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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포커스]-취업시장 양극화 현장을 가다(上-공무원·中企)
“거긴 안 가요”… 청년에 외면 받는 공무원·중소기업
9급 공무원 경쟁률 21년 만에 최저… 젊은 공무원 만족도 하락
“中企 지원책 상당수 단기에 그쳐… 근로자 머무는 대책 필요”
양준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2-11-28 00:07:00
최근 국내 취업시장이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계 수치상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고용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늘어난 취업자 증가분의 절반 가량이 고령층 직접 일자리인데다, 일자리 증가세도 정부가 세금으로 만들어낸 공공 일자리여서 고용 양극화 현상은 점점 더 뚜렷한 모양새다.
여기에 업종별 편차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조선업계 등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어 인력난을 겪고 있는 반면, 배달 라이더 등은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몰리는 분위기다. 스카이데일리는 이번 주 이슈포커스 주제를 ‘취업시장 양극화 현장을 가다’로 선정하고 한국 취업시장의 명과 암에 대해 2편에 걸쳐 진단한다.

▲ 점심시간에도 한산한 노량진 컵밥 거리.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제조업 등은 오히려 구직자가 줄어드는 취업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스카이데일리
 
[특별취재팀=한원석 팀장|양준규·신성수 기자] 젊은 세대의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제조업 등은 오히려 구직자가 줄어드는 취업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공무원 지원율은 21년 만에 최저치에 머물고 예전부터 문제가 된 제조업 인력난과 고령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스카이데일리가 취업 양극화의 현장을 취재, 집중보도한다.
 
한산한 노량진 컵밥 거리… “168만원 벌기 위해 고생하긴 싫어”
 
저렴한 가격과 만족스러운 양으로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잘 알려진 노량진 컵밥 거리를 찾았다. 하지만 점심시간임에도 컵밥 거리에서 식사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많지 않았다. 일부 가게는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컵밥 거리에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일부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이 문을 닫은 것이 눈에 띄었다. 시험 응시를 위해 증명사진 찍는 사진관도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노량진 컵밥 거리에서 식사하는 한 취업준비생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취업준비생 박선호(가명·27) 씨는 “최근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이 줄어들기는 했다”며 “아직 노량진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있는데 공무원 시험 외에 다른 것을 준비하는 사람도 꽤 보인다”고 말했다.
 
공무원은 높은 고용안정성으로 ‘철밥통’이라고 불리며 취업준비생들의 선호 직업으로 꼽혔다. 지금도 선호도가 높은 직업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전보다 인기가 식은 모습이다. 올해 6월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급 공무원 공개 채용 경쟁률은 22.5대 1로 2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7급 공무원 경쟁률 역시 42.7대 1로 지난해(47.8대 1)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 젊은 공무원들도 공무원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21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열정·성취감 등을 바탕으로 측정하는 직무만족은 2021년 5점 만점 기준 평균 3.49점으로 최근 5년 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 영업을 하지 않는 노량진 고시촌 가게들. ⓒ스카이데일리
      
연령대별로 살펴 보면 50대 이상 공무원의 직무만족도는 3.77점으로 높았던 것과 비교해 20대 공무원의 만족도는 3.17점으로 가장 낮았다. 재직 기간별 통계에서도 26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의 만족도가 3.82점이던 것과 비교해 5년 이하의 경우 3.30점으로 가장 낮았다.
 
이직 의향의 경우 50대가 2.60점으로 가장 낮았지만, 이에 비해 20대가 3.38점, 30대가 3.19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직을 원하는 이유로는 낮은 보수가 34.7%로 가장 많이 꼽혔다. 특히 20대의 경우 ‘낮은 보수’를 꼽은 비율이 56.0%에 달했다.
 
앞서 조사에서 본 것과 같이 공무원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임금이 지목된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9급 공무원 1호봉 초봉은 월 168만6500원이다. 기본급에 더해 각종 수당이 더 붙기 때문에 실수령액은 더 높지만 여전히 적은 금액이다. 7급 공무원의 초봉 역시 192만9500원 수준이었다.
 
