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김준구 팀장‖ 임한상·김기찬·이건혁 기자] 매서운 한파가 휘몰아치고 있는 요즘,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저성장이라는 한국경제 상황 악화로 우리 사회 나눔의 온정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식용유, 밀가루 등 가공식품 가격이 일제히 치솟고 김장철 농산물 가격도 뛰고 있어 서민들은 높아진 밥상 물가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올겨울이 유독 더 춥게 느껴지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가계에 직격탄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물가·민생안정을 위해 마련된 기존의 대책들을 조속히 시행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구의 가계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고물가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 지수는 109.1로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다. 물가 상승폭은 10월 5.7%에서 둔화한 것이지만 고물가 흐름은 견조하게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앞서 국내 물가 상승률은 5월 5.4%, 6월 6%, 7월 6.3%, 8월 5.7%, 9월 5.6%, 10월 5.7%를 기록했다. 5월(5.4%) 이후 7개월째 5%가 넘는 상승률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고물가 기조는 저소득층에게 더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8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3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3.0% 늘었지만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2.8% 감소했다. 이는 물가 상승분에 비해 가계가 벌어들인 돈이 적었다는 의미다. 실질소득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분기(-3.1%) 이후 5분기 만의 일이다.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90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처분가능소득이란 가구의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금액으로 소비지출과 저축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소득이다.
문제는 1분위 저소득층이 소득보다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1분위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로 나간 돈을 빼면 34만3000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2분위와 3분위는 각각 38만5000원, 84만7000원 흑자를 기록했고, 4분위와 5분위의 흑자액은 각각 140만원, 344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1분위가 식비로 쓴 금액은 월평균 42만9000원으로 집계돼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 가계에 직격탄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분위가 사용한 식비를 살펴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이 27만9000원, 외식 등 식사비가 14만9000원이었다. 가처분소득(90만2000원) 대비 식비 비중이 47.5%로 나타나 소득의 절반가량을 식비로 지출하는 경향을 보였다.
1분위 가구의 식비는 전년 동기(41만3000원)와 비교해보면 3.7%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 산정하면 오히려 4.1%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총 지출액만 늘어났을 뿐 실제 구매한 상품은 늘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식비 지출 감소 폭은 실질 기준 4분위 -2.4%, 3분위 -2.7%, 2분위 –3.3% 등 이었다. 지난 3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는 1년 전보다 7.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9%)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외식 등 음식 서비스 물가도 8.7%나 올랐다.
“빚·실업으로 빈곤 땐 사각지대로”
앞서 식용유, 밀가루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고 최근에는 우유 원유값 인상이 결정되면서 유제품과 이를 재료로 하는 빵·아이스크림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한 식자재 유통 업체에 관계자는 “도매 식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평균 20~30%가 올랐다”며 “소매로 식자재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물가 체감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유업계 관계자도 “낙농진흥회 원유 기본가격 인상 결정과 누적된 원부자재 가격 상승 부담, 물류비, 제조경비 등의 비용 증가로 불가피하게 인상을 결정했다”며 “가공유의 경우 가공비용뿐 아니라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원료 단가 상승이 반영돼 상승 폭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필수 생계비 비중이 높은 서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는 ‘위기가구 찾는 법 안내서’까지 제작했다. 안내서는 유심히 살펴볼 이웃들의 유형 16가지를 담고 있다. 우편물이나 신문이 쌓여 있고 단전 등 안내문이 붙어 있는 집, 찜질방에 장기 투숙하는 손님 등이 제시되어 있다.
성동구는 hy(옛 한국야쿠르트) 성동영업소와 협약을 맺고 야쿠르트 배달원을 명예사회복지공무원으로 위촉했다. 마을 곳곳을 누비며 주민을 만나는 야쿠르트 배달원을 통해 홀몸 어르신이나 중장년 1인 가구 등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다.
구청 관계자는 “정보가 없어 사회복지제도의 수혜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민간에서 정보를 공유한다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대상자를 찾아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빈곤 등의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국가나 자자체가 책임질 의무가 있다며 국민이 국가로부터 그러한 보호를 요청할 권리 또한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채무나 실업 등을 이유로 빈곤에 빠지면 사각지대로 들어가기 쉽다”며 “위기가구를 끝까지 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매뉴얼도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달 24일 복지 위기가구 누락을 막겠다며 사회보장급여법과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지가 달라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안전부, 통신사가 가진 연락처를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복합적 경제위기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고용·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저소득층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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