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이 법리를 벗어나는 걸 ‘여론재판’이라 한다. 결코 좋은 게 아니다. 그런데 빙상팀 코치 선발 공고를 낸 성남시가 지난달 29일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기술·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했고, 빙상계 여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는 시각도 평가에 반영됐다”며 세계 최고의 빙상스타 출신 안현수를 배제했다.
현역 때의 경력과 코치 역량·리더십 등 탁월한 지도자를 원했던 선수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성남시청 빙상부는 전·현직 대표팀 선수들을 가장 많이 확보한 팀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팀을 이끌기 위해서 지원자 중 코치·감독 경력이 가장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소통이 가능한 코치님이 오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낸 입장문이다. 맞는 말이다. 입장문에 서명한 성남시청 소속 선수는 2022~2023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최민정·김길리·김건희·이준서 등 6명이다. 특히 최민정은 최근 미국 뉴욕주에서 열린 제31회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4관왕을 달성한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이런 뛰어난 선수들을 지도하려면 더 뛰어난 실력과 지도력을 겸비해야 한다. 과연 국내에 그런 코치가 있을까. 안현수는 2011년 소속팀이던 성남시가 빙상팀을 해체하자 선수 생활에 위기를 느껴 러시아로 귀화했다. 그 결과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땄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금메달 3개, 2012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3관왕 등 자타공인 금세기 최고의 선수였다.
우리나라 체육계는 출신지와 출신학교 간 과잉경쟁으로 폐해가 극심하다. 오죽하면 선수 선발 등에서 특정 대학 간의 배타적 경쟁이 심해 국가대표팀 감독마저 외국인을 선발하는 게 관례가 됐다. 고려대·연세대가 쌍벽을 이루는 축구가 대표적이다. 명지대 출신 박지성 같은 걸출한 선수를 발굴한 것은 국내 연고가 없는 네덜란드 출신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소속 선수들의 반기(?)에 놀랐는지 지난달 31일 성남시는 ‘빙상 코치 최종합격자 없음’이라고 발표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안현수를 러시아 국적자 ‘빅토르 안’으로 만든 건 우리나라 빙상계다. 그래놓고 러시아 국적이기 때문에 국내 취업은 안 된다는 건 비겁하다. 이번에 안현수를 잡지 못하면 다시 외국에 빼앗긴다. 그를 비판한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은 입을 다물어야 한다. 조정진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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