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건설업계에서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이 일제히 실시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리 인상 등 대내외적 악재가 겹치며 힘든 한 해를 보낸 건설업계는 올해 성적을 엄중히 평가하고 내년을 대비할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특히 2023년은 본격적으로 건설업계 침체가 전망되는 만큼, 건설사들은 그 어느 해보다 전략 수립에 신중한 상황이다.
‘수장 교체’ 롯데… 포스코, 내년도 한성희 사장이 이끌까
유동성 위기가 닥친 롯데건설은 결국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건설은 11월 23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로 박현철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을 내정했다.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박현철 신임 대표이사는 롯데정책본부 운영팀장, 롯데물산 대표이사를 지내며 건설업과 그룹의 전략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지니고 있다. 롯데물산 재임 시절 롯데월드타워를 완공한 업적이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이었던 하석주 대표이사는 미리 스스로 물러났다. 2017년부터 롯데건설 수장을 맡아 임병용 GS건설 부회장과 함께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꼽혔던 하 대표는 3연임을 앞두고 유동성 위기 등 대외적 경영 악화 상황에 따른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3분기 누적 매출 4조1237억 원(전년 동기 비(比) +1.0%), 누적 영업이익 2764억 원(-23.3%)을 기록했다. 문제는 우발 채무 규모다. 수주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4조 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고 성적을 냈지만, 재건축 ‘대어’ 한남2구역 수주에 실패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자금줄이 막히면서 부채를 상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번 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의 우발 채무 규모는 3조1000억 원이다. 이에 최근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홈쇼핑 등 그룹을 통해 1조1000억 원의 자금을 수혈하고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하는 한편, 하나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3500억 원을 차입했다.
롯데건설 측은 “현재 2조 원 가까이 금융권 차환이 된 상태”라며 “박현철 신임 대표이사는 리스크 관리 및 사업구조 개편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2023년 롯데건설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2020년 취임한 한 대표는 1년 단위 임기로 이뤄지는 포스코 계열사 사장단 중에서도 장수 CEO로 꼽힌다.
한 대표가 이끄는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4조213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이미 4조5892억 원을 수주해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3분기 기준 부채비율 112.6%, 현금유보율 1553.8%를 토대로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PF 대출 부실 우려 없이 수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주 비결은 리모델링이었다. 과거 일부 중견건설사의 전유물이었던 리모델링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수원 영통 벽적골주공8단지 리모델링(5249억 원) △일산 문촌마을 16단지 리모델링(4165억 원) 등 굵직한 수주를 연이어 따냈다.
아울러, 거실에 조성된 친환경 공간 ‘바이오필릭테라스’, 단지 내 식물원카페 ‘플랜트리움’, 자연과 어우러진 아파트 커뮤니티시설 ‘클럽 더샵’ 등 친환경라이프 전략을 토대로 독자적인 프리미엄화를 꾀한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올해 실적 부진 해소와 향후 수익처 확대 등의 과제가 연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6조864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19.7% 감소한 2868억 원을 기록했다. 3분기로만 봤을 때 영업이익은 작년 1110억 원에서 올해 430억 원으로 61.3% 감소했다.
원자재값 상승·금리 인상 등 여파가 건설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줬지만, 국내 주택시장에 집중한 탓에 낙폭이 큰 편에 속했다.
내년 과제는 국내 주택시장 수주 방어 및 해외수주 확대다. 다행히 그룹 차원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수주 관련 그린수소·암모니아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약 65억 달러(약 8조800억 원) 규모를 따내 향후 일감이 어느 정도 확보된 상태에서 포스코건설의 체질 변화를 다시 한번 한 대표 손에 맡길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일찌감치 조직개편 대우·한화, 글로벌 트렌드 따라… 해외투자 강화
하반기 재건축 대어 한남2구역 수주에 성공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수주 4조6289억 원을 기록, 지난해 역대 최대 수주액(3조8992억 원)을 경신한 대우건설은 일찌감치 조직개편을 단행해 내년을 대비할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11월11일 조직 유연성 확보 및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 확립을 위해 본부 내 실(室) 조직을 폐지했다. 또, ‘Check & Balance’ 중심의 본사조직을 현장중심 조직으로 슬림화했다.
사업본부는 수주/영업조직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공영업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편제로 배치했다. 대(對) 발주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공공부문 수주역량을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투자개발사업 강화를 위해 전략기획본부 산하에 ‘해외사업단’을 신설했다. 개발사업에 강점이 있는 중흥그룹과 시너지를 도모하고 해외사업 유관팀과 해외건축팀 등 기술역량을 결집해 효율적인 투자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우건설은 현장중심 안전혁신 경영을 위해 최고안전책임자(CSO)를 필두로 안전기능을 통합하고 현장 밀착 재해예방활동을 강화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장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기본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이번 조직개편의 열쇠”라며 “기본에 충실하되 새로운 비전과 중장기전략을 토대로 미래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수종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건설의 재무 상태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에 속한다. 단기 차입금, PF보증 우발 채무 대비 높은 현금성 자산을 보유(2조2000억 원)하고 있는 데다,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대비 24.8%p 낮춘 200.3%로 유지해 내년 국내외 시장 대비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화에 흡수합병된 한화 건설부문 역시 대우건설보다 한발 앞선 10월 24일 임원인사를 실시, 포지션의 가치와 적합도에 따라 임원 승진·이동이 결정되고 보상 수준이 변화하는 ‘포지션 중심 임원인사체계’를 적용했다.
임원 호칭 역시 상무·전무 등이 아닌 담당·사업부장 등 업무수행 직책으로 변경해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출 계획이다.
한화 건설부문은 흡수합병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한층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친환경사업 분야와 맞물린 ‘그린 인프라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년 국내 건설사는 우선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이를 토대로 분양 물량을 소화하는 것이 주요 과제”라며 “동시에 침체된 국내 시장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사우디 ‘네옴시티’를 중심으로 한 공격적인 해외수주 전략이 내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 11월 말을 인사 시즌으로 보고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내년 사업 구상이 중요한 시기인만큼, 건설업계에서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거나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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