률’이다. ‘용적률’이란 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건물 각 층의 바닥면적을 합친 면적)의 비율로, 전문가들은 재건축이 가능한 아파트 용적률의 상한선을 200%라고 강조한다. 그 이상의 경우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1기 신도시의 경우 평균 용적률이 169~226%여서 용적률이 높은 일부 단지의 경우 재건축의 사업성이 낮아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재건축에 대한 희망과 리모델링의 분담금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는 단지가 적잖게 늘어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단지별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 후 △안전진단 △건축 심의 △행위허가 △이주·착공 △입주 순의 절차가 이뤄진다. 재건축이 75%의 동의율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66.7% 이상의 동의율을 얻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주민이 리모델링 사업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어서, 이들을 대상으로 토지 및 건축물의 소유권에 대해 매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매도 청구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2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추진 중인 주변 다른 단지와 달리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눈길이 쏠렸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해 7월23일 리모델링을 거부하는 단지 내 142명을 대상으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법원의 최종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목련2단지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안전진단 결과 B등급을 받아 재건축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재판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꾸준히 매도청구 과정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 90% 이상의 동의율을 얻어야 사업에 타격이 없고 매도청구 비용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면서 “리모델링 추정분담금이 2억~3억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개인 사정을 다 감안하며 사업을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조합의 리모델링 설계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8월 말 안양시청에 행정감사·조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리모델링 사업에 주택법령에서 제한한 ‘내력벽 철거에 의해 세대를 합치는 행위’가 설계안에 포함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목련2단지 소유권자인 A씨는 “(조합이) 142명에게 매도청구소송 변호사 비용을 약 240만원씩 청구했다”며 “동의서를 쓰면 변호사 비용을 면제해주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조합에서 리모델링 비용이 2억~3억원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 4억원 정도로 알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당장 목돈을 마련할 방법도 없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 돈과 집을 모두 잃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안양시청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에게 그에 상응한 문책을 함과 동시에 조합 측에 설계안 보완을 요구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매도청구 소송에 조합 패소한 경우도… “1년 이상 지연될 것”
     
▲ 최근 대법원이 매도청구소송에서 반대하는 측의 손을 들어준 경우도 있어 사업시행이 지연될 전망이다. 사진은 성남시 분당구 한솔5단지 모습. ⓒ스카이데일리
 
대표적인 ‘매도청구소송’과 관련된 리모델링 조합 중 하나는 분당구 한솔5단지다. 한솔5단지는 1994년 10월 준공된 12개 동 1156가구의 대단지다. 2010년 9월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한 뒤 10여년 만인 지난해 2월24일 성남시청으로부터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는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최초다.
 
리모델링 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분담금 확정 총회를 마치고 6월 이주 공고를 통해 연내 이주를 완료한 후 2023년 9월 착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20가구 소유주를 상대로 2018년부터 제기한 매도청구소송에서 조합이 최종 패소했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이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28일 대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조합의 설립 절차에 하자가 있어 조합의 구성이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추후 대법원이 지정해준 임시 조합장을 통해 조합을 법적으로 정상화해야 다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솔5단지 조합관계자는 “기존 주민들의 동의율을 우선시하던 매도청구소송과 달리  98.2%의 높은 동의율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패소했다”며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주택법 위반 등 총 15건의 혐의로 조합이 고소당했다”면서 “조합은 지속적으로 해당 혐의에 대해 무혐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리모델링 사업의 높은 동의율이 헛되지 않도록 성공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반대하는 가구들은 재건축을 언급하고 있는데 한솔5단지는 60% 이상이 안전진단 A등급을 받아 사실상 재건축은 불가능해 리모델링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20가구 소유주 중 한 명인 B씨는 “현 조합의 모든 절차와 행위는 대법원에서 판결한 바와 같이 적합하지 않다”라며 “조합 측에서 주장한 15건의 고소와 별개로 추가적인 고소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씨는 “리모델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합을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 주민에게 정확하고 투명하게 조합의 운영 절차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조금이라도 조합의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계속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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