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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진칼럼]
1988년 소련 KGB는 서울에서 뭔 짓을 했나 [조정진 칼럼]
조정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09-26 00:02:40
 
▲ 조정진 편집인·주필
1988917일부터 102일까지 16일간 대한민국 서울에서 지구촌 스포츠제전 제24회 서울올림픽 대회가 열렸다. 북한을 제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160개 회원국이 참가했다. 23회였던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대회가 소련과 동유럽 18개국의 불참, 22회였던 1980년 모스크바 대회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한국·미국 등 서방 60개국이 보이콧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소련이 선수단 514명과 임원 141명을 파견해 금메달 55개로 종합 1위를 한 서울올림픽엔 각국 선수단 14000, 심판진 2000, 귀빈 5000, 보도진 14000명뿐만 아니라 당시로서는 대단한 숫자인 24만여명의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다. 나라별로는 일본인 104000여명을 비롯해 미국인 33000여명, 대만인 1만여명으로 압도적이지만 미수교국 소련인도 대거 입국했다.
 
이상이 88서울올림픽 대회의 개요다. 역사는 서울올림픽이 스포츠행사로서 완벽에 가까운 성공을 거두었고 동서의 이념분쟁 및 인종차별로 인한 갈등과 불화를 해소시키면서 세계평화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으며 한국의 국제적 지위를 크게 격상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련 볼쇼이발레단과 모스크바필하모닉이 서울에서 공산권 예술을 소개한 것도 중요한 변화이자 소득이었다.
 
160국 중 한국과 수교 없이 북한과 단독수교를 맺고 있던 국가가 25개국이나 참가했고, 남북한과 동시 미수교국 중에서도 두 나라가 참가했다. 폐막식 보름 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가원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연설하는 기회도 주어졌다. 서울올림픽이 가져다 준 정치적·외교적 성과의 크기가 어떠했는지를 가늠케 하는 몇몇 사례다.
 
호사다마라 했다. 올림픽 흥행에 취해 우리가 간과한 게 있다. 미수교국이자 공산·사회주의권 종주국인 소련의 움직임이다. 당시 소련은 650여명의 선수·임원단 이외에 관광객으로 위장한 3000여명을 파견했다. 한국에 한 달 가까이 머문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악명 높은 소련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들이었다. 이들은 왜 신분을 숨긴 채 올림픽이 열리는 내내 대한민국에 머물렀을까.
 
1954년부터 1991년까지 존재했던 소련 비밀 정보기관 KGB는 첩보·방첩·정보수집 및 정치경찰 임무를 수행했으며, 법무기관이나 사법기관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체포까지 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었다. KGB는 본 업무 이외에도 정치경찰이라는 특수업무도 수행했다.
 
필자는 2000년대 초 북한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우연히 공산권 연구에 천착하던 국제정치학 원로교수로부터 귀한 자료를 소개받았다. 당시 메모해 둔 바로는 KGB가 비밀리에 펴낸 서울올림픽 때 조사·수집한 대한민국의 공산화 가능성어쩌고 하는 보고서였다. ()보도를 전제로 자료 접근을 허락받는 등 학문적으로 사사하던 입장이라 더 이상 꼬치꼬치 캐묻지는 못했지만 소련어로 된 보고서의 요지는 이러했다.
 
대한민국 사회의 곳곳을 훑어보고 여러 사람을 인터뷰해 본 결과 한국은 머지않아 공산혁명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승용차 10부제·홀짝제 등이 시민의 자발적 협조 속에 일사불란하게 시행되는 것 등 10가지 근거를 제시한 걸로 기억된다. 이후 필자는 한편으로는 KGB 보고서의 신뢰도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공산화 가능성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게 됐다. 필자가 주사파 등 극단적 좌파와 민족주의자들을 경계하고 주목하게 된 이유다.
 
아울러 현충일 기념식을 하며 현충탑을 등지고 앉아 “6·25는 통일 시도 전쟁이라고 읊조린 대통령 시대를 비롯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아예 건국의 의미를 부인한 대통령, 스스로를 남쪽 대통령이라 자처하며 6·25 전범의 손자이자, 숱한 테러를 저지른 김정일의 아들이자 자기 형과 고모부까지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우리를 끊임없이 핵무기로 위협하는 21세기 신형 독재자 북한 김정은을 향해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걷고 있는 지도자라고 찬양한 대통령 시대까지 겪었다.
 
소련의 대체 국가 러시아는 지금도 본성을 숨기지 않고 공산권의 종주국답게 이웃나라를 침공해 전쟁을 치르고 있다. 소련은 김일성을 통해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하려고 6·25 전쟁을 사주했다. 1988년 소련의 KGB는 한국의 공산화 가능성을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은 당시 KGB에서 간부로 활동했다
 
러시아가 아시아 특정 국가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기 위해 2014년부터 8년 동안 3억달러(4179억원)를 들여 선거에 개입했다는 보도가 미국에서 나왔다. 역사도, 건국도, 우방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신이 담긴 헌법도 부인하려는 자들이 우글대는 작금의 국회를 보면서 34년 전 KGB 보고서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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