통계청 자료에 2020년 기준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320만 원이었다. 공무원 봉급표를 기준으로 하면 9급 공무원 26호봉이 대한민국 평균 수준의 소득을 얻으며 7급 공무원은 11호봉에 평균 연봉에 도달한다.
 
젊은 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근무 시간을 살펴 보면 전체 공무원의 53.7%가 1주일에 5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법률상 1주일 최대 근무 시간이 52시간인 것을 고려하면 공무원의 절반 이상이 1주일 최대 근무 시간에 가깝게 일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 안정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봉과 근무 시간 면에서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그만둔 유지호(가명·26) 씨는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지고 나서 다시 하려고 하는데 내가 160여만 원 받으려고 이렇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합격한다고 해도 크게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제조업 고령화·중소기업 인력난 심화… “숙련 인력 유지할 방법이 없다”
 
한편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인력난도 심화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2017년 9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최근 5년간 업종별 취업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30대 제조업 종사자 수는 2017년 9월 180만4228명에서 2022년 9월 164만7020명으로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 연령 취업자 수가 0.6%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청년층에서 근로자 이탈이 컸다.
 
전경련이 2001년부터 2021년까지의 한국 제조업 근로자 연령대별 비중을 분석한 결과 청년 근로자(15~29세) 비중은 2001년 29.7%에서 2021년 14.8%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고령 근로자의 비율은 2001년 11%에서 2021년 31.9%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젊은이들이 제조업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에 대해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낮은 임금과 복지 등이 이유로 지목됐다. 최상규 대우조선해양 노조 대외협력실장은 “현장에서 사람이 구해지지 않고 특히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들어온 지 10년이 됐는데 아직도 막내인 경우도 흔하다”며 “아무래도 힘들고 위험한 일인데 그에 맞는 보상이나 대우가 갖춰지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부족 현상은 여건이 더 어려운 중소기업에서 특히 심하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미만 기업의 미충원 인원은 16만4000명으로 300인 이상 기업 미충원 인원(1만2000)명의 13배가 넘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오동훈] ⓒ스카이데일리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제조업 일자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메우고 있다. 고용부는 내년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 규모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 명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체의 40.1%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더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원하는 업종은 △자동차부품업 41.5% △조선업 41.0% △뿌리산업(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등) 37.6% 등 제조업 분야가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는 말도 안 통하고 기술도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돈을 더 줘서라도 한국인을 쓰고 싶지만 한국 사람이 오지를 않는다”며 “요즘 중소기업은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돈을 벌고 기술이 생기면 자기 나라로 돌아가거나 단체로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숙련된 인력을 계속 데리고 있기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소기업 취업 청년 지원 정책으로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만 15~34세 청년이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2년 혹은 3년 후에 일정 금액을 수령할 수 있는 ‘청년내일채움 공제’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 매달 5만 원의 교통비 지원, 중소·중견기업 취업 고졸 청년에 대한 500만 원 일시금 지원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 정책만으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한다고 해도 오래 머무를 이유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로운 인력을 뽑는 것만큼이나 오래 머무르게 해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쪽으로는 지원이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이덕로 한국시설관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같은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대기업 1차 벤더쯤 되면 기숙사도 있고 복지 혜택도 많으니까 한국 사람이 오긴 온다”며 “외국인 근로자는 오면 밥도 주고 재워주는데 정작 한국인은 월급만 받으니 기회만 되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이어 “중소기업 지원책이 많기는 한데 인건비 지원 같은 것은 시간 채우면 근로자도 나가고 기업도 부담이 커지면 내보낸다”며 “중소기업이 직원들에게 복지 혜택을 줄 수 있게 하거나 오래 일하면 아파트 분양권 우선순위를 준다거나 해서 직원들에게 중소기업에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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