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증권
[이슈진단] - 국내 자산운용사의 주주행동주의
주총 앞두고 목소리 내는 ‘행동주의 펀드’… 주가에도 호재
배당 확대, 사외이사 추천, 유상증자 반대 등으로 경영 적극 참여
행동주의 표적 금융지주 7곳, 주주환원 기대에 연초比 19% 상승
“올해 국내 자산운용사 주주행동주의 더욱 구체화·본격화 될 것”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1-28 00:30:01
▲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은 최근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걸고 기업들에게 주주서한을 보내며 영향력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스카이데일리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 상장사를 상대로 주주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목표는 주주권익 보호다.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기업들의 후진적인 지배구조, 낮은 주주가치, 비효율적인 경영방식 등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공개 저격을 당한 기업 대부분은 며칠새 주가가 크게 뛰었다. 운용업계는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중심으로 주주행동주의가 본격 확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주행동이 늘어날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배구조 적극 개입하며 기업·주주가치 극대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414곳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755억 원으로 전년 동기(6577억 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적자회사 비율도 1년새 21.9%(343곳 중 75개사)에서 54.1%(414곳 중 226개사)로 크게 늘어났다. 고유재산(펀드 시딩 등)을 운용해 발생하는 증권투자손익이 1996억 원에서 516억 원으로 대폭 감소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안심할 수 없다. 작년 한 해 코스피지수는 -24.9%, 코스닥지수는 -34.3%로 마감했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자산운용사로서는 반전을 꾀해야 한다. 증시 불황기에 유망 기업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포트폴리오에 담은 기업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행사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행동주의(Activism) 전략이다.
 
행동주의란 특정 기업의 지분(의결권)을 확보한 뒤 자산 매각, 배당 확대, 구조조정 등 기업의 지배구조·경영에 적극 개입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독단·부실 경영에 대한 견제,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동시에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의사 결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일컫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안다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등 행동주의 펀드들은 최근 지배구조 개선,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걸고 기업들에게 주주서한을 보내며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일 금융지주 7곳(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내달 9일까지 △자본배치정책(보통주자본비율 10.5% 충족 시 순이익의 30% 배당금 지금) △중기 주주환원정책(순이익의 50%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에 사용)을 도입하고 공시를 통해 발표하라는 요구였다. 응답이 없거나 주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답변을 할 경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환원에 관한 주주제안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이에 따르면 현재 국내은행 7곳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 0.3배 수준으로 해외은행 10곳(1.3배)보다 낮았다. 주가수익비율(PER) 12개월 선행치도 국내은행은 3.1배, 해외은행은 9.5배로 차이가 크다. 극심한 저평가 상태임에도 국내은행은 2021년 당기순이익의 24% 정도만 주주들에게 환원했다. 같은 기간 해외은행은 주주환원율이 64%에 달했다.
 
얼라인파트너스 측은 “국내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약 10%, PER은 약 3배로 저평가된 상황에서는 대출자산 성장에 추가 자본 1조 원을 투입할 때 겨우 3000억 원(=1조×10%×3)에 불과한 가치가 주주에 귀속되므로 비효율적인 자본배치 방식이다”며 “같은 금액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면 1조 원 전체가 주주에게 귀속될 수 있어 대출자산 성장보다는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곳도 있다. 19일 FCP는 KT&G에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황우진 전 푸르덴셜 생명보험 대표이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 등의 제안서를 접수했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KT&G 사외이사 두 명이 임기를 마치자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한 것이다. FCP 측은 “두 후보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어 KT&G 대표이사의 멘토와 엄정한 감독관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고 말했다.
 
KT&G의 주주인 안다운용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주주서한을 17일 발송했다. 명문대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 교수와 글로벌 브랜드마케팅 담당 여성임원 출신을 사외이사 후보자로 세웠다. 안다 측은 “한국인삼공사(KGC)의 인적분할 상장 후에도 리브랜딩·글로벌화가 필요해 비등기임원급으로 글로벌 마케팅, 유통·식음료 전문가를 선별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트러스톤운용은 지난해 12월 BYC에 투자 재원의 비효율적 배치 등을 지적하며 보유 부동산을 공모 리츠화해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주제언 서한을 전달했다. 라이프운용도 작년 4월 SK에 자사주 소각, 리스크관리위원회 신설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주주서한 보내자 주가 상승… 저평가 해소에도 영향
 
주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단순 선언에서 그치지 않았다.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작년 12월 트러스톤운용이 흥국생명에 대한 태광산업의 유상증자 참여를 막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태광산업은 유동성 리스크를 겪고 있는 계열사 흥국생명을 지원하기 위해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주주들은 극렬히 반대했다.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그의 조카, 친인척 등이 9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오너 회사’다. 이 전 회장이 양사의 대주주라는 점만 같았다.
 
트러스톤운용은 지난달 9일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은 흥국생명 대주주 이 회장을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다” 고 반대 입장을 냈다.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무효 확인 등의 법적조치도 꺼내들었다. 주주 반대에 부딪히자 태광산업은 결국 지난달 14일 유상증자 참여를 전격 철회했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박서현 기자] ⓒ스카이데일리
 
얼라인파트너스도 연예기획사 에스엠을 상대로 성과를 거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이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불공정한 용역계약을 맺으며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작년 3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에스엠은 지난해 10월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조기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작년 12월 에스엠에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반응은 빨랐다. 에스엠은 15일 사외이사 비율을 현행 25%에서 과반수인 57%로 확대하고 사외이사가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하는 등의 경영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주 행동주의는 주가에 호재였다. 금융지주 7곳의 주가는 얼라인파트너스로가 주주서한을 보낸 2일부터 19일까지 평균 18.5% 올랐다. JB금융은 무려 31.8%나 뛰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금융지주 중 JB금융의 지분(14%)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적어도 JB금융만큼은 배당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지점이다. FCP·안다운용으로부터 19일 주주서한을 받은 KT&G도 이날 전일보다 2.2% 상승하며 마감했다.
 
개선 요구를 이끌어낸 뒤에도 주가는 뛰었다. 흥국생명 유상증자 이슈로 주가가 72만 원대로 떨어진 태광산업은 트러스톤운용 등 주주들의 반대로 증자 참여를 철회하면서 금세 74만 원대를 회복한 뒤 연말에 76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에스엠도 얼라인파트너스가 요구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해지를 공식 공시한 날(작년 10월14일) 9% 이상 올랐다.
 
업계는 ESG 성과 창출 목표의 주주행동주의가 올해 본격 활성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자산운용이 내놓은 ‘2023년 ESG 투자 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의 대상이 된 국내 기업은 2019년 8개사, 2020년 10개사, 2021년 27개, 2022년 상반기 38개사로 급증하는 추세다. 행동주의 안건이 대부분 지배구조(주주환원, 이사선임 등)와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사회 관련 행동주의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손미지 신한자산운용 ESG전략팀 차장은 “그동안 국내 상장사에 대한 주주관여활동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주도했지만 2020년부터 국내 자산운용사의 주주관여활동이 조금씩 시작했다”면서 “더 이상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적대적인 기업 사낭꾼이 아니라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한 중장기 파트너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운용사와 기업 양측의 ESG 이해도가 증진되면서 더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관여활동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 증가가 투자 대상 기업의 주가 상승과 한국 증시 재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은 일반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기대감으로 연결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성화는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중요성을 환기하면서 한국 증시의 저평가 요인인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541(청담동) 세신빌딩 9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5일,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조정진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선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